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제 연착륙 요원 “우수 엔지니어보다 전관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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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심제 연착륙 요원 “우수 엔지니어보다 전관이 전부”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0.06.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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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아닌 전관 싸움…70~80% 당락 좌우
대형사 “페이퍼컴퍼니 없어질 기회될 수도”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최저가 낙찰 방식을 탈피하고 글로벌 기준을 적용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시행이 되고 있지만 제도 연착륙은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관심사였던 낙찰율 하락은 막았지만 전관 중심의 영업력이 당락을 좌우하면서 종심제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제도 시행 이후 작년말까지 총 107건의 종심제 발주가 나왔다. 올해도 월 평균 4~5건의 종심제 발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만 10여건 이상이 발주될 예정이어서 향후 발주처의 종심제 사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설계비만 100억원 이상에 달하는 3기신도시 사업을 발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20조원의 공공공사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14조4,000억원을 종심제 사업으로 낼 정도로 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종심제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제도 활성화 분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사업수주를 위한 전략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업규모가 큰 만큼 수주 한건으로도 실적 순위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종심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대상사업을 확대하면서 밀어붙이니 대비를 안할 수 없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위기다. 그나마 낙찰율은 8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기에만해도 60% 전후 저가낙찰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 그나마 80%대로 올라오긴 했다”면서도 “총점차등이 의무화가 아닌만큼 낙찰율 형성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발주처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총점차등을 적용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약 10%의 발주처들은 여전히 이를 배제하고 있어 저가낙찰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종심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심제 특성상 설계 실적이 많고 수행능력이 우수한 인력을 선발해도 사실상 전관에 의해 프로젝트 수주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종심제에 참여하는 설계업체는 대부분 전관이 필수”라며 “전관에 의해 컨소시엄이 구성되다보니 로비가 더욱 성횡하게 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B사 관계자 역시 “종심제를 발주하는 사업들이 대부분 설계비 20억 이상의 것들이다보니 제안서 비용만 수천만원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신중하게 참여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아무리 잘 만든 제안서라도 전관에 따라 낙찰이 결정되는 경우가 70~80%는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물론 모든 업체들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업계에서 탄탄한 수주실적과 순위를 유지해온 대형사들은 종심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종심제 수주가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름만 내걸고 기술력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얼마나 많나. 종심제를 통해 이들은 M&A를 하던, 이참에 문을 닫던 정리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관 중심의 종심제도 시간이 지나면 당초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제도가 안착하게 되면 발주처도 기술력평가, 사업수행결과의 사후평가 등에 대한 확보가 될 것이고 이후에는 진정한 기술력에 의한 업체 선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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