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BIM 설계비 20% 인상? 안받고 안하는 것이 맞다
상태바
[발언대]BIM 설계비 20% 인상? 안받고 안하는 것이 맞다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21.02.05 15:01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종 비아이티솔루션 대표
이석종 비아이티솔루션 대표

공공 발주처들이 속속 BIM설계를 의무화하면서 BIM 설계대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설계비 20%인상 이라는 기사가 보도됐지만 엔지니어링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지난 1월 27일 e-대한경제는 'BIM 설계대가, 2D 설계비보다 평균 20% 오를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출했다. BIM을 적용하면서 설계비가 20%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일단 20%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시설의 설계비는 기재부에서 예산으로 관리하는데 기재부는 20%를 올려줄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대가는 엔지니어링진흥법과 국토부의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은 기재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또 엔법과 건진법에서 설계비는 실비정액가산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공사비 요율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기재부가 공사비 요율을 적용해서 설계비 예산을 책정하는 한 BIM업무를 추가 업무로 봐서 설계비를 올리는 어렵다. 왜냐하면 BIM으로 설계를 한다고 해서 공사비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설계비 변동도 있을 수 없다.

엔지니어링사 경영진들은 BIM 추가 업무를 수행하고 얼마 정도의 설계비를 인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를 안받고 BIM을 안하는 것이 맞다.

BIM은 프리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이라고 부른다. 시공하기 전에 가상으로 시공을 해본다는 의미다. 시공 오류를 줄여서 시공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BIM은 설계자가 하는 것이 맞을까? 시공자가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 질문을 바꿔보자 Pre-Consstruction은 설계자가 잘할 수 있을까? 시공자가 잘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시공자가 더 잘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BIM은 시공사 업무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일부 프로젝트는 설계단계에서 발주처가 BIM을 적용하기도 하지만 낮은 LOD를 적용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LOD는 Level of detail의 약자로 상세 정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해외와 다르게 BIM업무를 설계자의 업무로 부담시키는 것일까? 사실 BIM 업무뿐만 아니라 시공자의 업무가 설계자에게 넘어온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설구조물설계, 공기산정, WBS(물량분개), DFS(설계안전성검토) 이 항목들은 대부분 시공자의 업무였는데 최근 10여 년간 설계자의 업무로 넘어왔다.

물론 설계자 입장에서 이 항목들을 처리하는데 추가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가는 제대로 지불되지 않고 있다. 실비정액가산방식 상으로는 추가 업무에는 추가 비용이 따르지만 예산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발주처는 아예 항목을 반영하지 않거나 반영하더라도 예산에 맞춰 터무니 없이 낮은 대가로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설계자는 결국 10원 더 받고 100원어치 일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시공자의 업무가 설계자의 업무로 넘어오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설계라는 개념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설계라고 하면 시공할 수 있는 도면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해외에서 설계는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설계단계에서 하는 설계와 시공단계에서 하는 설계다.

설계단계의 설계는 목적구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검토를 하고 결정하는 업무이고, 시공단계의 설계는 현장에 맞게 상세설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설계는 오직 설계단계의 설계만 있다. 그래서 시공단계에서 해야할 상세설계에 해당하는 BIM, 가설구조물설계, 공기산정, WBS, DFS이런 것들이 모두 설계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설계비를 20%씩이나 올려주는데도 BIM을 안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A/S 때문이다. BIM은 설계사를 A/S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트리거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2021년 현재 엔지니어링회사가 힘든 이유는 A/S때문이다. 시공 중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결정사항들에 대해서 설계자에게 '원설계자의견'을 요구하고 있다. 시공자가 설계의 오류나 개선사항을 찾아서 설계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변경의 결정권자인 감리자와 발주처가 설계변경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원설계자의견'을 받는 것이다. 원설계계자의견은 단순한 종이 한 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검토를 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투입된다. 설계가 끝나고도 시공하는 내내 시공 컨설팅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계자가 BIM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설계자가 시공상세에다 4D(공기), 5D(공사비)까지 추가된 올인원 성과물인 BIM을 납품하게 되면 원설계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A/S를 해야 할 것인다. BIM 예찬론자들이 말하듯 모든 것이 BIM에 들어있으니 시공 중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그것을 작성한 원설계 책임이 되는 것이다.

혹자는 올인원 BIM을 설계사가 작성하면 무엇이 문제냐고 주장하지만 설계와 시공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건설이 제조업과 다른 것은 현장의 변동성이다. 설계단계에서 상상으로 모든 걸 정해 놓으면 시공자는 현장의 변동성은 반영할 수가 없다. 시공자가 현장 상황에 맞춰 판단할 것들이 모두 몇 년전에 시공을 해본 적도 없는 설계자가 결정한 사항을 따라야 한다. 이것은 엔지니어링의 발전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시공자의 자율적인 결정을 빼앗아 시공능력 또한 떨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토부는 BIM을 만병통치약으로 광고하지 말고 우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설계와 시공을 명확하게 분리해야 한다. 그것이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이석종 비아이티솔루션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정석 2021-02-09 04:20:07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의 글입니다.
BIM 업무 주체와 진행방향 설정에 관한 내용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에 대한 체제(발주처 및 발주업체 구성원 역량개선, 행정, 입찰방식, 엔지니어가 속한 조직구성 등)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나아 질거라 기대해 봅니다.

h 2021-02-08 11:42:03
우리 엔지니어들의 말을 들어주실 기다리기만 한다고 그 날이 올까요?
엔지니어가 직접 나서야하겠지요.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대변할 조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의 조직이 변협이나 의협처럼 하나되어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박흥식 2021-02-05 17:46:24
항상 토목구조를 위해서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

김기혁 2021-02-05 17:02:33
이젠 눈도 점점 침침해 지는데...
BIM은 언제 또 배워서.... 한숨만 나옵니다.

이계욱 2021-02-05 16:23:23
200% 공감합니다. 발주처든 기재부든 엔지니어의 얘기를 듣기 보다는 그들의 틀 안에서 관리하는 관리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언제쯤 우리들의 얘기에 귀기울려 줄까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