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땅투기 다이아등급 LH, 단두대는 P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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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땅투기 다이아등급 LH, 단두대는 PM이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03.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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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조선시대 육조는 최고행정기관인 의정부 소속 영의정, 좌우의정 다음가는 세력가였다. ‘이호예병형공’ 뒤에 판서가 붙는 육조는 정2품에 해당하는 장관으로 국가의 비상사태때 열리는 비변사, 지금의 NSC에 해당하는 기구에 의정부와 함께 논의에 참가할 수 있는 초엘리트 관직이었다. 

이 중 끝자락인 공조판서는 건축, 토목, 산림, 주택 등을 담당하는 자리로 지금의 국토부, 산업부, 해수부 정도가 된다. 당시만해도 ‘사농공상’의 논리에 별볼일 없는, 구색맞추기용으로 껴준 정도라는게 정설이다. 똑같은 장관이었지만 비변사 회의에서 공조판서는 제외돼 실세는 의정부와 오조가 맞다. 

500년 뒤 대한민국에서 공조판서의 위치는 이제 18개 행정부 중 기재부 다음으로 서열 2, 3위를 다투는 권력조직 국토부가 됐다. 그 힘은 국민 주거안정에 특화된 산하 LH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땅투기 다이아등급을 달아줄 정도로 커졌다.  

베테랑 검찰이 아닌 경력 제로의 중수처가 처음 맞이하는 사건이 역사에 기록될 LH게이트라는데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누가해도 수년, 수십년 뒤 같은 사건이 재발될 것이라는 예상을 모두가 한다. 기대감이 없다. 제도개혁을 통해 지금부터 근절시킬 방법은 있다. 최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PM도입은 땅투기와 같은 공기관 부패의 단두대가 될 수 있다. 

현재 논의중인 PM은 건설엔지니어링사 주도하의 통합발주 시스템이다. 현재는 발주처 주도의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이다. 밑그림(기획)을 발주처가 그려주면 엔사는 설계만 한다. 기획 단계를 발주처가 주도하다보니 이번 LH게이트처럼 공적정보를 이용한 땅투기의 단초가 된다. PM이 도입되면 기획부터 엔사가 주도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리한 제도가 국내에서는 발주처와 관계, 덩치 큰 시공사의 로비 등으로 시스템화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주처가 엔사에 권한을 완전 이임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최상위에 군림하고 있는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해외에서는 발주처=PM 인식이 완벽하게 이식돼 있다. 처음 해외 PM으로 나간 엔지니어들이 지시만 기다리다가 발주처로부터 “왜 일 안하냐”는 핀잔을 듣는 해프닝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엔산업의 현실이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현재 들려오는 PM도입 논의의 수준은 기대 이하다. PM의 정석은 발주의 전 과정이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와 엔업계가 논의중인 단계는 범위와 권한을 어디까지 할지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지금보다야 발주처 권한이 축소되기는 하겠지만 확실한 건 해외수준의 PM도입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나를 내어주고 다른데서 갑질할 수 있는 이상한 구조의 한국형 PM이나 안나오면 다행이다.      

사방이 우려로 가득찬 속에서 최근 용역이 엔지니어링으로 바뀐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수십년을 주체 없는 심부름꾼 용역으로 살다가 이제 겨우 엔지니어링으로 본 이름을 찾았다.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지만 PM도입 논의가 철수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프랑스혁명의 단두대처럼 PM이 앙시앙레짐(구제도)을 뿌리뽑을 수 있는 상징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이 기회다. 시작이 반인만큼 제대로 만들어 도입해야 한다. 여당이 추진하겠다는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은 지긋지긋한 규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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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2021-03-19 14:22:33
'엔사', '엔업계' 가 뭡니까? 기자님이나 엔지니어링 본 이름 으로 기사 작성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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