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못먹고" "가족과 생이별" 해외 파견된 엔지니어들 고충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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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 못먹고" "가족과 생이별" 해외 파견된 엔지니어들 고충 '이모저모'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0.03.3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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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해외에 파견된 국내 엔지니어들의 일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업무특성상 파견된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40~60대여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는 77만138명, 사망자 36,796명 등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전 업계가 해외사업에 파견나간 국내 엔지니어들의 건강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해외 파견 인력에 대해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사업수행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의 수주지역이 대부분 인프라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지역이어서 불편함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B사 관계자는 "고혈압약을 매일 복용하는 해외 파견 엔지니어 한 명은 이미 약이 다 떨어졌지만 한국발 비행기의 입출국이 막혀 받을 수 없다고 들었다"며 "급한대로 현지에서 비슷하게 조제해 처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그 정도로 안좋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지역에 해외 현장이 있는 또다른 C사의 관계자도 "파견 엔지니어들의 나이가 대부분 50~60대라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귀국시킨 엔지니어도 있는데 향후 사업이 재개될 때 정상적으로 입국이 될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하소연했다. 

남미에서는 뜻하지 않게 가족과 생이별을 한 경우도 있었다. D사 관계자는 "당사 해외현장 가운데 에콰도르가 있는데 인근 다른나라에 잠시 출장을 다녀왔다가 입국이 금지돼 함께간 가족과 뜻하지 않게 생이별을 한 경우도 있다"며 "호텔숙식은 가격이 비싸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아파트를 급하게 구해 입국제한이 풀릴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수주를 따놓고도 발주처가 만나주지 않아 계약서 작성을 하지 못한 업체들의 간접적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E사의 경우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지난달 수주를 했지만 계약서 작성을 하지 못해 계약금을 받지 못했다. E사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아예 만나주질 않으니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해당업체는 다음 달 총선이 열리는 스리랑카에서도 상황에 발맞춰 수주계획을 짰지만 코로나19로 선거 자체가 미뤄지면서 모든 일정을 재편성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계약이행과 관련된 조치도 나라별 발주처마다 달라 향후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A사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사업이 중단됐다 하더라도 계약서대로 대금을 지급하는 착한 발주처가 있는가하면 아무런 조치도 없이 묵묵부답인 곳도 있다"며 "감리의 경우 시공이 중단돼 엔지니어를 철수시켜야 하지만 현재 국가별 입국제한 조치에 따라 사업이 재개되면 인력이 제때 투입 될 수 있을지, 늘어난 공기만큼 돈을 더 줄지 등 문제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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