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물량폭주…"설계·경영 부실 가져온다"
상태바
기형적 물량폭주…"설계·경영 부실 가져온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04.11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해 발주량 절반, 1/4분기에 쏟아져 나와
공무원과 기존업계 이해관계 맞물린 결과

4월1일자로 PQ기준이 광역시도별로 재정립되면서, 각 시군의 막판물량 밀어내기가 마무리됐다. 한해 물량의 절반가량이 1/4분기 동안 발주되면서 대형엔지니어링사 PQ팀을 중심으로 업무마비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또 물량쏠림으로 인해 설계부실과 채산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PQ팀 야근철야 속출, 주말은 이미 반납= 3월 한달간 대형사 PQ팀의 평균 퇴근시간은 새벽으로 고정됐다. 프로젝트 당 1000페이지분량 책자 2권을 편집해 발주처 제출용, 공동도급사 공유용, 본사 소장용까지 7~8권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작업이 PQ기준 재개정과 맞물려 쏟아지다보니 업무량은 이미 한도를 초과한 상황이다. 한 대형사 PQ팀장은 "작년에 작성한 총 PQ건수는 1,100건인데, 지난 3달동안 520건의 PQ를 처리하느라 책자만 3,000권 넘게 만들었다"면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다보니 업무량을 제처 놓더라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라고 했다.

PQ관련 업무량 증가는 대형사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3월 막바지에 발주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세부평가기준 개정전 높은 변별력을 포함하고 있는 대형사전용 사업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량 증가로 인한 피로도는 대형사에 한정된 일일 뿐 중견사들은 소폭의 영향만 받고 있다"면서 "중견사 입장에서 대형사의 업무량 증가는 행복한 고민정도로만 보인다"고 말했다.

✔설계 부실, 채산성 악화 불러와= PQ개정으로 인한 업무가중은 부서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3월~4월중순까지는 PQ팀이 이후는 업무팀의 업무량이 늘어나고, 낙찰자가 가려지면 담당사업부서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수주량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난해 단행된 구조조정여파로 설계인력도 없고, 야근비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업무가중으로 인해 설계의 품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세부기준이 개정된 1일 이후 지자체 발주가 끊기면서 또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즉 반년에 걸쳐 발주해야 할 몫을 1/4분기에 몰았기 때문에 하반기에나 가야 발주가 재개된다는 것. 업계는 "일이 많이 몰릴 경우 외주비율이 높아져 채산성이 악화되고, 발주가 끊기는 시점이 되면 할 일이 없어 있는 인력을 놀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이기심이 물량 밀어내기 가져와= 3월말까지 발주량이 폭증했던 것은 기존 평가기준으로 인한 공무원과 업체간 이해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주자 입장에서 이제까지 해오던 평가방식이 편해서 발주를 서두른 측면도 있지만, 사실 '주고받는'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때문에 발주처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발주를 밀어냈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광역시도별로 PQ기준을 설립하자는 당초 취지는 향후 3~4개월 이후 미뤄지게 됐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지자체 대부분의 PQ기준이 대폭 완화됐고 고시일도 지났지만, 실질적으로 업계에 파급력이 미치는 것은 하반기로 예상된다"며 "개정된 PQ개정안에 대한 평가도 일정부분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