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형 뉴딜’, 자부심이 만들어낸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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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형 뉴딜’, 자부심이 만들어낸 대참사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0.05.20 11: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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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누가 한 말인지 어원을 알 수 없는 이 한 문장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어왔다. 외세의 침략에 끝없이 항전해 온 5000년 역사, 근대로 넘어오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친 한민족의 한(恨)과 경제, 문화 사대주의 열등감을 끝내기 위한 민족주의 계몽이 절묘하게 조화된 것이라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정신승리, 자위에 불과했던 저 말은 2020년 사실상 현실화 됐다. 위기에 하나로 뭉치는 국민성은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잠재우고 있다. CNN, BBC 등 세계 주요언론은 K방역을 집중조명하고 미국에서는 한국의 프로야구를 생중계한다.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던지고 세계 10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지 반년만의 일들이다.

코로나19발 K방역에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발빠르게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정부의 카드가 ‘한국형 뉴딜’이라는 소문에 건설관련업계에는 흥분이 맴돌았다. 세부적인 내용은 몰라도 전국토에서 활발하게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내용은 우리가 아는 그거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토목없는 디지털화가 결합된 뉴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엔지니어링이란 무엇인가 하는, 필자를 비롯해 분야에 조금만 관심있는 비전문가들도 다 아는 내용을 30페이지나 빼곡하게 적어놨을 뿐이다. 여기에 요즘 뜨는 빅데이터, AI, 드론, VR 가상현실 등 4차산업혁명 하면 들어본 얘기가 적절히 배합돼 있는게 전부다.

일반 국민들도 시시한데 업계 전문가들은 오죽했겠나. 대책이 나온 후 업계에서만 30여년간 엔지니어로 일해 온 한 전문가는 이번 정부의 발표에 뭔 생뚱맞은 소리를 하나, 대책의 수준에 민망함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했단다.

물론 건설엔지니어링업계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 포스트코로나로 이제 비대면, 디지털화해서 좀 더 있어보이게 하자는게 뭐 나쁘냐 하는 지지자도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디지털화 작업은 사실 가장 늦었다. 이미 자료에도 나와있지만 디지털화는 글로벌기업들의 경우 이미 시스템화 돼 있다.

특히 디지털화, 시스템화의 가장 큰 숙제는 데이터 취합이다. 빅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은 1~2년 벼락치기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은 이미 30~40년전부터 이 작업을 해온거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우리보다 산업화가 빠르고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그들이 우리보다 앞서나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코로나로 망가진 경제를 복구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맞지 않는다 얘기다.

다 떠나서 경제 살리는데 최고는 건설, 토목이다. 도로, 철도 깔고, 물부족하니 댐도 설계하고 말그대로 가시성 있는 현장을 벌려야 한다. 그렇게 일할 사람도 고용하고 장비도 가동하고, 즉 활동성이 있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디지털화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뒤 옵션으로 접목해야할 것이지 어디까지나 뉴딜=토목이다.

전문가가 아닌 다양성을 정책 운영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라면 몰라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디지털화가 아닌 토목 위주의 육성전략으로 수정하자. 그러나 알면서도 디지털화를 선택했다면, 재난지원기금을 줘야하기 위한 명분이라면 이건 잘못됐다. 이대로라면 한국형 뉴딜은 돈퍼주기 복지를 위한 사산아라는 굴욕의 역사를 남길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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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2020-09-03 11:23:27
기사의 내용처럼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설, 토목사업으로 경제살리는 것도 맞고, 한국형 뉴딜로 결제를 살리자는 말도 틀린건 아닙니다. 다만 정책입안자들의 철학, 시대정신, 정책의 수행순서와 정책의 수행완성도가 문제 이겠지요!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국가정책으로 확정되었는지는 우리가 다 알필요는 없지만, 일단 결정된 국가정책은 잘못된 점은 수정보완해 가면서 정권과 함께 순장되는 그런 일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정된 국가정책은 정책의 실행완성도를 높이고 정책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답입니다.

근자감쩔어 2020-05-22 09:29:29
『'기자수첩', 자부심이 만들어낸 대참사』
반박1.
비대면, 디지털화는 앞으로 추세가 될겁니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중간이라도 가는거고, 코로나 정국이 끝나고 경제방어 다 끝나고 시작하면 후발주자가 되겠어 중국에도 한참 밀리는 수준이 되겠죠.

반박2.
건설공사가 말은 좋으나, 자재-유류비-토지비용 등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죠. 지금과 같이 예산 블랙홀 같은 상황에서는 인건비 중심으로 지출되는 사업이 가장 효율이 좋겠죠.

반박3.
건설공사가 지역경제 활성화시키는 이유는 첫째, 직접인건비 지출. 둘째, 노동자의 지역소비효과 입니다. 근데 재난소득으로 '노동자의 지역소비효과'보다 더 큰 효과를 이미 냈으며, 외노자가 잠식한 공사현장에서 '직접인건비 지출'은 자본의 국외유출만 부추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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