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갑질 실태조사]“출근 빼고 다 해줘” 무차별 횡포에도 65% ‘무대응’
상태바
[발주처 갑질 실태조사]“출근 빼고 다 해줘” 무차별 횡포에도 65% ‘무대응’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09.03 11:27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김성열 기자=‘갑질 근절’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채 1년이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엔지니어링업계에 대한 발주처 갑질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특히 특정 발주처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관행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면서 인력유입과 업계 건전성 향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본지가 지난 8월 19일~31일 2주간 현역 엔지니어 1,066명을 대상으로 발주처 갑질 실태 현황을 조사했다.

▲단순업무도 다 떠넘겨…폭언·욕설에 금품요구도

먼저 과업과 관련된 갑질 피해에 대한 질문에 34.9%의 엔지니어가 ‘필요 이상의 자료 등 요청’을 꼽았다. 이어 공무원 고유 업무인 ‘보고서 및 평가서 관련 자료 제작’을 엔지니어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19.5%로 뒤를 이었다. 50% 이상이 본과업에서 요구하는 이상의 자료 준비나 이외 업무로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발주처 공무원의 관련지식 부족이나 과업내용 이상의 설계품 요구 등이 꼽혔다. 특히 발주처의 요구로 과도한 설계변경이 문제가 생겨 법적 다툼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온전히 엔지니어링사가 떠 안고 있는 추가적인 피해 사례도 있었다. 회사벌점, 개인벌점 등은 별도다.

이어 18.1%는 ‘주말 출근 및 야근 등 강요, 연락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엔지니어 대다수가 퇴근 전 업무지시, 금요일 통보 후 월요일 공무원 보고 전까지 업무완수 요구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업을 진행하면서 폭언, 욕설을 경험한 엔지니어도 6.1%나 됐는데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건강악화를 이유로 이직, 퇴사한 사례도 있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단순 행정업무 전가, 일정을 무시한 공정 독촉, 설계평가 점수를 빌미로 압박, 필요 이상의 현장보고 요청 등이 있었다.

과업 외 갑질 피해 유형 가운데서는 ‘계약만료 후 기간 외 AS’가 37.4%로 가장 많았다. 심한 경우 과업 종료 7년 후 AS를 요청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뒤를 이어 ‘타 발주사업과 관련된 요구’를 받은 경험이 32.6%로 조사됐다. 이밖에 ‘과업과 상관없는 호출·연락’이 12.6%, ‘접대 또는 금품 요구’를 받은 경험이 11.6%로 나타났다. 특히 접대요구 항목과 관련해서는 술접대, 식사, 개인물품 구매, 경조사비, 휴가 및 명절 특정시기 금품 요구 등 사례가 있었다. 그밖의 기타 의견으로는 사적 업무 동행 요청, 공무원의 리베이트를 위해 사무용품 구매와 관련 특정업체 사용 강요 등을 당한 경우가 있었다.

▲“대응하면 수주 악영향”…우려 현실로

갑질을 당한 이후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65.3%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회사에 보고하거나 발주처에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는 각각 23.8%, 3.9%에 그쳤다.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수주가 우려되서’가 31.6%로 가장 많았고 ‘업계에 만연한 분위기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 29.4%로 조사됐다. ‘문제제기 이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라고 대답한 엔지니어도 25.9%나 됐다.

반면 ‘발주처 갑질에 대한 대응을 해본 경우 실제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무려 85.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불이익 형태에 대한 질문에서는 ‘향후 수주에 악영향’이 49.7%로 절반에 달하면서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이어 ▲업계에서 소외 23.1% ▲회사 차원에서 경고 및 조치 18% 등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9.2%를 차지한 기타 의견 가운데서는 회사차원의 따돌림, 과업 종료시까지 의도적 업무 과중, 각종 평가 최저점 부여 등 의견이 있었다.

▲생사여탈권 쥔 공무원, 인사에도 관여

발주처의 만연한 갑질로 이직, 퇴사를 직접적으로 했거나 목격한 경우도 52%나 됐다. 대부분이 과도한 업무량과 이로 인한 주말 출근, 연락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세부적으로는 잦은 보고, 연차사용시 댓가 삭제, 조기납품, 과업과 상관 없는 문제제기, 전화대기 등의 피해를 받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위를 남용한 이직, 퇴사도 있었는데 금품 요구, 술접대 비용 처리, 인격모독, 출퇴근 동행, 마트 장보기, 해외출장시 각종 개별 요구 등이 있었다. 심지어는 음주 후 폭행,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피해도 있었다.

발주처, 회사로부터 직접적인 인사명령을 받은 사례도 많았다. 특히 항의한 직원에 대해 발주처가 이를 직접적으로 문제삼고 엔지니어 교체를 요구하거나 아예 발주처 출입을 금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더 심한 경우에는 발주처가 직접 해당 직원에 대해 퇴사를 명령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회사차원에 대한 불이익 엄포를 놓는 등 직접적으로 인사에 관여하는 사례도 있었다.

‘발주처 갑질 근절이 가능한가’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60%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근절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제도 및 법적 보호 조치 ▲업계 처우개선으로 인한 영향력, 인식 개선 ▲업쳬 차원에서의 분위기 쇄신 ▲전관 제도 개선 등 순으로 조사됐다. 기타 의견으로는 공무원 평가 제도 도입, 입찰제도 및 PQ제도 폐지, 신문고 제도 및 익명성 보장 신고제도 도입 등이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HSW 2021-09-03 16:57:57
설계엔지니어링을 컨설팅이 아닌 용역업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용역이라는 말만 안쓴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불합리를 거부하고 불공정을 바로잡는데 개별적으로는 효과없습니다. 힘을 모아서 대처 해야합니다. 우리가 우리 위상을 스스로 지켜야합니다. 어떤 형태로라도 엔지니어들의 빠른 의견 수렴과 결속을 위한 협의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답 2021-09-03 15:34:34
금욜오후에 전화해서 하는말이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볼수있게 이메일로 보내놓으라고 한건 갑질축에도 못 끼는것 같아 마저 지나갑니다...

의류함 2021-09-03 13:47:39
여기에 당했던거 릴레이로 쓰면 잼날듯.

1. 금요일 오후 6시 업무보고 하라고 들어보신분 손

근육맨 2021-09-07 09:32:34
기술직 공무원들 해당과와 관련한 대형사업 시작전후에 담당팀장, 과장 전수조사좀 해주세요~
시공 및 납품업체와 결탁해서 국민혈세 어떻게 빨아대는지...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너딍 2021-09-10 13:29:03
ㅋㅋㅋ..수주한답시고 금액도 알아서들 다 낮추고~ 기술사나 협회에선 설계비 개선하려고 하는지 모르겠고~ 굽신굽신~ 퇴직하면 전관예우~
윗사람들이 갑을관계를 알아서들 열심히 만드니 아래 직급들은 그냥 피봐야지..
좋은 대학 나온 학생들이 기피한 시절부터 업계는 이미 망해가고 있지 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