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 예상한 인천상수도사업본부, 시민에게 책임 '떠넘기기'
상태바
붉은 수돗물 사태 예상한 인천상수도사업본부, 시민에게 책임 '떠넘기기'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6.27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들 "수계전환시 오래걸리면 수일 소요…제대로 안지켜져"
과거 55차례 수계전환때마다 적수 가능성 인식…"알아서 주의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인천에서 발생한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인천상수도사업본부가 과거 수계전환 때마다 적수 유출 가능성을 인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환경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적수 사태는 무리한 수계전환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번 사태는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의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인천 남동구의 수산·남동정수장 등에서 수돗물이 대체 공급되면서 발생했다. 

문제는 수계전환에 따른 절차가 이번 적수 사태와 관련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계전환 가이드라인을 담은 '국가건설기준'에 따르면 수계전환시에는 유수방향 변경으로 녹물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평소에 한쪽 방향으로 물이 흐르는 만큼 상수도관 안에 일종의 결이 형성돼 있기 때문인데 방향이 바뀌게 되면 관로 안에 있는 이물질 등이 함께 배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이 과정이 단 10여분밖에 이뤄지지 않고 그대로 각 가정에 공급됐다. 유량은 시간당 1700㎥에서 3500㎥로, 유속은 초당 0.33m에서 0.68m로 배 이상 빨라졌다. 물의 투명도를 측정하는 탁도계가 고장나 정상수치로 판단돼 가정에 공급했다지만 애시당초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이번 사태 전까지 수계전환은 총 55차례가 있었는데 적수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취재 결과 과거에도 이미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수계전환때마다 적수가 유출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적수 발생을 책임지고 막아야 할 인천상수도사업본부가 일부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실제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 4월 공촌정수장 가동중지에 따라 남동정수장에서 대체 공급을 한 바 있다. 당시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홈페이지에 이를 공지하면서 '아파트 등 저수조를 사용하는 수용가의 관리자께서는 수압변동에 따라 발생 우려가 있는 적수유입 방지를 위해 저수조 유입 밸브를 차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사항을 함께 게재했다.

이와 관련해 A엔지니어링사 상하수도 전문가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수계전환을 하게 되면 최소 10시간에서 수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애시당초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수를 실시했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를 각 가정에서 각별하게 주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공지가 사실상 규정을 무사히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본지가 확인한 수계전환에 따른 공지사항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적수 유입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B엔지니어링사 상하수도 전문가는 "현재 전국의 수도관 노후화 현상이 심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와 규정을 만들어 지키도록 한 것인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천상수도사업본부와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박남춘 인천시장은 피소됐고 김모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해임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