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돈주자는 엔산법 개정안, 페이퍼컴퍼니 합법화 변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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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돈주자는 엔산법 개정안, 페이퍼컴퍼니 합법화 변질 우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0.10.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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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없고 자격만 갖추면 창업지원도 가능
업계 “중기부, 엔산업에 영향력 행사하려는 것”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중소 엔지니어링사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엔산법)이 페이퍼컴퍼니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인은 중소 엔지니어링사 우대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엔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중소 엔지니어링사 우대지원을 엔산법에 포함 ▲일정기간 ENG업계 종사자 창업 지원 ▲투자 목적 벤처투자조합 결성 근거 신설 등이 주요 골자다. 

개정안 자체를 놓고 보면 일순 긍정적이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기준 국내에 등록된 엔지니어링사는 6,529개사로 이 중 5,988개사(92%)가 중소기업으로 조사됐다. 대형사는 209개에 불과할정도로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업계에서는 수년전부터 국내 엔산업 시장 규모로 볼 때 업체 수가 과다하고 페이퍼컴퍼니도 부지기수여서 업계의 건전성을 위해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생업체수는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만 575개의 엔지니어링사가 새로 생겼다. 영업이익률이 평균 1%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돈만 챙기고 일 못하는 페이퍼컴퍼니로 해석된다. 

A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지원 대상이나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중소사에게는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회사들이 분명 있지만 업계를 좀먹는 페이퍼컴퍼니 때문에라도 개정안 도입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은 말 그대로 엔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법인데 개정안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실적으로 말해야하는 엔업계인데 자격만 주어지면 창업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페이퍼컴퍼니 양산을 합법화해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엔산업에 10년 이상 종사한자 또는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고 5년 이상 엔산업에 종사한자가 창업을 하려는 경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엔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법제도 개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C사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현금지원이 아니다”라며 “대가현실화, 발주처의 갑질, 업계 실정과 동떨어진 겹겹이 규제 등이 업계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힘 없는 엔산업을 둘러싼 정부부처간 신경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되면 엔업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지지에 엔산업 전반에 중기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이번 개정안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진흥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 대하여 반드시 중소벤처기업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D사 관계자는 “엔산업을 둘러싸고 국토부와 산업부가 매번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기부까지 중소기업 지원 카드로 영향력 행사를 하려는 모양새”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하는 입장에서는 눈치봐야 할 부처가 하나 더 생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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