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현지 좌담회]디테일과 친화력으로 캄보디아 컨설팅 80%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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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현지 좌담회]디테일과 친화력으로 캄보디아 컨설팅 80% 장악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9.10.17 13: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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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기 캄보디아에 진출한 대한민국 엔지니어링사는 어느덧 프랑스, 일본 등 선진엔지니어링사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디테일 설계의 강점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캄보디아 컨설팅 시장의 80%를 장악한 해외 진출 엔지니어들을 만나, 한국엔지니어링의 강점과 미래를 들어보았다.(참석 : 전윤우 KCI 전무, 황정주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김선화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황현구 KCI 이사, 사회 : 정장희 엔지니어링데일리 팀장)

▷캄보디아의 컨설팅 시장은 어떻게 이뤄져 있나.
-전윤우 : 캄보디아는 크메르루주 학살 이후 97년까지 내전으로 인해 국민은 경제적으로 찌들고 도시 인프라는 초토화된 상황이었다. 이후 프랑스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컨설턴트의 진출로 일정량 복구를 했다.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진출한 것은 2001년 코이카가 발주한 국도 3호선 F/S사업으로 KCI가 수주했다. 이후 EDCF로 이관돼 설계/감리 후 극동건설이 시공까지 했는데, 이 사업으로 인해 한국컨설팅사의 평판이 좋아졌고 캄보디아의 표준화가 되다시피 했다.

-황정주 : 시작은 KCI가 열었고, 평화엔지니어링이 후발로 참여했다. 이후에 다산컨설턴트, 삼보기술단, 유신 등이 참여하며 한국엔지니어링사의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였다보니 90년대에는 프랑스의 이지스나 시스트라 또는 호주의 SMEC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고, 일본은 가타히라, 오리엔탈 등이 진출해 있었다.

김선화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전윤우 한국해외기술공사(KCI) 전무

▷한국의 점유율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황정주 : 선진국이 개념설계 후 시공현장에서 샵드로잉과 같은 방식으로 설계를 추진했지만, 한국 엔지니어들은 디테일설계에 특화돼 있었다. 프랑스, 일본의 설계는 높은 수준의 시공사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국이나 현지업체가 시공한다면 한국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황현구 : 시공과 설계는 평가방식이 다르다. 최저가 방식인 시공은 중국이 50~60%로 투찰해 버리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은 기술/가격 8:2 또는 9:1로 구성이된 QCBS로 가격만으로 뒤집을 수 없다. 중국 엔지니어는 실적은 물론 기술력이 너무 떨어진다. 아마추어를 데려다 놓고 전문가라고 하니 말이다.
-전윤우 : 엔지니어링과 관련해 중국이 추격해 오는 것은 두렵지 않다. 중국은 실적도 없고 인력도 없다. 게다가 테크니컬프로포잘 쓰는 능력이라는게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영역이다. 심하게 말하면 반도체는 따라 올 수 있지만 설계/감리는 따라올 수 없는 구조다. 
-황현구 : 2010년부터 해외사업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내 기술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어느 나라를 가도 충분한 실력과 그에 걸 맞는 결과물을 냈다.

▷각종 연구기관에서는 한국의 설계능력이 전 세계의 70~80% 수준이라고 하는데.
-황정주 : 기획능력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각자 전문분야가 있다고 볼 때 실시설계만큼은 따라올 나라가 없다.
-김선화 :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선진엔지니어링사은 매니지먼트, 스페셜리스트, 코스트로 구분돼 있는데, 한국은 스페셜리스트 위주로 돼있고, 그 스페셜리스트가 매니지먼트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해외사업을 하며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탁월한데 매니지먼트는 쉽지 않은 것이다. 또 선진국은 원리원칙으로 계약서상에 없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발주처와 관계성을 고려해 요구사항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점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법대로 하는게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엔지니어링의 부조리는 AS가 아닌가.
-황정주 : 분명한 것은 과하지 않는 선이라는 것이다. 발주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지, 무조건 다해주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추가업무라면 대가를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황정주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황정주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현재 캄보디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나.
-황정주 :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ADB사업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론인 EDCF론으로 2003년 이후 20여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EDCF는 한국이 설계/감리에서 시공까지 모두 하는 타이드론이다 보니 캄보디아에서 호응이 높다. 역시 품질하면 한국 아닌가. 하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문제가 많다.
-황현구 : 최근 추진된 3번, 7번 국도는 캄보디아에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포장한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 포트홀이 생기고 붕괴되고 난리다. 중국은 자신들이 투자를 하면 시공사, 설계사에 일용직 노동자까지 다 끌고 들어온다. 수원국 입장에서는 고용창출이 되지 않으니 손해다.
-황정주 : 중국 주도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부실을 깔고 있기 때문에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 대부분 두 배에 달한다. 6번 국도만 해도 배수처리가 되지 않아 3번에 걸쳐 재시공을 했는데도 부실이 발생했고, 공사비만 올라갔다.

▷일본 JICA 자금도 많이 들어오지 않나.
-전윤우 : 일본도 한국에 밀린지 오래다. 예전에 일본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가 많았는데, 현재는 대부분 60세가 넘은 스페셜리스트만 있을 뿐이다. 다만 자금을 많이 대고 있기 때문에 한국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분야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황정주 : 도로 다음은 수력발전이다. 캄보디아의 전력사정은 아주 좋지 않아 라오스,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다음은 고속도로 수준의 도로망과 장대교량을 절대적으로 많이 만들어야 한다.

