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국 탐방①-방글라데시] 20억명 서남아의 교두보 방글라, SOC건설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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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국 탐방①-방글라데시] 20억명 서남아의 교두보 방글라, SOC건설 무한대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1.10.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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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전 세계 인구 순위 8위에 올라있는 방글라데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연 6%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서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방글라데시는 중진국 도약을 위한 Vision 2021, 그리고 선진국 진입을 위한 Vision 2041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방글라데시는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방글라데시는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편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인프라 경쟁력 지수는 전 세계 138개국 중 105위에 속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부족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투자를 시작했다. 방글라데시가 지난해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연차개발지출(ADP) 규모는 2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구제금융을 집행하느라 부족한 부분은 중국, 일본,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시진핑 주석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230억달러 차관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총 11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지원을 확정하기도 했다. 중국은 방글라데시를 21세기 신(新)실크로드에서 아시아-유럽을 잇는 해상노선의 주요 거점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아베 총리 방문 당시 60억달러 차관을 약속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32억달러 ODA 차관 협약을 체결하며 투자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방글라데시는 베트남에 이어 EDCF 2위 수원국에 오를 정도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링사들도 2013년 최초 수주가 개시된 이후 방글라데시에서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들은 경쟁국인 중국・인도에 비해 우수한 기술력, 유럽・일본에 비해선 낮은 단가로 경쟁력을 높였다. 우리 엔지니어링사들은 초기 컨설팅을 통해 유리한 사업 방식과 기술 규격을 적용해 수주 후에도 한국산 설비 공급 확대 가능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균형 발전을 위한 파이라 항 개발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4월 23일 한국 해양수산부는 방글라데시와 ‘항만 개발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건화+대영+희림 컨소시엄은 치타공, 파이라, 칸푸르 등 주요 3개 항만에 대한 1,000만달러 규모의 개발 타당성 조사와 기본 계획 검토 용역을 수주할 수 있었다.  치타공 항은 방글라데시의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메인 항만이다. 방글라데시를 반으로 가르고 있는 강으로 인해 수도인 다카가 있는 동부지역의 치타공 항이 주요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방글라데시가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선박 물동량을 치타공 항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남서부 지역에 치타공 항을 대체할 수 있는 파이라 항만개발과 부속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 중 건화 컨소시엄은 파이라 항만에 다목적 항만 터미널 및 관련 인프라를 개발하는 사업을 맡았다. 구체적으로는 컨테이너 환적터미널 650m, 교량 5개소 총 1.2㎞, 도로 6.5㎞와 건축 시설물 등의 복합적 공사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파이라 항 탐사에 나선 건화 / 건화

사업 초기 다카에서 파이라 항까지는 비포장도로를 차량으로 달리고 배를 이용해 1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가야 했다. 현지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하면서 사업은 점차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로 다카는 봉쇄령이 내려졌다. 현지로 파견 간 직원들도 한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게 되면서 모든 소통은 온라인으로만 이뤄졌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파이라 지역은 남서부 외진 곳에 있고 발주처도 사무소를 사업지역 내에 지어놔서 현장에서 모든 결정이 가능했다. 외부인 유입도 없고 코로나 확산도 되지 않아 공사도 꾸준히 진행할 수 있었다.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파이라 항 개발 프로젝트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건화는 이번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항만 분야 수주를 계속 이어가고 파이라 항을 토대로 지어질 교량,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주변국과 방글라데시를 잇는 도로와 철도 건설

지난 2015년 도화엔지니어링+철도시설공단+방글라데시DDC+Oriental(일본)+BARSYL(인도) 컨소시엄은 방글라데시 철도청이 발주한 ADB 방글라데시 아카우라-락상 복선철도 시공감리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도화 컨소시엄은 유럽과 호주가 장악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대형 철도 프로젝트에서 5파전을 뚫고 3,17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도화는 총 48개월에 걸쳐 시공감리를 맡고 이후 12개월에 걸쳐 하자보증을 진행하게 된다.

방글라데시와 같이 성장 중인 국가에서 철도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 물자와 노동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수송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도로 상황이 열악해서 차량 운행이 더욱 힘들다. 낮에는 인력거인 락샤를 비롯해 도로가 꽉 찰 정도로 교통량이 많은데다가 밤에는 길이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우기에는 국토 20% 정도가 물에 잠길 정도로 비가 와서 도로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아카우라-락삼 철도 노선 공사를 감리 중인 도화 /도화

따라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치타공 항을 잇는 아카우라-락삼 철도 노선은 국내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아시아 경제협력체(SASEC) 소속 국가 간 연결 철도 중 하나라서 더욱 영향력도 높은 노선이라 부담감도 더해졌다. 또 아카우라-락삼 구간은 대부분 연약지반인데다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해서 난이도까지 높은 사업이었지만 도화 컨소시엄은 안정적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도화는 방글라데시에서 철도 이외에도 상하수도, 교량, 도시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맡아왔다. 현재 도화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발주한 메그나 교량사업 타당성조사와 쿨나 상하수도 관리국이 발주한 쿨나 하수도 설계검토와 시공감리 등 방글라데시에 필수적인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도화는 몇 번의 사업을 겪으며 방글라데시의 인프라 여건과 발전 의지를 높게 보고 있다. 이에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뤄냈던 페루를 떠올리며 방글라데시를 제2의 페루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케이씨아이는 지난 2018년 10월 방글라데시 SASEC-II 도로공사 설계·감리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방글라데시 도로청(RHD)이 4,697만달러 규모로 발주해 총연장 190㎞의 도로를 짓는 공사였다. KCI는 지난 2014년 SASEC-Ⅰ사업에 이어 이번 Ⅱ공사까지 따낼 수 있었다. 케이씨아이는 준비 기간 1개월, 공사 기간 35개월, 하자보수 12개월로 총 48개월 동안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SASEC-II 도로공사 현장 /케이씨아이

이번 도로공사는 주변국인 인도, 부탄, 네팔과 다카를 연결하는 방글라데시 405번 국도와 5번 국도를 포함해 총 190km에 이르는 기존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남아시아소지역경제협력(SASEC)의 일환으로 가입국들끼리 원활한 무역을 추진하기 위한 도로공사 중 하나다. 파키스탄, 네팔 등 서남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케이씨아이 입장에서는 여러 발주처에 역량을 내보일 기회이기도 하다.

▲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현황과 전망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방글라데시의 공사 대부분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재무부는 올해 연차개발계획에 따라 1,500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절감을 위해 중요도가 낮은 하위 30%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도로교량부 관계자는 최소 3개월의 공기 연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49건 중 최소 40여 건이 코로나19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은 현지 발주처에서 기성이 밀리는 등 예상 못 한 문제점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ADB와 대책 회의를 마련해 대규모 계약 승인 절차나 선급금 지급 신속 처리를 약속하고 보건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등 대책 강구에 나섰다. 이런 방글라데시 정부의 노력에 더해 백신과 치료제의 등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어 사업 완료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해외사업 전문가들도 정책적, 지리적으로 방글라데시의 중요도를 강조하며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방글라데시 진출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POP, 드라마, 패션 등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방글라데시 내에서도 한국의 이미지가 좋은 상황인 만큼 사업 진출의 적기라는 판단이다. 또 기존에 진출한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가격, 실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 해외사업 전문가는 “WB와 MDB의 투자 흐름이 동남아시아에서 서남아시아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두보 역할을 하는 방글라데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방글라데시 진출을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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