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국가 인프라 구축의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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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국가 인프라 구축의 소금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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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낭비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보도블록 교체다. 눈에 보이니 지적하기도 쉽고 쉽게 공론화되는 것이다. 경기도가 한해 보도블록 교체로 100억원을 쓴다니 적지 않은 금액인 것은 확실하다.

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종종 고속도로 1Km를 건설하는데 얼마가 드는지 물어본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보상비를 제외하고 200~1,000억원이다. 노반에 건설하는 일반고속도로가 200억원, 교량은 300억원 이상, 터널은 1천억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1,000만원에서 1억원이라고 답하고 통큰사람도 10억을 쉽게 넘기지 못한다.

비단 고속도로의 문제만은 아니다. 항만공사는 일단 조단위부터 시작할뿐더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최근 6년간 하수관거에만 수조원이 투입됐다. 웬만한 국가시설물을 건설한다고 하면 그냥 수천억원 수조원이 우습게 사용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산업은 시공을 제외하고 기획에서 설계, 감독, 유지보수까지 인프라구축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 시공은 단순히 엔지니어가 제시한 설계안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일 뿐인 것이다. 만약 설계가 잘못돼 시설물이 제 기능을 발휘 못하거나, 과다설계될 경우 일반인은 확인할 수 없는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이다. 100억원 규모의 보도블록 예산낭비는 사막의 티끌 수준밖에 안 된다.

시공사를 감독하는 감리업무가 잘못되면 또 어떤가. 성수대교 참사, 구포역 참사, 지하철 참사로 인한 인명손실과 함께 부실한 인프라를 유지보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인프라구축의 기획단계인 예비타당성검토에서 잘못된 결과를 도출한다면 막대한 이전까지 지적했던 설계와 감리의 수준을 넘어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즉 애초에 경제적타당성이 떨어져 필요하지도 않은 시설물이 건설된다면 국가 예산낭비가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고 잘못된 협약으로 문제가 된 용인경전철이 완공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개통도 못하고, 용인시의 흉물이 됐다. 게다가 용인시는 국제법원으로부터 5천여억원의 배상처분까지 받아 재정파탄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시공전 기획/설계 단계에서부터 틀어져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한다’는 옛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엔지니어는 국가 인프라구축의 핵심을 맡고 있는 두뇌집단인 엔지니어링산업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대목이다.

국가 인프라 구축의 소금 역할을 하는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는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 이공계 졸업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공무원, 공사, 시공사, 엔지니어링사 순이다. 엔지니어링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대우로 인해 고급인력들이 문을 두드리지 않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해외수주액이 급격히 높아져 왔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이 주도하는 해외진출은 건설사에 따라가지 못한다. 벡텔 스칸스카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은 단순한 시공보다는 프로젝트 전체를 기획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지장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고부가가치 두뇌산업인 엔지니어링을 활용한 해외진출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최근 SOC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린다는 이야기가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큰틀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기간망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 또한 ‘대국민적 복지’가 아닐까 한다. 철도, 도로, 정보통신망 등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 시기에 맞게 구축되는 것 또한 우리 국민에게 아주 중요한 복지기 때문이다.

국가 인프라의 두뇌역할을 하는 엔지니어링산업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기간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엔지니어링산업 중요성을 인식해 육성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엔지니어링업계도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스스로 자기계발을 통해 기술력을 배양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할 때 지식산업 엔지니어링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금과 같은 존재 엔지니어링이 바로설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작성일 2011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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