뉴요커를 통해 바라 본 '미국시장 진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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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를 통해 바라 본 '미국시장 진출전략'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2.11.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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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CDI GROUP… Water Cube 성공적 디자인 후 글로벌기업으로 도약
필라델피아 ENG사… 기업인수 및 운영 실패로 수백만달러 손실

[인터뷰 - Gene Eng 美엔지니어링협회 뉴욕지회 이사]
지난 6월 미국엔지니어링협회 뉴욕지회(NYACEC) 대표이사가 국내 엔지니어링업체와 몽골, 중국 등 개도국시장을 진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한한 후 최근 실질적인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NYACEC의 회원사와 이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이에 본지는 서울 명동의 롯데호텔에서 체류 중인 NYACEC의 이사이기도 한 Eng & Associates의 Gene Eng 사장을 직접 만나 뉴욕 엔지니어링시장을 집중 조명하고 미국진출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 NYACEC 이사를 겸하고 있는 Eng & Associates의 사장 Gene Eng

- 한국기업이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가 있는가?
높은 수당 등의 요인으로 미국에 관심 있는 기업은 많지만 민간기업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기업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정부가 발주하는 재정사업도 미국정부로부터 수주한 실적이 없이는 도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미국시장진출에 관심이 있다면 Eng & Associates 처럼 미국 시장에 정통한 파트너를 찾아야하고, 영국 기업들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인력파견 등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 뉴욕 주정부가 발주하는 30억달러 규모의 통근자용 교량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다.
한국기업이 메인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낙찰 후 현지에서 일할 100여명의 엔지니어에 대한 백만달러규모의 인건비를 감당해야하며 현지사무실을 확장해야한다고 본다. 게다가 통상 2억달러규모의 설계용역에 대해 자격조건이 된다하더라도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참여비중을 신중히 판단해야한다고 본다.

한편, 올해 뉴욕주가 3년 만기의 설계용역을 발주할 계획인데 만약 한국기업이 참가해 3년 뒤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향후 한국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NYACEC를 통해 찾아보길 바란다.

- NYACEC 회원사들의 인상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번에 같이 방한한 Prudent Engineering의 경우 DOT(뉴욕주 교통부)가 발주한 12.9㎞ 길이의 고속도로 포장사업 건설감리 사업에 메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통상 뉴욕 엔지니어링업계는 총 공사비 대비 6~8%를 받으며, Prudent는 시공비 7600만달러의 지난 프로젝트에서 600만달러를 용역비로 얻었다.

- 한국에서는 전관예우가 늘 도마 위에 오른다. 미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은퇴 후 2년간 같은 업종으로의 재취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전관이 엔지니어링업계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 예를 들어 STV Engineering 현 회장은 도시교통부 ‘MTA(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의 지하철국장 출신이다.

-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관 출신 영입을 마케팅 비용 지출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최소한 미국에서는 전관인사들이 뇌물수수를 하지 않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발주대가 등의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다고 해도 촘촘한 은행계좌 추적 망에 걸려들기 마련이다.

공직에서 은퇴하면 연봉의 70%를 연금으로 받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연금 전액 반환은 물론이고 철창신세를 지게 될 위험한 도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무거운 형벌 때문에 뇌물수수는 어리석은 짓이란 상식이 보편화됐기에 이처럼 투명한 시스템이 가능한 것이다.

- 미국 재정사업에 관심 있는 한국 업체에 조언을 준다면?
재정사업은 일단 낙찰을 받으면 대금 수주가 보장돼있으며, 뉴욕주가 발주하는 재정사업에 참여하기위해서 필라델피아, 버지니아 등 타 지방에서 실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뉴욕에서의 실적을 키워야한다.

과거에는 뉴욕 엔지니어링업체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PE(Professional Engineer) 자격을 꼭 소지해야했지만, 2년 전 제도개선이 이뤄진 뒤 뉴욕 엔지니어링업계 경영자는 자사의 20%지분을 타종 업자에게도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즉, 아직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국기업이 PE와 같은 자격이 없어도 뉴욕에 진출할 때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가장 아쉬웠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나는 세계무역센터 리노베이션 엔지니어였다. 클라이언트 중 하나가 세계무역센터 소유자였는데 나를 기계 및 전기 엔지니어로서 고용했다. 1973년에 세워진 세계무역센터의 첫 번째 유지보수 작업이었던 만큼 에너지효율화 작업 등 수많은 일거리가 있었고, 계약기간 5년의 400만달러규모의 사업이었다.  비록 1년 후 9.11테러가 발생해 기회를 잃었지만, 만큼 나의 입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ng & Associates는 리노베이션 분야에서 뉴욕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자부하며, 나는 개인적으로 클라이언트들과도 좋은 신뢰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런 확고한 입지 때문에 메인 사업자였던 Johnson Control 기계엔지니어링팀으로 우리를 택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미국 시장진출에 관심 있는 한국 엔지니어링사에게 뉴욕에 진출한 두 기업의 사례를 전하겠다.

먼저, 연간 2억달러를 수주하던 필리델피아의 한 MEP엔지니어링사는 뉴욕시로 시장 확대를 시도하며 수백만달러에 뉴욕 현지 회사 한 곳을 인수하고 4~5년간 운영했지만 투자금만 잃고 실패했다.

현지기업을 인수 할 때 해당 기업의 인력이 최소한 4년은 함께 한배를 탈 것으로 판단, 그 인력들이 1년에 100만달러 수익을 낸다는 가정 하에 4년이면 400만달러를 회수할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과도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인력들이 회사를 1~2년 안에 떠나는 불상사를 막지 못한 것이다.

반면, 1994년 창립한 중국 CCDI GROUP이 호주의 PTW와 베이징 올림픽 워터큐브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한 후 미국에서까지 그 실적을 높게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현재 1600명의 사원을 거느리며 뉴욕지사까지 지닌 글로벌 엔지니어링사로 도약했다.

즉,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자사만의 특별한 기술을 보유해 차별화 시킬 수 있어야하고, 실적과 경험을 함께 쌓을 수 있는 파트너 및 투자방법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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