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신엔지니어링 최기영 대표]엔지니어링 정상화 종착점은 "전관 로비없는 공정경쟁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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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신엔지니어링 최기영 대표]엔지니어링 정상화 종착점은 "전관 로비없는 공정경쟁 세상"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9.11.07 09:3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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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자격증이다 대학교다 하며 달려 나갈 때 묵묵히 프로젝트 현장에서 실무를 쌓았다. 신도시 설계를 사실상 총괄하며 최고의 대우도 받았다. 다들 전관을 채용해 승승장구 할 때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중소사지만 웬만한 분야는 대형사와 일대일 경쟁할 수 있게 했다. 60대지만 경력은 48년된 엔지니어링산업의 기린麒麟 화신엔지니어링 최기영 대표를 만났다.

최기영 화신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최기영 화신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엔지니어 생활은 언제 시작했나.
72년에 광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미 고3때 설계사에 취업해 농업진흥공사에 위탁받은 경지정리 설계감리에 참여했으니 71년부터 엔지니어 생활을 한 셈이다. 삼천리자전거 타고 다니며 소장, 십장을 상대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당시로는 상위권엔지니어링사인 우대기술단에 입사했다. 고졸에 자격증도 없었지만 현장실무 경험으로 누구에도 뒤지지 않게 프로젝트를 수행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 자격증도 대졸학력도 없이 엔지니어로 성공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결국 엔지니어의 경쟁력은 선진국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력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한 엔지니어들 대부분 야간대학에 진학했지만, 나는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대졸자에 기술사라도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일산신도시를 총괄했고, 토지공사 사상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라는 포일지구도 내가 설계했다.

-화신엔지니어링은 어떠한 방식으로 성장했나.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일단 대형사의 하도급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게 원칙이었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하도급을 받다보면 한계점에 부딪힌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천만원대 소규모 사업을 시작으로 점점 늘려나갔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늘려나가야 실력이 쌓이고 진짜 화신의 실적이 된다고 생각했다.

-통상 전직관료를 이용해 회사규모를 키우지 않나.
최근에 최소한의 인원을 운용하고 있지만, 창립한 이래로 전직관료의 힘은 빌리지 않았다. 전관의 영업에 수주를 기대다보면 스스로 해결능력이 없어지고 종국에는 자생력이 없어진다. 플러스 알파라고 생각해야지 전관에 수주를 기대면 안된다는 것이다. 내년정도 신입사원 연봉을 3,500만원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 대형사 정도는 아니지만 강원도업체로는 가장 높고, 웬만한 중견급보다 높다. 사실 화신은 인당 1억원 남짓을 수주하는데도 이 정도를 맞출 수 있는 것은 전관의 비율을 낮추고 실무엔지니에게 풀었기 때문이다. 난 이 편이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내 월급 외엔 회사에서 가져가는 것 없다.

-화신은 철도, 항만 정도 빼놓고 전 분야에서 대형사와 경쟁중인데.
전 분야를 차근차근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300인 이하의 중소사 가운데 전 분야에서 대형사와 일대일로 대결이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 웬만한 중견사도 쉽지 않다. 경쟁에 들어가 낮은 순위를 받으면 어떠한가. 실적이 돼 사업에 참여하고 실력대로 평가 받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상황이 어떻든 매년 10명 내외로 엔지니어를 뽑았던 것이다. 변화된 PQ는 결국 젊은 실무엔지니어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창립이래로 단 한번도 인력충원을 게을리 한 적 없다.

-결국 실무엔지니어라는 말인가.
그렇다. 현행제도가 그렇고 앞으로는 이 사회의 투명도에 맞춰 실무위주로 엔지니어링산업이 재편될 것이다. 화신은 전관에 의지하지 않고, PQ실적은 채웠기 때문에 수주가 늘어날 일 밖에 없다. 로비가 줄어들면 더욱 더 수주가 신장될 것이다.

-종심제 때문에 전관비용이 올라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잘라말해 종심제 같은 이상한 제도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뭐하러 금액으로 모든 공종에 대해 제안서를 쓰게 하나. 현수교, 사장교, 아치교, 특수교량, 장대지하차도, 해저터널과 같이 TP 규정된 항목에 대해서만 제안서 경쟁을 하면 된다. 나머지는 PQ만으로 모든게 설명이 되지 않나.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종심제를 하니까 국토부와 그 산하기관 전관만 받게 되는 것이다. 전관은 엔지니어링업계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대관업무를 하게 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단지 <정상적인 평가만 해달라> 정도면 되는 것 아닌가.

-엔지니어링업계 신구세대 교체론이 일고 있는데.
당장 화신엔지니어링만 해도 부서장을 60년대 이후 출생자들로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을 최대한 많이 기용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참여기술자까지 중복도를 확대한 정책은 올바른 것이라 본다. 문제는 기술자역량지수다. 현행 자격 40점, 학력 20점, 경력 40점인데 이게 문제다. 해외 어디를 가도 자격에 40점을 부여하는 곳은 없다. 사실상 자격은 0점이다. 우리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역량지수를 자격 20점, 학력 40점, 경력 40점으로 바꿔야 한다. 기술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실제 실력이 중요한 것이지. 포항제철 건설 당시도 그 유명하다는 토질분야 교수들이 다 달라붙었는데 아무도 해결을 못했다. 결국엔 미국 토질엔지니어 3명이 <건설해도 되는 땅이다>라는 결론을 내줬다.

-지역사인데도 지역가점 확대에 부정적이라고 들었다.
이미 행자부 예규에 따라 30%가 배정되어 있지 않나.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더 먹고 싶으면 회사 실력과 규모를 키워서 주관사를 하면 된다. 화신은 강원도 사업에서는 어떤 대형사가 와도 주관사를 양보하지 않는다. 던져준 떡보다 내가 떡을 키워서 먹는게 맞지 않나. 엔지니어링을 떠나 사업은 능력대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작위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

-이렇게 강한 어조면 발주처에 밉보이는 것 아닌가.
공무원들이 업체가 표출하는 불만을 하나하나 기억할 것 같나. 그들도 순환보직에 자기인생 바쁜 사람들이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밉보인다면 밉보이는 거지 좌고우면 할 필요없다고 본다. 가만히 있으면 엔지니어링 제도는 개선될 수 없다.

-앞으로 화신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 쌓은 저력을 바탕으로 500명 이상 규모를 만든 뒤, 해외로 진출할 것이다. 대부분 분야에 경쟁력을 쌓았으므로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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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2019-11-08 14:46:43
멋있는 분이시내요 참된 엔지니어의 귀감입니다....

괴팍엔지니어 2019-11-13 08:35:19
급여는 제때 주시는지?

what 2019-11-12 07:55:16
신구세대 교체인데 60년대 이후 출생자를 부서장으로 한다니.
PQ 실적을 채우신 분들 덕분에 젊은 대리 과장 차 부장 실무진들이 야근을 해가면서
책임기술자를 가르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젊고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왜 엔지니어링을 이탈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 보셨는지,

그리고 엔지니어링을 왜 하는지 기업 철학을 묻고 싶다.

또한 전관문제는 어디 분야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일인데, 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은 하셨는지 묻고 싶다.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멋찐 2019-12-26 14:46:19
제대로 맞는 말씀을 하셨내요... 기술사 가르치고 있는 실무자로서 정말 공감하는 바입니다.~ 모르면...제발 배워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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