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디벨로퍼의 흥망성쇠…향후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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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디벨로퍼의 흥망성쇠…향후 전략은?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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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개발에서 설계 시공, 마케팅, 유지보수까지를 총괄적으로 수행한다는 개념의 디벨로퍼는 국내에서는 부동산개발사업에 주로 적용돼왔다. 토목분야에는 민자사업을 통해 디벨로퍼의 개념이 적용됐다. 물론 90년대 후반의 민자사업은 정부고시에 의한 것으로 민간사업자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민자사업이 전성기를 맞은 2000년대 초중반으로 건설사+재무적투자자+엔지니어링사가 컨소시엄을 맺어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제안사업이 봇물을 이뤘다. 도로민자로 촉발된 민자전성시대는 철도, 경전철과 함께 BTL사업에서 정점을 이뤘고, 2008년 후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소멸됐다.

당시 자금력과 로비력을 겸비한 건설사가 사업을 총괄하는 디벨로퍼 역할을 했다. 사실 엔지니어링사가 사업개발과 설계를 담당했다고 하지만 건설사에 종속되는 하도급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행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실정이다.

ENG디벨로퍼 민자시장에 도전장을 내다
6년전인 2005년 고려개발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이제껏 착공도 못하는 광명경전철. 이 사업은 단독제안돼 경쟁없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던 타 민자사업과 다르게 고려개발, Mtrans, 현대로템 등 3파전의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눈여겨 볼 점은 말레이시아 소재 경전철 차량사가 주관사로 참여한 Mtrans컨소시엄이다. 이 컨소시엄의 실질적인 주관사는 RTB코리아라는 곳으로 엔지니어링사가 디벨로퍼로 활약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당시 컨소시엄 관계자는 “사업제안서 작성시 재무적투자자와 차량사로만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엔지니어링사인 RTB코리아가 사업총괄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RTB는 다수의 도로민자 경쟁제안을 비롯해 강남경전철, 설악모노레일 등에 도전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실은 뜻밖의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2008년, 시총 1위의 현대건설이 최초제안한 화도~양평간에 경쟁제안자로 참여해 우선협상권을 획득했고, 곧이어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학의~고기리 민자사업까지 따내며 총 6,000여억원의 수주고를 이뤄낸다. 두 사업 모두 엔지니어링사인 RTB가 건설사 없이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부분 무리수는 있었지만, 중소엔지니어링사가 대형건설사의 기득권에 대항해 우선협상권을 따낸다는 것 자체가 당시는 물론 지금으로써도 혁신적이었다”면서 “RTB의 출현이후 국토부 등 주요 주무관청에서 건설사를 참여시킬 것을 명시한 강화된 RFP(시설사업기본계획)를 출시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건설카르텔, ENG디벨로퍼
당시 ENG디벨로퍼인 RTB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건설시장의 질서를 흐리는 무자격자’로 건설업계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다. 민자사업 세미나에서는 RTB를 제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중견건설사를 중심으로 RTB를 옹호하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대형민자사업 2건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던 RTB는 그러나 몇 달 후 닥칠 글로벌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는다. 물론 대형건설사가 주관했던 민자사업 또한 지금까지 추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금융위기의 임팩트는 강했지만 적어도 사업권을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반면 화도~양평, 학의~고기리 등 RTB가 주관한 사업은 모두 우선협상권이 취소됐다. 주무관청인 국토부와 경기도는 재무적투자자 모집기한을 넘겨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했다고는 하지만 건설사가 주관한 사업 또한 재무적투자자를 찾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RTB는 수십억원의 채무만 남긴 채 공중분해 됐다. 이는 건설업계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S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 민자사업 구도에서 엔지니어링사의 역할은 사업개발과 설계지만 건설사에 종속돼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RTB 등 건설카르텔에 대항했던 엔지니어링사는 모두 파산한 반면 건설사에 순종했던 곳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RTB를 통한 학습효과로 향후 이러한 형태의 디벨로퍼가 출현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형 ENG디벨로퍼는 죽고 외국계만 활개
활성화 시점에 사그라진 ENG디벨로퍼는 RTB를 제외하고도 몇몇 사가 관측된다. 현재 국가적인 이슈로 떠오른 G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만해도 동림컨설턴트+산업은행컨소시엄이 건설사 없이 현대산업개발에 1년 앞서 제안한 바 있다. 이밖에 서부경전철, 제주아쿠아리움, 북부간선도로 등 십수건의 사업이 ENG디벨로퍼 주도로 참여했다. 물론 대부분 사업이 건설사에 인수되거나, 경쟁에서 탈락했다.

반면 해외 디벨로퍼는 한국시장에서 노른자 사업을 따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의 벡텔(Bechtel)은 인천공항 기본설계와 경부고속철 사업관리를 했고, 영국의 에이멕(Amec)과 헬크로(Halcrow)는 인천대교와 운북지구사업에 참여했다. 호주의 대형은행인 메쿼리는 운영수입보장이되는 국내 민자사업을 대부분 인수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금융자문사이자 발전전력분야 세계 1위 엔지니어링사인 모트맥도널드(Mott mcdonalds)가 SK E&S의 위례신도시 집단에너지 민간투자사업에 신한은행과 함께 금융제안서를 제출했다. 

Y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한국형 ENG디벨로퍼가 자라날 때는 싹도 트기 전에 철저하게 밟았던 건설업계는 다국적디벨로퍼가 막대한 수익을 내는 상황에는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대형엔지니어링사를 중심으로 EPC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엔지니어링사는 궁극적으로 디벨로퍼를 목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는 이 시점에 엔지니어링사가 인프라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를 섭외하는 디벨로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사작성일 2011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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