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국토부 PMC의 의도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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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국토부 PMC의 의도와 한계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0.12.0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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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하노이. 하노이~하이퐁간 고속도로 실시설계 입찰이 한창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이 사업의 진행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사업에는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는데 한국도로공사도 엔지니어링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지분은 15%였지만 40% 지분의 엔지니어링사 이름은 쏙들어가고 도로공사컨소시엄으로 명명됐다. 공기업이 해외사업에 참여하면 지분률과 상관없이 주관사 역할을 하는 것은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도로공사컨소시엄이 낙찰됐는데 이상한건 떨어진 컨소시엄 가운데 몇몇 엔지니어링사를 자신 컨소시엄에 지분을 태워 끼워주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을 선보였다. 한국에서 발주처인 도로공사라라는 권력의 위대함과 SOC사업이 체계가 허술한 베트남 정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장소를 돌려 2013년 브루나이. 당시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PMC방식으로 PMB교량을 수주한 사건이다. 이때도 도로공사와 엔지니어링사가 컨소시엄을 맺어 따냈다. 그런데 수주해 놓고 보니 명분과 실리가 너무 좋았다. 원래 자신들이 한국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PMC인데다 도로공사도 엄밀히 회사인데 통행료 말고는 자신들 노하우로 버는 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주능력이 문제였다. 한국에서 PMC를 독점해 실적은 많았지만 설계능력이나 해외프로젝트 관리능력이 미미하다보니 단독수주는 불가하고 엔지니어링사에 기대야 했다. 무엇보다 일을 하든 말든 월급 나오는 것은 똑같고 민간회사처럼 실적에 의해 잘려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절실하지 않았다.

그래도 밀리기는 싫어 국내 발주처의 갑 지위를 이용해 프로젝트 현장에서 군림했다. 엔지니어링사는 좀 못한다고 불평하면 국내 수주에 지장을 미치니 답답하고 짜증나도 ‘예예’하며 뒷수발을 들어야 했다. 도로공사뿐만 아니라 수자원공사, LH공사, 국가철도공단 등 모든 발주처에서 똑같이 발생하는 현상이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군장하나 더 들고 전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7년 후 국토부는 건설엔지니어링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기획에서 설계, 감리, 유지보수까지 통활하는 PM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용역’이라며 폄훼하는 분야였는데, 여기저기서 얘기를 듣다보니 자신들이 줄곧 하던 PM과 용역을 잘 섞으면 무엇인가 새롭고 참신한게 나올것이라 판단한 듯 보인다.

여기에 ICT다, 융합이다 좋은 말 조금 보태면 보기도 좋고 보고하기도 좋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창출로 국토부와 산하기관 전관을 엔지니어링사에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PM을 도입하는 국토부의 자세는 우선 ‘타분야와 융복화 될 수 있도록 한다’고 운을 떼고 엔지니어링산업법에는 우선해야 한다는 우선주의를 채택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종합업이라는 업역을 신설해 타분야의 좋은 것을 흡수한 뒤, 벽을 치는 행태로 정책을 밀어붙인다. 정작 PMC를 시행하는 글로벌 선진국은 애초에 업역이라는 것도, 대한민국 국토부와 산하공기업 같은 방대한 발주처도 없는데 말이다.

국토부가 진정 PM사업을 통해 엔지니어링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행정안전부 안에 국토국이나 국토과로 축소시켜야 한다. 또 각 국토관리청과 산하공사를 해체해 민간엔지니어링으로 편입시키고 행안부가 직접 엔지니어링사에게 PMC를 발주하면 글로벌 기준에 맞게 된다. 그런데 대충 봐도 현시스템에서 불가능해 보이지 않나. 그러니 PM제도를 도입하자는 국토부의 방안은 허구일 공산이 99.9%다.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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