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법 개정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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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법 개정의 정치학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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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지니어링산업을 진흥육성한다는 기치아래 운용되고 있는 글로벌인프라포럼(이하 포럼)을 관전해보자. 참여주체는 주요 대형엔지니어링사를 비롯해 국토해양부, 건설설계협회, 건설경제가 주축을 이루고 있고, 해외건설협회와 건설기술연구원이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포럼이 제시하고 있는 명분은 ‘국내 SOC발주 급감의 대안은 해외진출이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로 요약될 수 있다. 사실 ‘플랜 10’으로 요약된 개선안은 직관적인 문제제기와 해결방안을 담고 있어 보고서로서 일정부분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국토해양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듯한 인상 때문인지 50위권내 대형사 대표들이 노트를 들고 꼼꼼히 필기하며 포럼을 경청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고무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 꺼풀만 속을 들여다보면 포럼을 둘러싼 각자의 이해관계를 관찰할 수 있다. 즉 이 포럼을 통해 ‘각자의 이득’만을 취하고, 실제 해외진출과 관련된 문제는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다.

우선 국토해양부다. 이날 포럼에서 박하준 국토부 기술정책과장은 이달 말 건설기술관리법을 건설기술진흥법으로 개정하는 입법예고안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건기법이 제정된 이후로 규제위주의 관리만 한 것을 인정하고, 엔지니어링을 진흥하겠다는 것. 주요 골자는 지식경제부가 관리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및 설계와 국토부의 감리와 CM 등 3개 주체를 통합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합의 주체가 국토부 깃발아래서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부처간 고질적인 문제인 ‘밥그릇싸움’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헤게모니를 국토부로 일원화하면서 업계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고전적인 전략인 셈이다.

국토부가 선봉을 서자 산하단체도 뒤를 따른다. 엔지니어링협회에서 분화된 건설설계협회는 협회간 통폐합을 통해 조직확장이라는 떡고물을 얻고, 해건협은 건설에 이어 설계분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다. 건설경제는 엔지니어링사를 규합함으로써 새로운 독자 및 광고처를 획득할 수 있다. 건기연과 학계 교수들은 새로운 용역수입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득을 얻게 된다. 엔지니어링사는 포럼활동을 동조해, 해외수주지원 확대라는 본연의 목적만 확보하면 된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 발전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작업 즉 정치적인 관점에서 포럼은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럼을 둘러싼 정치에는 실질적인 해외진출방안 즉 70년대 중동에 진출한 건설사의 프론티어정신과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자기반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실제 EDCF나 KOICA와 같이 정부지원사업 말고 대규모 설계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링사들은 “국토부가 규제하고 있는 진입장벽을 없애고, 엔지니어링사 스스로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어설픈 지원책은 오히려 엔지니어링사의 해외진출 경쟁력만 약화시킬 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원만 원하는 엔지니어링사,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유관단체 보다는 자기혁신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엔지니어가 해외진출의 열쇠일 것이다.
-기사작성일 2011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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