-황현구 : 캄보디아 지방에 가면 아직도 대나무 다리가 있다. 대부분 나무다리를 설치해 민자도로처럼 통행료도 받는다. 우기 때면 다 떠내려가니 매년 다시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방도로 프로젝트인 RRIP 1,2,3단계 1,200km를 건설하는 것이 절실하다.
-김선화 : 저개발국가의 원조는 교육과 도로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전기문제다. EDCF도 향후 사업은 댐을 염두해 두고 있다. 지금 베트남이 딱 그렇다.

황현구 한국해외기술공사(KCI) 이사
황현구 한국해외기술공사(KCI) 이사

▷EDCF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
-황정주 : 일본은 자금력이 있다보니 아시안하이웨이 사장교 등 랜드마크 위주로 지원한다. 한국의 자금력은 그보다 적다보니 지방도 정도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대형사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
-전윤우 : EDCF가 JICA만큼은 아니어도 투자액을 늘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자가 어떠한 ODA자금보다 싸다. 사실 공적원조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손해라고 생각하지만 양국교류와 수출증대, 교민 자부심까지 생각해보면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게 크다. 동남아 대부분이 도요타, 혼다 같은 일본차인데 EDCF론이 확대되면서 한국차량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황현구 : 문제는 EDCF론 사업은 발주액 자체가 ADB, WB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당장 기술자 대가만 봐도 ADB는 1만7,000달러 수준인데 EDCF는 1만2~3,000달러 정도다. 일본은 대부분 2만달러가 넘는다. 이는 해외사업에 대한 플러스 없이 국내 엔지니어링표준단가로 대가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김선화 : 사실 EDCF 잘못은 아니다. EDCF는 대한민국 국가기관인데 당연히 우리의 대가기준에 맞춰 발주액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 요는 국내 엔지니어링대가를 글로벌기준에 맞춰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현구 : 엔지니어의 위상도 문제다. 캄보디아만 해도 엔지니어는 1군 직업으로 임금이 월 1,000달러 이상이다. 고위 공무원이 받는 400불의 두 배 이상이다. 그 나라에서 최고수준이다. 그만큼 사회적 대우도 Civil Engineer라고 하면 한국 판검사 의사보다 더 높게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용역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전윤우 : 글로벌 기준이 시장단가를 기준으로 움직이는데, 한국만 정부단가를 쓴다. 진정한 해외진출이 되려면 글로벌 기준에 맞는 대가를 맞춰줘야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양질의 해외엔지니어를 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윤우 : 2000년대 초기 해외사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던 PQ가점 조항이 큰 몫을 했다. 지금은 가점이 없어졌지만, 그런 유인책이 지금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해외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 일단을 수업료를 내야 한다. 즉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무조건 진출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제는 한국업체와 경쟁이 아니라 선진외국업체와 경쟁체제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김선화 : 앞에도 말했지만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올리는 게 급선무다. 지금 상황이라면 모두 건설사나 공무원을 하지 누가 엔지니어링사에 오겠나. 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페셜리스트도 좋지만, 선진엔지니어링에 대응하려면 매니지먼트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 정도면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관리, 계약이 문제다.

김선화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김선화 평화엔지니어링 상무

▷과도한 영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황정주 : 시공에 비하면 엔지니어링은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시공은 가격입찰과 로비가 통하지만 엔지니어링은 8:2, 9:1 비율로 기술력을 보기 때문에 로비에 한계가 있다. 일단 실적이 되는 엔지니어 확보가 우선이다.
-황현구 : 10년 전만 해도 국내 물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발주량 자체가 크게 줄고 그나마도 3개사 이상이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해서 도로분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해외로 몰렸고 과도한 영업도 문제가 됐다. 하지만 결국 품질이 좋은 엔지니어링사가 승리한다는 게 최근 많이 입증되고 있다. 단순 로비만 하는 곳은 배제가 되는 게 최근 트렌드다.
-김선화 : 핵심은 자기 회사가 능력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다른 회사를 깎아내리는 행위는 문제다. 일부 회사는 한국에서 자신들이 빅5 안에 드는 큰 회사라고 얘기하면서, 같은 국내 경쟁회사는 20위도 못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다 제 살 깎아먹기고 누워서 침 뱉기다. 이러한 행태는 자제하는 게 맞다.

▷해외엔지니어는 어떤 점이 좋은가.
-황정주 : 해외 나오면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좋아서 자부심이 생긴다. 국내에서 절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언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일단 와서 부딪히다보면 언어의 공포는 3개월이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윤우 : 해외엔지니어는 경력이 핵심인데, 과장급 정도 되면 과감하게 해외로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한국은 60세가 넘어가면 한계점에 부딪히는데 해외는 50세부터 가치가 상승해 70세가 넘어도 충분히 컨설턴트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보다 좋을 수 있겠나.
-황현구 : 같이 일했던 해외엔지니어들을 보면 대부분 70세를 넘어선다. 건강이 허락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해외엔지니어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디에서 일하던지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지원하기를 바란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엔지니어의 자긍심도 느끼고 애국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해외엔지니어다.

캄보디아 해외 진출 업계 현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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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2019-10-19 08:20:05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해외컨설팅 분야에서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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