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교량, 카피하면 그만” 디자인 저작권 실효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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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교량, 카피하면 그만” 디자인 저작권 실효 ‘사각지대’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06.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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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심사위원 등 도면 도용 경각심 無
법조계 “사용권 제한적, 소유권 명백한 창작자 것”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토목디자인 분야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바닥으로 무단 도용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교량 경관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이디아이환경디자인은 최근 전라남도가 발주한 '경도지구 진입도로(연륙교) 개설공사'에 컨소시엄으로 참가한 바름디자인 등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사업은 해상교량 2개소(L=960m) 공종을 포함해 총 1.346km 왕복 2차로 도로를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약 1,082억원으로 추정된다. 바름디자인은 이번 경도지구 사업을 수주한 남양건설 컨소시엄에서 교량 경관설계를 맡았다. 

문제가 된 것은 바름디자인이 제출한 디자인이다. 이디아이환경디자인은 지난 2013년 '오만 마시라 교량 프로젝트'에 참가해 사장교, 아치교가 포함된 2개 교량 설계 디자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경도지구 사업에서 바름디자인이 제시한 2개 도면이 당시 제출한 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게 이디아이환경디자인의 주장이다. 당시 오만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직원이 지난해 바름디자인으로 이직하면서 도면 유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오만 프로젝트에서는 문제의 디자인이 최종안으로 선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양건설 컨소시엄의 수주로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이디아이환경디자인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디아이환경디자인 관계자는 “남양건설 컨소시엄이 경도지구에서 제출한 디자인은 우리가 진행한 오만 프로젝트 초기 아이디어에 구조적 검토를 거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사업들에 대해서 무단 도용을 문제삼지 않는다면 국가가 직접 나서서 도둑질을 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입찰안내서에 디자인 도용방지를 위한 문구들이 삽입돼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익산국토관리청이 발주한 ‘압해~화원’ 프로젝트나 올해 도로공사의 ‘안산~인천 고속도로 건설공사 기본실시설계 2공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시공사, 대형ENG사 등 상대적 갑에 위치해 있는 자들의 디자인 도용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이미 제시됐거나 완공된 것을 그대로 카피해 신규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15년 조달청이 발주한 ‘전라남도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진입도로 연결교량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입찰에 참가한 대림산업은 2012년 개통한 중국 항저우의 지우바오 교량을 그대로 카피해 설계점수 1위를 받아 실제 완공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중견 ENG사 관계자는 “시공사던 엔지니어링사던, 심지어는 정부기관이나 심사위원들조차 디자인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라며 “교량을 예로 들면 현수교나 아치교나 사장교나 어차피 디자인이 뻔하다는 인식이 강해 이러한 문제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낙찰된 프로젝트에 한해서 지적재산권 사용권만 갑에 귀속될 뿐 소유권은 엄연히 창작물을 만든 회사에 있다”라며 “사용권 또한 계약목적으로서만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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