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학, 휴머니즘으로 도시민 ‘힐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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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학, 휴머니즘으로 도시민 ‘힐링’해야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01.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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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전문성, 윤리성 필요… 발주자에게 소신있게 ‘NO’라고 할 수 있어야
발주자, 엔지니어의 전문성 인정하고 다양한 견해 민주적으로 반영해야 해

[인터뷰]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김갑성 학과장

“도시공학을 공학적 측면으로만 접근하고 하드웨어만 갖춰서는 안 된다. 인간적 문화가 녹아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거주민이 살며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이상적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도시개발전문가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학과장 김갑성 교수의 도시철학이다.

작년 한해 한국 사회에서는 ‘힐링’이 화두였다. 부탄,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반면,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아무리 도시를 그럴듯하게 개발해도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이 행복하지 못하면 무의미하기 때문에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콘텐츠를 도시개발에 반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김갑성 학과장은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사가 기술력, 전문성, 윤리성 등의 자질을 키우고 소신있게 사업초기단계부터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안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엔지니어는 도시에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도시민을 위한 도시를 개발해야지, 발주자의 예스맨이 되어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연세대 도시공학과 학과장 김갑성 교수 *약력 - 연세대 건축공학 학사, 美UPENN City and Regional Planning 석사, Regional Science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공사, 조달청, 지자체 등 발주사업의 PQ 심사위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업적격자를 선정하는 본인만의 기준과 그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우선, 엔지니어링사는 아무리 정부나 지자체 등 발주청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타당성조사, 기본설계, 실시설계 등 사업초기단계부터 발주청에게 과학적, 객관적 소리를 내야한다. ‘NO’라고 해야 할 때 과감하게 ‘NO’라고 하는 소신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 SOC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위해 PMC, CTC 등 고부가가치 SOC사업을 이끌 수 있는 엔지니어링역량을 키워야만 한다. 때문에 국내에서 엔지니어링사 스스로 사업적격여부 등을 사업전체에 반영하는 경험과 역량을 키워야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엔지니어링사의 의지가 반영되기 어려운 환경도 개선해야한다. 발주청의 자기혁신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발주청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전문성을 키우고 다양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한다고 본다. 단순히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비록 상충되는 의견이 있다 해도 최종결정은 객관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내리면 된다. 이처럼 사전에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사후검증을 할 때에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4대강의 경우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높여 경제성은 있었으나 객관성,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예외규정을 이용 치수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지나치게 간소화하고 우회했다. 그러나 사후 논란이 예상됐던 만큼 사전에 충분히 논했어야한다. 효율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엔지니어링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발주청의 의지대로 사업을 추진한 면이 있다. 

- 새해에도 국내 SOC발주물량이 줄어들 것은 명약관화하다. 때문에 엔지니어링사에게 해외역량강화는 지상과제가 된지 오래다. 이를 반영해 지난 10월 LH는 해외도시개발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명분이 좋기 때문이다. 타국을 침략한 역사가 없는 한국은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 진출 시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해 상대 정부를 설득할 때 동반성장이라는 취지를 잘 전달할 수 있다. ODA는 막대한 자금만 쏟아 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여국의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본다. 학계에서도 LH센터와 보조를 맞춰 해외도시개발관련 대학원을 출범하는 등 한국형 도시 해외수출과 ODA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연세대는 국토부의 지원으로 U-Ctiy 특성화대학 석박사과정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도시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타지역과 차별화 할 수 있는 해당 도시만의 콘텐츠 개발이 선행돼야한다고 본다. 하드웨어인프라를 개발해 홈 오토메이션이 동작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치안, 보안,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고려해 IT융합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물론 콘텐츠 선정은 발주청이 할 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링사가 할 수도 있는 영역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링사가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창의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발주처는 이를 국토연구원, 대학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토하면 될 것이다.

- 지난 11월 1004명의 SOC전문가의 박근혜 후보 공개지지선언 당시 김 교수께서도 함께했다. 그만큼 차기정부에 대한 기대가 클 것으로 본다.
이공계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과학기술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인사가 기대된다. 그러나 현 정치인들이 복지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학등록금, 양육비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SOC수준이 완비됐는지도 돌아봐야한다. 폭염, 한파로 예비전력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상하수도 보급률도 낮고 단수 및 누수사고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공공성 있는 SOC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 취약지역 등에 대한 지원도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남북경협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며, 북한에 SOC에 투자를 한다면 향후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퍼주기 식의 지원으로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오용될 수 있는 남북경협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북측에 SOC 인프라가 깔리면 역으로 우리 군이 북진할 때 도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OC 남북경협은 관점에 따라 꼭 반대만 할 사안은 아니라고도 해석된다.

- 향후 도시 트렌드와 주목하고 있는 도시모델이 있다면.
먼저 신도시사업은 지고 도시재생복원사업이 뜰 것이다. 미국은 1925년 건설된 Interstate Highway가 지속적인 개보수과정을 거쳐 현재까지도 운용되고 있다. SOC 건축물의 생애주기별 차이가 있겠지만 글로벌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재정건전성 강화의 측면에서도 도시재생복원사업으로 지속가능개발을 추구해 나갈 것으로 본다.

또한, 신도시는 개발한다 하더라도 기존도시(모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여 모도시의 경쟁력을 죽이는 소위 ‘빨래효과’가 나면 안 된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큰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세종시 개발은 인근 대덕, 오송, 오창 등과 시너지효과를 내서 범충청권의 성장을 이끌고, 궁극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본다.

이 같은 환경변화에 엔지니어링업계는 민첩하게 대응해야한다. 국내 발주물량이 급감했고 향후 전망도 어두운 만큼 해외사업역량 강화에 힘써야하며, 도시재생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공종의 구조조정과 다각화에 힘써야한다. 특히, 과거 도로가 주사업이었다면 중장기적으로 철도 등 분야로 다각화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대학 강의를 통해 도시특색을 잘 살리고 보전하며 하이테크를 접목시키는 사례를 설명하곤 한다. 한 예로 독일 남서부 라인강이 흐르는 인구 23만명의 ‘프라이부르크’는 압축성장으로 상징되는 한국형 도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도시로서 점진적으로 환경과 지속성을 함께 개발하는 특징이 있다.

- 현재 도시계획학회 ‘지자체 자문 및 국토도시포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60여명의 도시계획학회 동료들과 함께 재능기부 형태로 도시정책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교통비 등 실비를 지원하고 참여 교수, 대학생들은 무료로 컨설팅용역을 제공한다. 작년 3개 지자체를 선정해 6개월간 도시별 장단기 발전계획 수립 등 무료컨설팅을 제공했다.

이런 활동은 낙후지역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재능기부자 입장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대학생에겐 직접 현장에서 전공지식을 활용하며 실무와 이론을 비교하고 배움의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휴머니스트 도시개발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 학과장은 인터뷰 내내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강조했다. “이는 절대 엔지니어 개인의 역량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제다. 때문에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주위사람들과 '인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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