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되는 PQ세부기준, 업계지도 어떻게 바뀌나
상태바
개정되는 PQ세부기준, 업계지도 어떻게 바뀌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03.28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사→부실설계/페이퍼컴퍼니 양산, 글로벌화 역행
지역‧중견사→낮춰진 실적, 대형사 없이도 '해볼 만하다'
지역공무원 낙하산 판치고, 대형사 구조조정 가시화 될 듯

내달 1일부터 광역시도별로 시행되는 PQ세부평가기준이 하향평준화로 가닥을 잡으면서 엔지니어링업계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대형사는 국토부가 주도한 이번 개정이 엔지니어링산업의 글로벌화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부실설계와 페이퍼컴퍼니를 양산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역사 및 중견사는 실적기준이 크게 낮아지면서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견급 지역사는 상황에 따라서 대형사를 배제하고 지역사로만 컨소시엄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변별력 사실상 실종, 지자체별 PQ안 어떤가 = PQ안을 확정한 지자체는 서울시, 인천시, 강원도, 경기도, 부산시, 충청북도 등으로 조만간 모든 지자체에서 안이 마련된다. 변별력 상실의 최상위 정점은 서울시와 부산시로 유사실적을 각각 2건 35억원, 3건 50억원으로 풀었고, 경기도와 강원도는 5건 50억원, 5건 7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00건 000억원 단위로 묶었던 기존 기준과 비교하면 파격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충청북도만이 단지 20건 150억원, 하천 10건 100억원으로 묶으면서 난이도 조정을 했다. 사업책임자 및 분야별책임자 범위도 대전시, 경상북도, 충청북도 등을 제외한 13개 지자체가 기술사가 아닌 특급에게 최고배점을 부여했다.
강원도는 도내업체 참여비율을 종전 30%에서 49%, 2개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 기준은 국토부 고시 2012-851 제3조4항에 따라 ‘공동수급체 구성원 수 제한 조항’을 어긴 것이다. 또 안전행정부 예규 438호의 ‘지역업체 참여비율 30%이상, 참여도 점수 3점’ 조항에도 위배된다.

중복의 지자체 관계자는 “국토부가 공고한 규제심사대상 확인서에 의거해 평가기준을 개정했다”면서 “변별력보다는 지역가점 상향과 실적기준을 완화해 지역엔지니어링사가 발전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했다. 그는 또 “법조항을 위배한 것인지에 대해는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된 기준, 업계 판도 어떻게 바뀌나 = PQ기준이 큰 폭의 하향세를 보이면서 업계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대형사의 수주잠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전까지 상하수도, 수자원, 도시계획 등은 시군단위에서 극대화된 PQ기준을 마련해 5~6개사만이 입찰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사실적이 풀리면서 변별력을 잃은 도로수준으로 참여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 관계자는 “입찰제도가 복잡해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없지만, 현재보다 수주량이 5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대형사에서 빠져나온 수주액은 지역을 기반으로한 중견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즉 실적문제로 지자체사업에 참여가 어려웠던 10위권 내외의 중견급이 대거 약진한다는 것. 특히 소재지는 지역에 있지만, 본사를 서울에서 운영하는 대형급엔지니어링사는 이번 PQ개정 수혜의 중심에 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컨소시엄 구도만 해도 기존 대형사(70%)+지역사(30%)에서 지역중견사+대형사, 지역중견사+지역중소사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무원에게만 전 경력에 걸쳐 사업책임자급의 대우를 해주는 부조리 조항을 삽입했다. 지자체가 PQ기준을 쥐락펴락하면서 지방공무원의 낙하산인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PQ개정에 따라 중견급 지역엔지니어링사를 중심으로 조직확장 등 적극적인 영업행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컨소시엄 형태도 대형사에서 지역맹주사 중심으로 변환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사, 엔지니어링 가치 무시한 포퓰리즘적 정책 ‘질타’ = 이번 PQ기준 개정에 대형사는 대거 반발하고 있다. 실적기준의 하향평준화는 설계품질 저하를 가져오게 돼 부실공사 및 유지관리비용 증대가 우려된다는 것. 또한 페이퍼컴퍼니가 대량으로 양산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상생을 가장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무시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대형사 관계자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90년도 중반 대형붕괴사고 이후 책임감리제를 도입하고 설계품질을 대폭 상향하는 등 정부와 엔지니어링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대형악재가 없어지자, 엔지니어링 품질을 생각하지 않고 나눠먹기 논리가 횡횡한다”고 했다. 그는 또 “설계품질은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에게 물으면 자명하게 밝혀진다. 엔지니어링의 가치는 큰 악재가 터져야 알아주는 것이냐”고 푸념했다.
대형사 측은 해외에서 50% 이상을 수주하는 대형건설사처럼 대형엔지니어링사도 해외수주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실적을 완화하는 이번 조치로 대형사는 회사분할, 지역별 자회사설립, 구조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형사 관계자는 “국토부는 엔지니어링의 대형화를 통해 해외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정책방향은 역행하고 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며 “5~10년정도의 시간만 준다면 국내시장을 벗어나 에이컴, 벡텔 등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사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건설경기활성화로 지난 수십년간 막대한 혜택을 봤는데, 그동안 해외진출과 기술개발은 등한시하고 부동산투자에 집중한 것 아니냐”면서 “건설사나 엔지니어링사나 수혜를 받은 시간은 똑같은데 기회를 더 달라는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설계품질 저하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는 더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