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2>달리고 싶은 도로, 머물고 싶은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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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달리고 싶은 도로, 머물고 싶은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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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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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가?
흔히들 곧게 뻗은 직선도로가 좋다고 말하지만 도로의 선형은 지형과 지형을 이어주는 곡선이 중심이 되며, 직선은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잘못된 인식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도로기술자들에게도 전파되어 직선을 도로선형의 중심으로 잘못 알고 있는 어이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도로는 목적지에 빨리 닿게 하는 달리기만 하는 도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며, 자신이 달려온 도로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환경, 인문사회환경,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확장된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동해안 경포대에 가서 싱싱한 생선회와 소주를 실컷 즐기고 왔다'는 결과중심의 이야기가 회자되는 분위기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로에 들어서면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 시선유도봉, 낙석방지울타리 등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위압적인 시설물과 전조등을 번쩍이며 몰아치는 폭주족의 위협에 불안해 하며, 어쩔 수 없이 난폭해져야만 생존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길, 볼거리가 있는 길, 주변을 느낄 수 있는 도로에서 물리적‧심리적 배리어 프리가 확보된 곳에서 도로의 주요기능인 이동성‧접근성과 더불어 마음의 풍요로움도 함께 가질 수 있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Infrastructure 복지 혜택은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을 것인가?

▲ 소양호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선도로

▶ 머무를 수 있는 도로공간
수려한 산수를 자랑하는 설악산, 오대산국립공원 주변에는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구룡령 등 고갯길이 있으며 70년대 영화 '가을비 우산 속'의 촬영지였던 해발 920m의 안개 낀 한계령휴게소는 사뭇 낭만이 흐르는 명소로 누구나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나 이제는 관광객들의 홍수로, 전망대에 기대어 남설악의 아름다운 풍경을 텅 빈 머릿속에 채우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번잡함과 소란함이 넘쳐 흘러 어디 한 구석 마음을 기대기조차 어렵다.

국도46호선 진부령길은 다행히도 용대리에서 미시령으로 많은 차량이 빠지는 바람에 2차로 도로의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해발 520m 진부령 정상에는 2000년부터 고성군에서 진부령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객이 드물어 근무자에게 쾌적한 근무환경만을 제공하고 있다.

▲ (좌)국도46호선 옆 진부령미술관(우)굽이굽이 돌아가는 구룡령
미술관 뒷편의 진부령 표석, 향로봉지구 전적비 자리에서 바라보는 굽이굽이 돌아가고 있는 진부령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계곡은 너무도 일품이지만 한적한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예술작품과 뛰어난 경관이 펼쳐 있는 것도 모른 채, 운전자들은 동해안 쪽으로 숨 가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도로이용자들이 친숙하게 쉬면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다.

강원도 양양에서 홍천으로 이어지는 오대산 자락의 구룡령 옛길은 역사문화적으로도 의미있는 길이지만 국도가 개설되면서 잊혀진 옛길이 되고 말아 탐방전문가가 아니면 흔적조차 찾기 힘들어 언뜻 스쳐가는 기억 속의 실루엣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 스토리가 있는 공간, 힐링의 공간
경북 안동지역에서 발굴된 '묘'에서 나온 300년 전 조선시대 중기 부부간의 사모의 마음을 담은 편지의 사연이 배어 있는, 안동댐 하류에 놓여 있는 월영교는 주변의 뛰어난 풍광과 직선교량이 아닌 '사선-직선-사선' 형태의 선형, 교량 가운데 팔각정, 좌우지점의 강 쪽으로 내민 전망공간 등이 Story Telling과 교량의 아름다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 거니는 스토리가 있는 공간, 힐링공간, 머무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성리학의 대가 퇴계선생이 '도산서원~토계리(퇴계종택)~가송리~청량산'으로 걸으며 사색하고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사색․교류․수양을 상징하는 '퇴계가 걷던 길'과 연계되어 문화와 역사, 경관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

▲ (좌)스토리가 있는 공간, 월영교(우)힐링의 공간, 백수해안도로
 
▲ 손원표 동부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장공학박사, 기술사(도로, 교통)
전남 영광지역 바닷가 산자락으로 개설되어 있는 백수해안도로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가 서해바다를 향해 내달리며 해안의 풍경과 함께 뛰어난 경관이 펼쳐지는 곳으로 해안절벽 사이로 솟아있는 멋진 바위들이 다이나믹한 해안풍경의 변화를 연출하며, 해질 무렵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서해낙조가 지친 마음을 신선하게 치유하는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주변이 지나치게 관광지화 되어 펜션, 위락시설, 판매시설이 경관지역을 점차 채워가고 있어 '보존과 개발'의 적정선을 찾는 지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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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낙장송 2013-07-24 16:20:27
돌아서 가더라도 가고싶은 길이있고, 달리면서도 주변경관을 감상하고 내려서 머물고 싶은 길이 운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두군데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앞으로 이런길이 더욱 많아지게 하기위한 필자의 노력을 관심있게 공감하면서 공부하도록 하겠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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