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졸업생 92명 중 엔지니어링사 취직은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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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 졸업생 92명 중 엔지니어링사 취직은 ‘0명’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1.07.21 09:03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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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사 피하는 이유는 ‘워라밸’, ‘연봉’ 
인서울 대학교는 지방대보다 기피 심해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저희는 엔지니어링사 취직은 아예 생각 안합니다. 동기들 중에도 엔지니어링사에 입사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토목공학과 졸업생들이 엔지니어링사를 외면하고 있다. 졸업생은 엔지니어링사 취직을 피하는 이유로 흔히 ‘워라밸’이라고 하는 업무 환경과 낮은 연봉, 사회적 지위 등을 들었다,

21일 본지가 경상·전라권 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생 취업현황을 집계한 결과 엔지니어링사 취업률은 공기업에 밀려 시공사,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따라 엔지니어링사 취직률이 0%인 곳도 존재했다. 인서울 대학교는 공식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았지만, 지방대보다 엔지니어링사 기피가 더 심했다.

조사한 대학은 총 6개로 엔지니어링사 취업률은 20% 수준이다. 반면 ▲공기업 28% ▲시공사 20% ▲공무원 19% ▲대학원, 자영업 등 기타 13%로 나타났다. 졸업생 절반이 엔지니어링사에 취직한 학교가 있어서 평균치를 끌어올렸는데, 해당 학교를 제외하면 엔지니어링사 취업률은 평균적으로 10% 초반대였다. 

국립대학교인 P대는 지난해 토목과 졸업생 92명 중 ▲공무원 13명 ▲공기업 38명 ▲대기업 2명 ▲중견‧중소기업 10명으로 총 63명이 취직했다. 이 중 엔지니어링사에 취직한 졸업생은 0명이었다. 지난 2010년 졸업생 55명 중 5명이 엔지니어링사에 취직했던 것보다 더 줄어든 수치다.

2019년 44명이 취업한 부산지역 사립대인 D대학교는 13%인 6명만이 엔지니어링사에 입사했다. 공사와 공무원은 각각 12명, 10명이 합격했다. D대학교 토목과 홈페이지서 타 분야 취업 수기는 볼 수 있지만, 엔지니어링사 취업 수기는 없었다.
 
또 다른 부산지역 E대학교는 ▲관공서 4% ▲건설회사 39% ▲설계회사 28% ▲기타 29%라고 전했다. 정확한 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전북지역 사립대인 G대학교는 지난해 졸업생 중 37명이 취업했다. 이중 엔지니어링사는 37%인 14명, 시공사 11명, 공무원 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지역 J대학교는 ▲시공사 10명 ▲공무원 3명 ▲공사 1명 ▲연구원 1명 ▲엔지니어링사 2명 등의 분포를 보였다.

엔지니어링사 입사자가 가장 많은 경우도 있었다. 전북지역 사립대인 W대학교에서는 지난해 졸업생 중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47%가 엔지니어링사에 입사했다. ▲공무원 12명 ▲공사 6명 ▲엔지니어링사 20명 ▲시공사 4명으로 엔지니어링사 취업률이 제일 높았다. 

인서울 대학교에서도 엔지니어링 업계 기피는 더 심각했다. 지난 2018년에 Y대학교 토목과를 졸업한 A씨는 엔지니어링사 취직은 선택지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연봉과 강도 높은 업무 환경 등 워라밸이 엔지니어링 업계 취직을 꺼리는 이유라고 했다.

현재 대기업 설계 직무서 일하는 A씨는 “설계 직무는 시공보다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설계 쪽에 근무하지만, 굳이 엔사를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시공사나 공기업에 비해 연봉, 워라밸, 복지가 달리는데 가고 싶은 사람이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동기들 중 30%는 시공사, 30%는 공무원‧공기업, 30%는 전과나 편입, 나머지 10%는 대기업을 지원한다”며 “동기들이랑 얘기해보면 엔지니어링사는 아예 배제하고 있고 엔지니어링사에 합격했던 후배들도 결국 공기업으로 이직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소재 K대학교 재학생 B씨는 “워라밸도 좋고 연봉도 높은 수도권 소재 공기업을 가장 선호한다”며 “빠르면 3학년 2학기 때부터 ncs등 공기업 시험 준비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이 공기업 장점을 주로 설명해줘서 엔지니어링사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요즘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라고 했다.

대한토목학회는 지난 1월 학생과 업계 종사자로 구성된 협회원 1,133명을 대상으로 토목공학 업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토목공학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건설산업의 퇴조’를 57.7%로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후진적 기업문화’가 35.1%, ‘사회적 지위의 약화’가 34%, ‘낮은 수입’이 33.1%로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최근 엔지니어링업계 임금이 많게는 20% 가량 올라 대기업을 제외한 시공사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높다. 특히 신입기준으로 9급 공무원과 비교하면 확실히 높다”면서 “52시간 시행으로 워라벨도 좋아졌는데도 엔지니어링 기피가 계속되는 것은 발주처 갑질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임금이 오른 현재 신입사원 이력서를 받아보면 이 연봉을 주고 뽑아야 하나라고 할 정도로 참담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생 취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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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2021-07-30 15:24:26
진짜 반성많이 해라 보고 있나 윗대가리들

근육맨 2021-07-29 13:23:34
20년 넘도록 이계통에 있어봤는데...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스펙타클했었고 내일은 또 어떤일들이 나를 괴롭힐까? 하는생각에 잠못이루고~
사람이 하는일이라 실수도 있으련만 무슨놈에 벌점에~ 하자에~ 소송에~ 정말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그로인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불안정해진 내몸둥이 하나하나에 너무도 미안한감이 이제서야 느껴지네요~

지오지오 2021-07-28 09:26:31
이러다 나중에 보행보조기 끌고 설계(실무)하러 다니게 생겼음

K 2021-07-27 09:54:36
엔지니어들도 리더가 있어야 겠습니다. 의사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 [의협]은 아주 이기적일만큼 의료인과 의료인들을 철저히 지켜주고 의사들의 다수 의견을 대변하는 리더 역할을 하죠. 의사 개인의 희생 없이 협회가 총대를 매기도 하죠. 실질적인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는 전혀 없더군여. 관변 단체들만 즐비하여 경진대회 등 각종 허접한 이벤트에 돈만쓰고 있을 뿐이더라구여. 이제라도 실질적인 엔지니어 협의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관계망 써비스를 통하면 저처럼 나서기 어려운 사람들도 모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운의 사나이 2021-07-27 08:44:06
잘했다. 젊은 친구들아
여기는 좃소기업은 박봉에, 위에 늙은이들은 80이 넘어서도 100세 시대 운운하며
버티고 갑질만 하더라.
이업계는 호되게 정신차리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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