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 수준의 PQ
상태바
[기자수첩]일본 수준의 PQ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07.20 13:36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코로나는 전세계 국가 행정부의 능력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초반에는 한국이 K방역으로 주도권을 잡나 싶더니 마침표는 백신을 앞세운 미국이 찍고 있다.

코로나를 두고 전세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경쟁을 펼치고 있을 때 전세계 탑5 경제대국 일본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일본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극악의 행정능력을 보이면서 하루 수천명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다. 1년 밀린 도쿄올림픽은 시작도 하기 전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이 코로나 앞에 무능력하게 무너진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서류화 기반의 행정을 꼽았다. 오죽하면 양식이 다 다른 공무원증 하나를 통일시킨게 화제가 될 정도니 수준을 알만하다.

일본입장에서 변을 좀 해보자면 디지털망을 여기저기 깔기에는 1억2,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의 고용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교대상이 디지털부문 전세계 끝판왕 한국인 것도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걸 감안해도 일본의 디지털화는 심하게 뒤쳐져 있다.

한국도 완전히 해방됐다 할 수는 없지만 서류 중심 문화는 대체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미 웬만한 회사들은 디지털화를 도입해 전자결제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결국 코로나 상황에서 큰 혼란 없이 비대면 재택근무도 활발해졌다. 디지털강국의 위풍당당한 기세다.

하지만 한국도 서류화를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 있는데 국회다. 국감때마다 사용된 종이로 수십만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수백억원이 버려지고 있다는 기사는 매년 단골뉴스다.

업계로 확장해보면 빼놓을 수 없는게 엔지니어링사다. 입찰을 하고 사업을 따기 위해서는 수천장의 PQ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4차산업혁명과 고부가가치의 일선이라는 엔지니어링사들을 가보면 프린터, 팩스는 기본이고 수백, 수천가지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러한 업계의 고단함을 풀어주기 위해 국토부가 최근 PQ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 규제혁신 3.0을 공개했다. 분명 PQ서류 간소화인데 페이지를 없앤다던지 혁신적으로 줄인다던지 하는 내용은 없다. 뭐가 간소화인가 봤더니 제출서류에 필요한 원본대조필, 직인날인 등 요구사항을 원본대조 확인각서로 대체하는게 전부다.

일반적으로 사업 하나에 들어가는 PQ서류만 1,000페이지가 넘는다. 대형사들은 사업을 따던 못따던 연간 500여건의 PQ를 써내니 어림잡아도 종이만 50만페이지에 비용도 수십억이다. 그래서 PQ실무자들의 노동강도는 주52시간이 도입된 현재나 예전이나 다를게 없다. 재택근무도 남일이다.

작업과정도 만만치 않다. 사업 하나에 발주처 공무원들이 페이지를 한 장씩 다 검토하는지 모르겠지만 PQ실무자들은 하나라도 놓칠수 없다. 중복도니 뭐니 맞춰야하고 발주처 만점 기준도 제각각이라 보고 또 봐야 한다. 재수가 없어 걸리면 누락에, 허위에 벌점맞고 퇴짜맞기 일쑤다. 좀 과장하자면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인 PQ팀의 일상이다. 필자가 실무자라면 이번 PQ간소화는 짜증나는 일이다.

PQ는 사전입찰참가자격으로 말 그대로 최소 수준의 커트라인이다. 실적과 엔지니어의 신상만 명확하다면 더 볼게 없다. 온라인으로 대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관료제 특성상 서류를 포기 못하겠다면 최소한 가격입찰 후 우선순위 업체에게만 PQ를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세부PQ평가에서 허위가 나오면 그때 가서 벌점을 먹여도 된다.

진정으로 개선을 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PQ서류는 단번에 간소화될 수 있다. 다만 진정일 때가 그렇다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 2021-07-20 20:57:42
직접제출하는것도 미칠노릇
전산화 간소화 좀 하자 하

박용수 2021-07-20 18:20:28
제안 1
PQ : Pre-Qualification의 액면 그대로의 정의대로
사전에 자격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인데
자격을 갖춘 업체들은 가격경쟁에서 일단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자격기준에 들어오는 업체들은 사실 기술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

제안2
10억이하는 무조건
가격경쟁을 먼저하고
PQ를 제출하면
PQ팀의 인건비와 직간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조달청은 5억이하는 거의 사후PQ로 진행하고 있는 점을 참고 하였으면 한다.

dms 2021-07-28 10:37:44
현실을 잘 반영한 좋은기사네요

김영희 2021-07-22 08:32:18
특히 심한곳이 인천시 인허가도 도면을 또 첨부 하라고

행운의 사나이 2021-07-27 08:52:54
이나라를 그리스꼴나게 공무원이 모든걸 간섭 간섭 간섭
그리고 경쟁력있게 살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