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의 건설과 금융]전력시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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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의 건설과 금융]전력시장 이야기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20.03.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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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도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거래가 가능한데, 일반 재화와는 다르게 기간산업이라는 점과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한번 생산하면 저장하기 어렵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구나  원하는 양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일반 상품 시장과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력공급이라는 공공서비스는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민영화나 민간의 자본을 활용한 구조로 변경이 가능하지만 자칫하면 전력요금 상승이라는 국민에게 별로 이롭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전력산업을 어떤 형태로든 규제 아래에 두려고 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가장 고려되어야할 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어떻게 매출이 발생하느냐이다. 우리나라처럼 전력거래소를 두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력수요에 따라서 요금을 책정하는 구조 (계통 한계가격, SMP, System Marginal Cost)를 통해서 각 발전소가 시장가격 변동 리스크 (Market Risk, Demand Risk 혹은 Merchant Risk)에 노출되게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전력 시스템에서 각 발전소가 기여하는 바를 인정하여 용량요금(Capacity Charge)을 지급하는 나라도 있고 발전소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PPA가 더욱 활성화되어 있거나 이 둘이 적절히 공존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한계가격결정방법(출처: 전력거래소)
한계가격결정방법(출처: 전력거래소)

어떤 구조로 전력 시장이 구성되든 아마도 각 나라별 역사와 산업 특성에 따라서 변화해온 것으로 그 근간에는 국가 발전과 유지에 매우 중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는 ISO-NE, NYISO, PJM, MISO, SPP, CAISO이라는 크게 7개의 전력시장이 존재하며 이들이 미국 전체 전력 부하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참여자로부터 독립된 ISO(independent system operator) 또는 RTO(regional transmission organization)가 관할 지역 내 모든 계통을 운영하고 도매전력시장을 통해서 전력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도록 되어있는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나타내며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미국 전력시장(출처:Energy Velocity 2015)
미국 전력시장(출처:Energy Velocity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시장은 조금씩 다른 성격을 갖는데 대표적인 것이 펜실베니아 주를 중심으로 한 PJM와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한 CAISO이다.

CAISO는 3개의 대형 전력회사가 민간 Utility 사업자(IOU, Investor Owned Utility)로서 전력을 공급하던 시장이었는데, 각 회사의 송전 부분을 분리한 후 하나로 합친 CASIO와 도매현물시장 거래기관인 CalPX를 만들어 시장기능을 수행하게 하였다. 하지만 2001년 1월 캘리포니아 주 전력위기 사태로 CalPX가 문을 닫았고 현재는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CAISO에 의한 개방시장과 CPUC(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 에 의해 규제를 받는 소매시장으로 구성된 혼합 형태이다. 여기서 IOU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 계열화된 대형 발전회사로서 PG&E, SCE, SDG&E 3개사가 있으며 캘리포니아 전력공급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PJM은 우리나라와 유사하며 에너지시장, 용량시장 및 그 외에 보조서비스 및 재무적 송정권 등으로 운영되는 시장이다. 여기서 에너지 시장이 우리나라의 계통한계요금을, 용량시장이 용량요금을 대신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PJM 시장에서 송배전은 독점이지만 발전 및 판매 부분은 완전 경쟁으로 구성되어 있어. 발전만 경쟁하게 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PJM도 앞서 CAISO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1930년대 이래 IOU가 주도하여 전체 전력의 70%를 공급하던 시장이었으나, 90년대 이후 전력시장을 본격적으로 개편하면서 대형 전력회사보다는 독립발전사(IPP, Independent Power Producer)가 많아지도록 변경된 성공적인 개편으로 평가받아 우리나라에도 적용되었다.

CAISO시장에서 발생한 2001년 캘리포니아주 정전사태는 단순히 예비력 부족과 판매사업자들의 과도한 시장지배력 등등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전력을 판매하는 3대 전력회사의 전력 공급 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선도 에너지시장이 없어 도매 전력 요금이 높게 그리고 불안정하게 형성되었고, 거기에다 소매요금은 CPUC에 의해 동결되어 있는 구조여서 도매가격이 상승함에도 소매가는 유지되어 전력회사에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지난 10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경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각종 할인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하였고 S&P는 한국전력의 신용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했다. 한전의 신용등급은 공기업이어서 국가 신용도와 동일한 'AA'이었으나 뉴욕 증시에도 상장된 기업이어서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에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전이 전기료 특례 할인을 폐지하면 그 부담은 자연스럽게 국민의 전기료로 옮겨갈 것이다.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던 한전은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작년에 2,080억원,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점에서 IPP사업자 및 발전자회사 위주의 전력시장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여 소비자에게 팔아야 하는 한전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탈원전 및 LNG 가격 상승 등 도매가격 상승 요인은 다분하나 소매 시장에서는 오히려 각종 할인해야하는 한전은 PJM과 CAISO 시장 중간 어딘가에서 끝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울러 ‘19년 11월 14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최대주주는 32.9%의 산업은행 (대한민국 정부 100% 소유) 및 대한민국 정부가 18.2%, 도합 51.1%의 State-Owned company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던 한전은 국내 38개 해외 75개, 총 113개의 연결종속회사가 있는 Global Player로서 S&P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향후 해외 사업의 차질도 동시에 고려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탈원전이나 한전의 잘잘못을 단편적으로 논하는 것도 중요하나, 거기에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이 갖는 장단점도 같이 논의되면 더욱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재연 ㅣ글에 대한 의견은 이메일(laestrella02@naver.com)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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