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투자를 할 줄 아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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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투자를 할 줄 아는 나라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0.03.11 08: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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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두바이 사막 한복판에 건설된 월드트레이드센터. 허허벌판 모래벌판에 뜬금없이 건설된 이 건물을 기점으로 30년이 지난 두바이는 전세계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스카이라인을 보유하게 됐다. 다 아는 얘기겠지만, 부르즈칼리파, 버즈알아랍, 팜제벨알리와 같이 무엇을 하나 건설했다고 하면 세계 최초, 최대, 최고가 된다.

중동의 작은 어촌, 낙타나 타고 유통업에 전전했던 두바이가 어쩌다 이렇게 대단하게 됐나. 방법은 투자의 방법론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작은 석유였다. 운 좋게 석유가 쏟아져 나오면서 로또를 맞았지만, 가채연수가 이웃한 국가보다 현저하게 짧았다. 이대로 간다면 인광석 때문에 전세계 최고부자가 됐다가 망했던 나우루의 전처를 밟을게 뻔했다.

북해에서 생산된 석유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자손만대 물려주는 시스템을 만든 노르웨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나라들이 자원의 저주에 빠져 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UAE는 노르웨이 모델과 다르게 석유로 만들어진 시드머니를 도시를 만드는데 투자했다. 미션은 200~300년간은 석유없이도 먹고 살 수 있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최초, 최고가 그것이다. 호텔은 그저그런 5성급 말고 7성급을 건설하자.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아야 한다. 또 그보다 더 높은 빌딩은 다른 곳이 아니라 두바이에서 건설돼야 한다. 바다 매립할 바에야 세계지도나 야자수 모양으로 해라. 스키장이 사막에 있으면 안되나 일단 만들어라.

시드머니는 나라가 투자할 것이니 일단 사람들이 구경 올 수 있게 하는게 두바이의 전략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기업이나 공장부터 유치하는 것이 되겠냐는 것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면 글로벌기업은 몰려온다는 것이다.

눈을 돌려 우리를 보자. 주말이나 휴가 때 놀러간다고 생각해 보면 딱히 갈 곳이 없다. 구경거리라는게 다 거기서거기고 3만불 국민들의 수준에 맞는 호텔, 리조트도 찾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다들 해외로 나가기 바쁘다.

왜 볼 것이 없을까. 대한민국은 국민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만든 예비타당성검토 때문이다.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어가면 국가로부터 숙제검사를 받아야 하니 모두들 400억원 언저리에서 사업을 기획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전국에 고만고만한 박물관, 예술회관 밖에 없고 사업성이 없어 건설 후 국고지원이나 받는 경쟁력없는 시설로 전락한다.

축제도 지역연고에 따라 산천어나 잡고, 밤막걸리 마시고, 춘향이나 뽑는 것이다. 바닷가 가 봐야 방파제 근처에 이상한 지역마스코트 옆에서 회나 떠먹는 거지, 크루즈나 요트가 즐비한 이국적인 광경은 상상도 못한다.

투자의 UAE는 아부다비에 루브르 박물관 지점을 내고, 페라리 월드를 유치해 전세계인에게 놀러오라고 손짓한다. 한국이었다면 루브르가 우리랑 뭔 상관이냐. 실현가능한 대안을 가지고 오라고 묵살했을 기획이다.

우리나라도 대단한 투자DNA가 있다. 소달구지 끌고 다닐 때 과감하게 경부고속도로에 투자했고, 사업성 없다고 전세계가 다 뜯어 말리는데도 포항제철을 만들었다. 올림픽 유치로 벌어들인 유형무형의 가치는 또 얼마나 대단한가.

선진국의 목전에 있는 우리는 또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해야 할 때다. 무엇을 만들던 세계 최고수준의 인프라와 기획으로 전세계인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보존가치 없는 다세대, 20~30층 정도의 아파트 다 드러내고, 높이 500미터, 1,000미터 아파트를 서울에 듬성듬성 100채든 200채 건설해보자. 하늘은 공짜이니 용적률을 무제한으로 풀다면 집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일본, 중국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대 교량도 건설하고, 한강에 시드니오페라하우스보다 압도적으로 큰 공연장을 만들어보자. 새만금에 마카오를 능가하는 도박도시를, 경상도에 대만고궁박물관, 뉴욕자연사박물관, 루브르박물관 지점을 내보자. 아예 강원도에 지하도시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규제도 좋고 투자적격성도 좋지만, 그저그런 대한민국을 탈피하려면 혁신적인 투자방법론과 규제철폐가 필요하다. 투자를 할 줄 아는 나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충대충 말고 확실히 멋지게 말이다.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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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 2020-03-11 09:58:59
깊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발전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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