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의 건설과 금융]금리와 환헷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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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의 건설과 금융]금리와 환헷지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20.10.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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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우, 해외 인프라 투자를 하게 되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환헷지를 체결한다. 해외에서 외화로 발생하는 수익을 종국에 원화로 환전하는데 있어서 특정시점의 환율을 미리 은행과 정해놓는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때 정해지는 환율은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금리와 해당국의 금리를 고려해서 정해진다.

개념상으로 우리가 1,000원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금리가 10%, 그리고 현재 환율이 1,000KRW/USD이라고 한다면 현재가치로 1달러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가 5%라고 가정해보자.
내가 원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1년 뒤에 내 수중에는 1,100원이 있을 것이다. 반면 1년 전에 달러로 환전해서 1년을 미국에 묵혀두었다면 1.05달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때 환율을 다시 계산하면 1,047.6KRW/USD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 우리가 은행과 1년짜리 환헷지 거래를 한다면 은행은 나에게 “지금은 환율이 1,000KRW/USD이긴한데 1년 뒤에 달러를 가져오시면 우리가 1047.6KRW/USD환율로 환전 해줄께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이자율평행이론(IRPR:Interest Rate Parity Theory)라고 하며, 47.6KRW/USD를 스왑포인트라고 한다. 스왑포인트가 (+)이면 프리미엄, (-)이면 디스카운트라고 부른다. 이 경우에는 47.6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해외 인프라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의 경쟁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슨말이냐하면, 대출이든 지분이든 특정 자산에 투자할 때에는 투자 시점의 재무모델을 통해서 어느 정도 수익률을 정하게 되는데, 만약 다른 투자자들보다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크기가 크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수익률의 하한선이 낮다면 투자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높은 수익률이 보장될 때는 그만큼 투자하고자 하는 기관이 늘어 경쟁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에 어떤 자산 10,000$을 투자해서 5년간 연 500$씩 수익이 나고, 5년 뒤에 8,000$에 매각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 투자자들의 USD기준 수익률과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KRW기준 수익률은 차이가 발생한다.

즉, 같은 자산이라고 할지라도 미국투자자들에게는 1%의 수익밖에 되지 않아 투자가 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환헷지를 통해서 거의 6% 수익률이 발생하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와 이렇게까지 금리차이가 발생하는 선진국도 없고, 미국 및 유럽의 기준금리가 하락한 만큼 우리나라 금리도 하락하는 바람에 금리차이가 발생하지 않아 예시와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최근처럼 코로나에 의한 급격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여 환율이 움직이는 때. 즉, 외국인이 팔고 나가는 주식 때문에 USD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이 이론이 맞지 않는다. 이런 타이밍에 안타깝게 헷지 거래를 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비정상적인 스왑포인트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때론 환헷지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 된다.

각 국의 기준금리와 환율이 인프라 투자에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인도와 중국, 터키 등과 경쟁해야하는 입장인 우리나라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해외로 ‘자본을 수출’하는 인프라 금융 투자자들도 금리나 환율에 의해서 동일한 나라와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활발하지는 않지만 해외에는 CI/OI 등 SI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Green field에 자신의 개발비를 투자하여 사업을 개발한 뒤, 어느 정도 상품화 된 사업을 다른 펀드나 투자자에게 넘김으로써 초과 수익을 버는 그런 회사들이 존재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회사들이 우리가 평소 Global Developer로 자주 언급하는 일본상사와는 다른 형태의 건설-금융 융합회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일본 상사들 중에는 SI로서 사업을 개발한 후에 이를 매각하거나 투자하는 FI를 같은 계열사로 두고 상사들이 개발한 사업의 매각/투자 우선권을 가지는 경우도 있으니 우리 엔지니어들이 준비만 한다면 더 나아갈 수 있는 분야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김재연 ㅣ글에 대한 의견은 이메일(laestrella02@naver.com)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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