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엔지니어링 성장 키워드 '경험과 창의'
상태바
[발언대]엔지니어링 성장 키워드 '경험과 창의'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20.05.20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상원(연세대학교 연구원/(주)유심 이사)
정상원(연세대학교 연구원/(주)유심 이사)

엔지니어링은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높은 교육수준의 인적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할 기술집약적 산업군이다. 또한, 엔지니어링 산업은 대규모 자본은 필요치 않으면서, 후방산업으로의 파급 영향이 크고 고용유발 효과가 타 산업보다도 월등한 대표적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단순히 높은 교육수준의 인적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산업이 저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엔지니어링은 이론 지식보다는 경험 지식이 더 유용하게 적용되는 분야이고, 성공 경험 못지않게 실패 경험에 대한 가치도 소중하기에 다양한 경험 축적과 지식화가 머릿속 이론 지식보다도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분야이다. 또한, 이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성공 및 실패 경험들을 지식화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교육문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경험의 지식화 작업과 산업 경쟁력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창의성이다. 엔지니어들은 경험을 지식화하고 이를 기업 및 산업 경쟁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 사고방식이 필요하고 사회나 기업은 이들에게 창의적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 실패를 용인해 주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남들과는 다른 방법 도출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서울대학교에서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사회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이 책의 주요 핵심 주제는 아래와 같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현재 위기 돌파 및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바로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개념 설계’ 역량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개념 설계의 역량은 논문이나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무형의 지식과 노하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창조적 역량이다” 한눈에 봐도 엔지니어링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필자가 캐나다의 임페리얼 오일 (Imperial Oil)이라는 엑손모빌 계열의 정유석〮유화학회사에 근무했을 때,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한국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주주에게 최대한 이익 실현”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 회사의 모델은 좀 특이했다.

① 회사 근로자에 대한 투자 (Disciplined investment) -> ② 최적의 운영 효율성 달성 (operational excellence) -> ③ 업계 최고 수준의 이익률 실현 (industry-leading returns) -> ④ 뛰어난 현금 흐름성 달성 (superior cash flow) -> ① 다시 회사 근로자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이고, 실제로 근로자에 대한 투자는 개인의 기술적 역량과 창조적 역량 강화를 위한 거의 완벽한 교육 시스템 운영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교육 운영 시스템은 경험이 풍부한 현장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강사진들이 토론식 위주의 수업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와같이 업계 최고 수준의 이익 및 현금 창출의 출발점은 완벽한 교육 시스템 운영에 의한 근로자의 역량 강화였고, 항상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회사 정책을 운용함으로써,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에서와 같이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링은 현장 중심이고 경험 중심이면서, 항상 새로운 최적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창의적 역량이 필요한 산업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러한 원칙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라도 엔지니어링 기본원칙에 충실하고 현장과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 중심의 교육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꾸준하고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