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여는 해외, 설렘 없는 엔지니어링사들
상태바
[기자수첩]문여는 해외, 설렘 없는 엔지니어링사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1.10.19 15:1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항일 기자
조항일 기자

백신접종률이 70%를 넘기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코로나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덩달아 2년간 묶였던 해외여행도 조금씩 풀려가는 추세다. 더 이상 강원도나 부산, 제주도가 아닌 타국에서의 햇볕을 쬘 수 있다는 상상에 들뜬 사람들을 자주 보는 요즘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이러한 설렘을 찾아볼 수 없다. 해외사업 비중이 유의미한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열리던지 말던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2년간 코로나로 폭등했던 수주실적을 내년에는 어떻게 채워야할 지 고민에 빠진 회사들이 더 많다. 

국내 발주의 80%를 먹고 있는 상위 20위 내 회사들은 대부분 해외부서를 조직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수주액은 많아야 300억이고 100억도 미치지 못하는 회사들이 수두룩하다. 평균 2,000억원 이상을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채 10%도 안되는 비율이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이마저도 못채웠다. 업계 대형사들이 이런데 중소사들은 해외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덩치카 커진 엔지니어링업계의 민낯이다. 

원래 규모가 작을수록 모험에 인색하기 마련이다. 산업 전체로 볼 때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한 엔지니어링사들은 내수시장과 비교해 리스크가 큰 해외시장을 두드리는게 부담스럽다. 안그래도 모자란 인력을 해외로 돌리기도 아쉽다. 품은 많이 드는데 손에 쥐어지는건 얼마 없다. 사람이 안나가면 다행인 상황에서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로 보내면 이직할게 뻔하다. 엔지니어링사 탓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공부도 해야한다.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이 아닌 한국형 기준에 맞춰져 일을 하다보니 웬만큼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나가서 일단 제도부터 다시 숙지해야 한다. 기준서들이 한국어로 돼 있지 않으니 영어는 필수다. 요즘세대야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까지 한, 두개 한다지만 경력 10여년 이상의 기성엔지니어에게는 언어도 큰 장벽이다. 

이미 해외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글로벌사들의 장벽도 넘어야할 산이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 유럽 엔지니어링사들은 우리의 생존전략이었던 저가 입찰을 들고 나오고 있다. 글로벌사들이 놀고 먹고 하지 않는 이상 좀처럼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열세를 알면서도 마냥 국내에 안주할 수 없는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향후 내수 시장은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OC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5,000만여명의 인구는 전세계 최저 출산율로 당장 5년, 10년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인구 감축은 SOC 예산의 축소와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할만큼 다했다. 배 갈아타지 않고도 전국 횡단이 가능한 대한민국이다.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계를 위한 필수전략이다.

올초 정부가 해외 근무자들을 위한 노쇼 백신 접종 예약을 받은 적이 있다. 업계에도 해당 백신을 맞은 엔지니어가 약 2,000여명 가량 됐다. 백신 불감증이던 뭐가 됐건 안맞은 이들도 있겠지만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딱 이정도라는 얘기도 된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수준에 비해 너무나 열악한 숫자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풍족한 자원으로 주도권 쥐고 싸워왔던가. 올림픽 선발전이 세계 1등이나 다름없다는 양궁대표팀을 제외하면 우리는 언제나 언더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2,000여명의 해외 근무 엔지니어를 시작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항일이형사생팬 2022-03-10 16:00:23
형님 참 좋은 기사입니다!

항일이형팬 2021-10-19 16:22:02
조형~! 사진바꿨네?잘어울려~화이팅!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