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한국종합기술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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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한국종합기술 60년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3.14 18:2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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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0월, 박정희 대통령과 김종필 공화당 의장은 대만 모델을 본 딴, 국영기술용역업체 설립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건축가 김수근의 조언이 바탕이었는데, “한일협상의 부산물인 대일청구권 자금 6억달러를 일본공영의 구보다와 퍼시픽콘설턴트의 가와노 요시노가 노리고 있다. 일본의 엔지니어링사가 한국으로 진출해 설계를 수주하면 받은 차관을 다시 일본에 돌려주는 꼴”이라는 것이 요지다. 당시 국내 컨설팅은 57년 도화설계공사와 58년 미림기술공단 정도만 있을 정도로 엔지니어링 불모지였다.

JP는 곧 석정선 중정차장에게 실행방안을 주문했다. 석정선은 남산도서관에 합동발전위원회(JDPC)를 설치하고 한국종합기술공사 발족을 총괄‧지휘해 1965년 5월 대통령보고를 마쳤다. 박 대통령은 “조그맣게 시작해서 크게 발전할 것.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두뇌들을 유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63년 3월 창립된 국제산업기술단에서 이름을 바꾼 코리아퍼시픽콘설턴트가 한국종합기술공사로 개편됐다. 한국종합기술공사는 자유센터를 사옥으로 삼고 대표는 육사 5기 박창원이 맡았다. 

이후 한국종합기술은 경부고속도로, 여의도 개발, 포항제철 항만, 지하철1호선, 김포국제공항,소양강댐, 한강종합개발, 부산항, 중부고속도로 등 대한민국산업화 시대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성장을 이어 나갔다. 요즘에도 잘못하는 해외사업을, 그것도 전쟁이 한창인 67년에 베트남에서 했다. 한반도 역사상 첫 국제 설계인 미투완교가 그것이다.

김수근과 같은 예외도 있었지만, 한국종합기술의 사장은 소장급 퇴역 장성이 맡았다. 소속 또한 공기업으로, 국가와 군이 주도하는 경제성장기 70~80년대를 대변했다. 매출액이 떨어지면 정부 라인을 타고 들어가 일감을 몰아받기도 했다. 80년 초 3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치며 10배 성장한 300억원이 됐다. 사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2023년이나 1991년이나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 

마가렛 대처의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면서 한국종합기술은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94년에 대상기업이 되고 97년에 공식적으로 한진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내부승진이나 그룹에서 사장을 내려보냈는데, 11년을 재임한 이강록 사장의 리더십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뤄냈다. 또 나름 엔지어링어링업계에서는 고임금이었고 직업적 안정성도 높은 편이었다. 2011년 코스피에 상장도 했고, 2014년에는 동서울터미널을 떠나 상일동 신사옥에도 입주했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분야별로 2등 3등 2등 3등을 유지하며 종합 2위를 유지했다.

2017년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부실화되면서 매각위기에 놓였다. 위기가 기회였는지, 임직원 982명 중 920명이 5,000만원씩 각출해 한국종합기술을 직접 인수했다. 종업원지주회사가 된 것으로 상장사 중에는 최초다. 국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다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상당히 인상적인 사건이 엔지니어링업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하며 혼란도 있었다. 대표이사가 짧게는 7개월, 1년 길어야 3년 재임에 그쳤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 셈이다. 모든 직원이 주주인데 대표이사를 비롯해, 지주회사 대표와 이사가 선거로 뽑히다 보니 기존에 볼 수 없던 부서 간 알력도 발생했고 직급상하 간 균열도 있었다. 이 또한 당연한 결과다. 군사독재 시대에는 일사분란하고 상명하복이 지켜졌지만, 반대로 권위주의로 인한 비효율과 폐해가 크다. 원래 민주주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모두 담고 가야하기 때문에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쉽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종업원지주제라는 민주주의를 선택한 한국종합기술이 민주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발전하기를 바란다. 종업원 모두가 내 사업을 하는 오너이기 때문에 “회사 일을 내 일처럼”이라는 말이 안 되는 말을, 말이 되게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엔지니어링업계에서 한국종합기술은 상대적으론 높은 임금과 노동자 중심의 합리적 운영을 하는 대형사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모두들 한국종합기술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60년을 맞이한 한국종합기술이 종업원지주제의 장점을 살려 100주년에도 일하고 싶은 대한민국 컨설팅사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장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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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5 2023-03-15 18:52:46
한종이면 양반이지 암 그렇고 말고

거놔 2023-03-15 16:29:59
한종가고싶다

Y라꾸 2023-03-14 23:31:36
에전에 공사라 그런지 한종은 먼지 모르게 편안해

솔직히 2023-03-14 20:11:14
솔직히 한종이면 A급이지.

Ty 2023-03-14 18:29:14
제이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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