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표 잃은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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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정표 잃은 엔지니어링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02.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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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기자
계사년 초 엔지니어링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안’ 국회통과 여부다.

지난 12월 이미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개정안 발의 주체인 국토해양부가 5년이란 줄다리기 끝에 합의한 사안을 두고 이제와 다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 및 정부의 움직임과는 달리 현장으로 볼 수 있는 중소엔지니어링사에서는 '법개정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이렇듯 반대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엔지니어링산업의 진정한 정의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엔지니어링이란 ‘토목, 건축, 전기, 전자, 통신, 기계 등 다양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창조물의 안전, 편리성, 친환경성 등을 높이는 융․복합 지식서비스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주무부처는 분산된 업종의 기능을 통합해 융․복합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을 이끌어 나가야만 한다.

1973년 기술용역육성법이 제정되며 엔지니어링 주무부처는 엔지니어링법률에 근거해 엔지니어링산업을 이끌어 왔다. 반면, 70~90년대 관주도의 산업발전을 이룬 정부는 각 부처와 산하발주처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자 부처별로 엔지니어링법률을 하나 둘 씩 설립하도록 용인하면서 법률이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물론 해당 산업의 엔지니어링역량을 키우기 위한 법률제정과 관주도의 산업방식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그 기간 동안 각 부처와 한국전력공사, KT, 도로공사 등이 한국이 아시아의 4마리의 용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경부와 같은 산업관련 부처외에도 건설과 연관이 깊은 국토부도 건설엔지니어링을 직접 관리하기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온 국토부는 건기법 제정 이래 건설감리, 건설설계, CM 협회를 차례로 설립했으며, 이제 분산된 업역의 통합관리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려하고 있다. 특히, 이미 전력기술관리법에 근거해 설계 및 감리 업을 통합관리 중인 전력기술인협회의 사례는 통합협회 설립을 추진하는 국토부에게 가장 좋은 명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며 지경부내에서 엔지니어링산업은 몸통은 쪼그라드는 반면 날개들만 비대해지는 형국에 놓이고 있다. 엔지니어링이 글로벌경기침체란 악천 후 속에서도 높이 비상해 순항하기 위해서는 날개의 힘도 중요하지만 몸통이 튼튼해야만 한다.

오히려 가장 규모가 큰 맏형격의 건설엔지니어링이야 말로 대승적으로 엔법이라는 큰 틀에서 리더십을 보였어야 한다. 다른 부처의 선택을 꼭 답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무부처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갈수록 ‘혁신’이 강조되고 융․복합과학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각 업종 별 경쟁력만 있다고 엔지니어링의 선진화가 이뤄질 수는 없다. 또한, IMF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은 우리 국민은 더 이상 관주도의 산업발전으로는 글로벌무대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없음을 실감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엔지니어링산업에 필요한 건 규제보다는 진흥, 부처별 역량 보다는 컨트롤타워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큰 기대를 받고 새 정부가 출범했건만, 방향감각을 상실한 우리 엔지니어링산업은 아직까지 이정표를 찾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 다니고 있다. 이러한 기약없는 항해를 끝내고 신대륙을 찾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는 무조건적인 항해 보다는 경험많은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 더 경청해야할 시점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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