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국토부의 이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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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국토부의 이해충돌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0.10.07 16: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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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윤리법 제2조2항과 3항에는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가 재산상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래서 공무원은 겸직이 금지돼 있고, 국회의원은 아예 주식을 백지신탁하고 외교통일위나 국방위와 같이 이해관계가 없는 상임위로 배정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이 국토교통위에만 배정되지 않았어도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억울하면 어쩌겠는가.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이면 이상한 것이다.

얼마 전 김희국 의원이 발의해 통과된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은 국토부와 그 산하단체의 보이지 않는 이해충돌의 전형이다. 겉으로 봐서는 공무원이 의원입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국토부와 산하단체 전현직 공무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사견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이라는 것이다.

김희국 의원의 건진법 개정안은 ①등록체계 간소화 ②용역비 부당감액 금지 ③설계 추가업무 대가 근거 ④양벌규정이다. ②~④는 용역비를 임의로 감액할 수 없고, 추가로 설계를 진행한 사항에 대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주고, 개인의 잘못을 법인전체로 확대하지 말라는 누가 봐도 이성적이고 합당한 주장인데 국토부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산업부는 ②~④ 안건에 찬성을 보였다.

국토부 입장에서 발주자라는 고압적 위치에서 엔지니어링사를 쥐고 흔들어야 하는데 법안 내용이 합리적이다보니 반대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엔지니어링 일감의 대부분이 국토부를 위시한 발주처에서 발생하다보니 모든 제도가 전현직 공무원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직이 현직을 로비하고 현직이 다시 전직이 돼 그 다음 현직을 로비하는 구조가 수 십 년 간 계속돼 왔기 때문에 제도가 기형적으로 됐고, 법안이 이를 바로 잡으려니 반대를 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엔지니어링 주무부처지만 실질적인 발주자는 아니기 때문에 ②~④번 항목에 찬성을 했다.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진흥을 선택한 결과다.

국토부는 ①번 항목만 유일하게 찬성했는데, 큰 틀에서 엔지니어링을 국토부 산하로 개편하기 위한 포석 이상이하도 아니다. 결국 ②~③은 통과되고 ①~④은 폐기된 채 통과됐다. 최소한의 상식이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현재 김희국 의원은 ‘용역’을 ‘엔지니어링’으로 바꾸는 건진법 개정안을 내놨다. 복합적인 건설기술에 ‘용역’이란 용어사용은 부적절하다는 게 법안 취지다. 바뀌었어도 벌써 바뀔 내용이지만, 지난해 국토부의 반대로 법안은 부결됐다. 당시 박선호 차관은 ‘용역’의 의미를 ‘엔지니어링’이란 단어가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가 내놓은 엔지니어링 정책의 대부분이 발주처를 강화하고, 엔지니어와 엔지니어링사를 밑으로 두는 형태다. PQ조항 하나하나에 그들의 힘이 느껴진다. 이렇다 보니 국토부가 선진사례를 끌고 와 엔지니어링을 키우겠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솔직히 다 거짓말이고 이해충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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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2020-10-12 11:13:58
공감가는 기사 감사합니다.

업체 2020-10-08 15:17:43
좋은 기사, 공감가는 취재 감사합니다.
현 정부의 국토부에 대해 성토하려면 2박 3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건 건설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그놈의 슈퍼갑질하던 버릇을 내려놓지 못하니, 공사 공기업 직원들도 엔지니어링 업체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다루는 거죠.
이러니 인재들이 당장 연봉 조금 낮더라도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거나 공사 공기업 채용에 목숨을 걸고요.

대대적인 구조적 개혁/개선이 아니면 사실상 뜯어고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럴려면 장관 윗선에서 의지를 가지고 진행하지 않으면 안될텐데, 지금 모양새를 봐선,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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