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설명해주는 남자들-31]최초제안자에게는 무슨 혜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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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설명해주는 남자들-31]최초제안자에게는 무슨 혜택이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20.09.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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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민자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기존의 민자 사업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새롭게 민자 사업 발굴하는 등 과거 미국에서 추진하였던 뉴딜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민자 사업의 최초제안자에게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민자 사업을 활성화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최초제안자가 제안서 평가기 받는 우대가점을 평균 1% 상향하고, VfM가 낮더라도 제안 내용이 우수하면 가점을 일부 적용함
2. 예산 부족으로 제안보상금이 미지급되지 않도록 하고 최초제안자가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경우 제3자보다 추가 보상을 하는 등 보상 내용 강화

제안보상금 개선안
제안보상금 개선안

이렇게 민자 사업을 제안하는 것을 Unsolicited Proposal(USP)라고 하는데, 정부가 판단하여 민자로 발주한 사업 외에, 민간사업자가 판단/검토하여 민자 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할 사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제안된 민자 사업도 국가의 전체적인 개발 및 투자계획(Public Investment Plan)의 일환이므로 소위 말하는 상위계획에 포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인프라 개발 및 투자 계획(상위 계획)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재검토 되는 과정이 필요하며 따라서 상위계획에 반영되기 위한 시간이 더 소요가 된다.

어쨌든 민간사업자가 제안했다고 해서 해당 사업을 바로 수주하게 하지는 않는데, PPP 성공을 위한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경쟁을 통한 최적의 VfM를 도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경쟁자가 없는 경우 정부는 비교 대상이 없어 충분한 최적의 VfM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전제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나라에서는 제3자 공고라고 하며, 제3자 공고가 나오면 90~120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고 최초제안자 외의 제3자가 입찰서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한다. 그래서 가끔 제3자 공고에 입찰하는 경쟁사가 없으면 유찰이 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사업의 규모와 Sector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최초 제안을 하고 나서 2~5년은 기다려야 제3자 공고가 나오게 되는데, 그럼 만약 최초 제안자가 제안만하고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최초 제안자는 바보가 되고 마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 아무도 최초 제안을 하지 않고, 정부 고시 민자 사업만 입찰하게 되지 않을까? 몇 년 전에 이미 비용과 시간을 다 투자했음에도 나중에 참여한 회사에게 홀랑 사업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제안자에게 평가시 가점을 주고 있으며, 이번 조치를 통해서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여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도 증가하게 되었다.

이렇게 제3자 공고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가점을 제공하는 것을 Bid bonus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평가시 가점을 제공하는 제도이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칠레 등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제공하는 가점이 1~2%로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 Bid bonus의 비율이 매우 높으면 당연히 제3자 공고에 참여하고자 하는 경쟁사의 숫자가 감소하고 경쟁을 유도할 수가 없다는 점도 존재한다.

그 외에 최초 제안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은 Swiss Challenge와 Automatic Short-listing, Development fee등이 있다.

Swiss Challenge는 일단 제3자 공고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지만 만약 최초제안자가 1위를 하지 못하는 경우, 최초제안자에게 1위를 한 제안서의 내용(금액이나 기타 등등)을 받아들여 사업을 가져갈 option을 주는 것이다. 일종의 Right of first Refusal(ROFR)과 같은 것이다.  Automatic Short-listing은 2단계로 진행되는 사업에서 최초제안자가 무조건적으로 2단계 입찰 Stage에 초대되는 것으로, 경쟁사가 많아 한번 Short-listing 해야 하는 경우에 적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Development fee는 일종의 사업개발비를 보상해주는 제도인데, 그 대상이 정부가 될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 수주한 제3자가 될 수도 있다. 이때 보상비는 순수하게 사업 개발에 투자된 Sunken cost가 될 수 도 있고, 일정한 마진을 인정해줄 수 도 있다.

다만, 이러한 최초제안자 인센티브를 사용할 때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매우 유의해야하는데, 최초제안자로 하여금 최종적으로 수주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동기와 만약 최종적으로 수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조제안이 아깝지 않은 보상이 있어야 하며, 반대로 제3자 입찰자에게는 최초제안자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두 의견이 매우 상반되어 있어서 사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제도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Swiss Challenge를 사용하거나 너무 높은 수준의 Bid bonus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최초제안자가 사업을 수주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이 유도되고 있지 못하다.

05-15년까지 각 나라의 인센티브 현황 및 최초제안자 수주 확률(출처 : Bringing PPPs into the SUNLIGHT, IDB)
05-15년까지 각 나라의 인센티브 현황 및 최초제안자 수주 확률(출처 : Bringing PPPs into the SUNLIGHT, IDB)

사실 이번 정책은 국내 민자 사업에 VfM를 더하고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정교하게 개선했다기 보다는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서의 민자 사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서 이런 세세한 내용들까지 검토가 (물론 되었겠지만)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민자 제도가 가지고 있는 점들을 국제 기준과 비교해서 접근하다 보면, 다른 나라의 USP 제도가 어떤 약점이 존재하고, 사업 수주를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혜안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재연ㅣ글에 대한 의견은 이메일(laestrella02@naver.com)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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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2020-09-21 10:22:23
기자님, 시리즈 처음부터 읽었는데 도움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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