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재판석에 앉아있는 꼴” 국토부, 벌점심의위 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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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재판석에 앉아있는 꼴” 국토부, 벌점심의위 규정 논란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0.11.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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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 규정, 사실상 발주처 직원 임명 합법화
업계, 규정안 별개 대응팀 신설 등 방안마련 분주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벌점부과 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벌점심의위원회 신설과 관련해 국토부가 사실상 결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법령을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부실공사 벌점산정 방식을 합산방식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합산방식 변경 ▲벌점부과 이의신청 시 위원회 심의절차 신설 ▲안전관리 우수 업체 인센티브 부여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중 위원회 심의절차 신설은 그동안 벌점을 받은 업체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벌점 측정기관(발주처)의 직원이 검토하던 것을 6명 이상의 외부위원이 함께 심의해 부과하도록 개정했다.

이는 이미 합산벌점 논란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안건으로 상정된 당시에도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당시 규개위에서는 “벌점심의위원회의 독립성 및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내년 1월 1일 개정안이 시행되는만큼 세부적인 운영 계획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건설업계에 보낸 건진법 시행령 심의위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취지는 실종됐다. 심의위 운영규정 제2장 심의위 구성에 따르면 ‘벌점심의위원회는 측정기관에 소속된 공무원, 임원·직원 중에서 측정기관의 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 벌점심의위원장과 6명 이상의 외부전문가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5조 위원의 자격 역시 ‘제2조제1항의 기관(측정기관)에 소속된 자로써 공사감독자, 부실측정 업무 담당자, 점검업무 담당자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발주처가 사실상 결과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A사 관계자는 “고소를 했는데 피고(발주처)인이 재판석에 앉아있는 꼴”이라며 “이대로라면 심의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나”고 강조했다. 이어 “발주처가 위원이 되면 사실상 부과부터 판정까지 논스톱이 되는 것”이라며 “이전보다 이의제기가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B사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중인)해당 발주처가 아닌 타 발주처 벌점 측정직원을 위원으로 넣겠다는 얘기도 있다”면서도 “벌점부과는 공무원들의 성과로 이어지는데 결국 발주처끼리 입을 맞춰 서로 심의위에서 도와기로 한다면 객관적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국토부는 현재 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업계는 심의위 구성의 부당함을 전달한 상태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규정안 논란과 별개로 업계는 벌점합산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형 C사 관계자는 “현재 별도의 대응팀 부서를 연내 신설할 계획”이라며 “규모와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D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도 “과거 비슷한 성격의 부서인 기술관리 팀을 부활시킬 계획”이라며 “발주처에 수주물을 내놓기 전 검토를 하는 품질관리 부서를 다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부서 신설 계획이 없는 회사들도 벌점폭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E사 관계자는 “벌점 관리를 위한 별도의 팀이나 인력충원 계획은 없다”면서도 “부서별로 1~2명 벌점관리를 하기 위해 경력있는 직급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겸임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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