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 나라 독일을 가다(2)-"엔지니어의 품격"
상태바
공학의 나라 독일을 가다(2)-"엔지니어의 품격"
  • .
  • 승인 2013.01.30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경영博士)

독일의 기술력은 예로부터 정평이 나 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칼이지만, 학창시절 어머니께서 사람 둘이 손을 잡고 있는 듯 한 모양의 빨간색 이니셜이 새겨진 칼을 사 오셔서 신문지에 잘 싸서 싱크대 서랍 속에 넣으시고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꺼내 쓰시곤 하던 생각이 난다. 이렇게 단순한 칼 하나에도 수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장인(Meister) 정신은 모든 나라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럼 엔지니어는 어떨까.

▼ 엔지니어, 전문가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 요구

현재 독일에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공과대학을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독일 공과대학 인증기관의 설명에 의하면 1987년까지 독일 공과대학은 대학과 대학원이 통합된 과정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석사 이상의 높은 학력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유럽이 EU로 통합되고, 역내 엔지니어 상호인정을 위한 유럽 다른 국가들과 학제 차이를 맞추기 위해 1998년부터 대학과 대학원의 분리작업이 이루어졌으며, 2002년에는 대학과 대학원 과정의 분리가 의무화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분리 작업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엔지니어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로서 인식되고 있었다. 이에 방문했던 공학인증기관이나 독일엔지니어연방사무소에서 공학교육과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해 설명해 주던 분들 모두 변호사로서 법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다른 전문 분야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 하이델베르크대학 내부전경
▼ 학문적 기초가 단단한 엔지니어 양성이 목표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교육에 관한 설명 중 특히 흥미를 끈 것은 독일의 교육 체계였다.
독일에서는 대학을 갈 것인지, 직업교육을 할 것인지가 이미 중학교 시절에 결정된다고 한다.
중학교 때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직업에 대해 경험하게 하고, 본인의 적성을 알게 한 뒤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학교를 가서 전문 기능인으로써 성공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비율은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 30~40%내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의 공과대학은 주로 3년제로 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1학기당 이수 학점이 우리나라보다도 많았다. 여기에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두가 졸업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졸업하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독일 공학교육의 경우 충실한 과정을 거쳐 학문적 기반을 탄탄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에 효율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결과를 중시하는(Out-put oriented) 미국의 공학 인증 시스템과 달리 독일/유럽의 공학 인증 시스템은 ‘공과대학을 졸업하려면 반드시 OO과목을 OO시간 수강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 엔지니어로서 자부심과 노력을 존중하는 사회풍토
 

 
이처럼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하여 탄생된 엔지니어는 스스로의 자부심도 대단한 듯 보였다.
그런 자부심은 간단한 명함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실례로 모든 엔지니어는 자신이 엔지니어라는 것을 명함에 명시했으며, 어떤 분야인지, 심지어는 일반대학을 나온 엔지니어인지, 전문 공과대학을 나온 엔지니어인지까지도 표시하고 있었다. 
비단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독일에서는 개인이 오랜 기간 동안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얻어낸 성과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존중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듯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학습 과정을 요구하는 만큼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었다.
1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기 힘든 만큼 그들을 양성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사회가 감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을 사회가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독일 사회발전을 위해 기여한 그들의 역할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사회적 책임과 역할 생각하는 품격있는 엔지니어 위상 필요

독일의 엔지니어가 타인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 역시 엔지니어로서 그들이 지니는 권리뿐 아니라 사회가 부여하는 책임까지도 성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민간기관으로써 독일엔지니어협회는 단순한 엔지니어의 등록이나 관리가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해 독일의 기술을 선도하고, 각종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자체적으로 규정을 설정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점점 수주를 위한 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생각났다. 생존에 급급하고, 정당한 대가에 인색한 사회에서 어떻게 기술 개발과 엔지니어의 사회적 책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독일 부흥을 이끈 원동력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떠난 출장길의 마지막에 내가 얻은 해답은 어떤 광고 문구에서와 같이 ‘사람이 답이다’라는 것이었다. 하루빨리 우리도 엔지니어의 품격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