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LH, 투기만 잘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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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LH, 투기만 잘하겠냐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1.03.24 17:24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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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정보를 이용한 LH직원들의 조직적인 투기가 온 나라를 뒤집어 버렸다. 핵심은 현 정부의 실정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라는 LH는 내부정보로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니들도 꼬우면 LH 들어오든가”라는 조롱성 댓글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여론조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중도층 반은 돌아섰다고 봐도 된다. 이런 와중에 ‘아파트 15채 싹쓸이 한 LH직원 공기업 감사로 재취업’, ‘갑질해 뒷돈 챙긴 LH 직원들···작년 비위 적발 1,024건’과 같은 LH 갑질, 부패 사례가 보도돼 국민들의 공분을 더욱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만 잘하느냐? 다른데는 모르겠고 엔지니어링업계만 보면 이들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 알 수 있다.

중견급 A 엔지니어링사를 보자. 발주청 출신이 분야별로 1~2명 배치돼 있는데 유독 도시계획 분야만 8명이고 모두 LH 출신이다. 수 년전부터 PQ기준이 낮아지면서 전관은 주로 대관업무에 투입됐는데, LH 출신들은 사업책임자로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중이다.

비밀은 LH가 발주하는 단지사업은 오직 LH출신만 사업책임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LH공사의 PQ기준은 ‘사업책임기술자의 경력은 건설기술자 경력증명서 상에 기재된 건설공사의 참여기간(인정일)을 합산하여 연단위로 환산한다’로 명시돼 있다. 여기서 타 발주처 평가기준에서 볼 수 없는 ‘인정일’이 나타나는데 LH공사는 오직 단지사업을 수행한 실제 일수만을 경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B라는 엔지니어가 1년간 단지 1건, 도시계획 2건을 동시에 수행할 경우 LH공사는 엔지니어 B의 경력을 1/3만 인정한다. 즉 LH출신이 아니고서는 절대 PQ에서 경력만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란 말이다. 만약 엔지니어 출신이 열심히 경력쌓아 80살 정도에 만점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만의 짬짜미에 들어가지 못하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현시점까지 바뀐 것은 전혀 없다.

타 발주처가 은근한 영향력을 통해 전관을 심는 것과 다르게 LH는 법적 제도적으로 전관들이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 놨다. 통상 영업용 전관들은 3년 내외에서 효용성이 다하지만, PQ에 제도를 명시한 LH전관들은 이름 걸어놓는 방식까지 사용하면 사실상 죽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업계 포진한 LH출신 전관은 25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타 발주처 3~4배 이상의 수치다. 연봉은 재택근무 6,000만원, 내근이면 1.1억원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3년간 취업제한 있는 공무원들과 다르게 LH출신들은 공기업이라 바로 입사가 가능하다. LH가 배짱장사 할 수 있는 것은 도시계획분야에서 단지설계 발주건수는 20%에 불과하지만 발주금액은 50%이상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타 전관들은 업체가 원해서 데리고 오는 것이고 LH전관은 LH에서 제도적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죄도 계획범과 우발범은 형량자체가 완전하게 다른데, LH야말로 법과 제도를 이용했으니 계획범이나 다름없다. 현직 때는 내부정보 투기로 수 십억 벌고, 퇴직 후에는 놀면서 억대연봉을 받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 중에 LH만큼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에 근접한 곳이 있을까 싶다.

LH투기가 집 없는 20~30대에게 박탈감을 줬다면 LH의 시스템화된 전관은 모든 엔지니어들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 LH의 견고한 전관시스템은 ‘인정일’을 빼 버리고, 엔지니어가 주도할 수 있도록 PQ를 바꾸면 바로 무너져 버린다. 하지만 영생을 약속한 이 조항을 LH가 설마 스스로 빼 버리겠나. 어차피 개선하지 못하니까 상급기관인 국토부, 그것도 아니면 감사원, 청와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LH로 정권 무너지기 전에 말이다.

정장희 엔지니어링데일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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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2021-03-31 11:17:35
정창희 기자님 정말 응원합니다. 항상 깊숙히 정곡을 찌르는 기사를 써주시니 바뀌지는 않더라도 이런 사실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화이팅!!!

기자나도한다 2021-03-29 19:24:42
지금정권이니 그나마 이런거 찾아서 근절대책 세우는거지. 엔지니어링 전문기자 당신도 이문제는 소실적부터 알았을 터인즉, 여태 입쳐다물다가 어디서 큰어른신인척 쌉소리 치는지원...

박용수 2021-03-26 21:11:00
법과 제도적으로 전관들이 꽃길을 걷는 곳이 비단 LH뿐만이겠는가?
국토부와 5개청, 수자원공사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 철도와 항만

박종걸 2021-03-26 14:30:11
우리회사 LH전관 16명이다. 600명짜리 회사에. 이 사람들 아무것도 안한다. 진짜다. 그런데 사책은 다 이사람들이 한다.

하하 2021-03-26 12:55:25
정창희 기자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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