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김삼순과 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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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김삼순과 감리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07.1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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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연하훈남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김선아 분)은 뚱뚱하고, 모아 논 돈도 없는데다 성질마저 고약한 30대 노처녀다. 이 때문인지 삼순이는 남자들에게 비호감으로 분류돼 갖가지 굴욕을 겪다가 '모든 악의 근원은 촌스런 이름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김희진'으로 개명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결론은 누구나 알다시피 돈 많고, 나이가 어리며, 잘생기기까지 한 현진헌(현빈 분)과 삼순이가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삼순이 해피엔딩은 그러나 뛰어난 드라마작가가 그럴듯한 개연성을 연달아 묶어내 시청자를 설득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노처녀에게 삼순이와 현진헌의 사랑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김삼순'과 '김희진'을 다시 만난건 8년이 흐른 국토부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에서다. 시행령 55조, 규칙28조에 따르면 책임감리를 건설사업관리 즉 CM으로 일원화하고, 책임감리원을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자로 변경했다. 또 상주감리원은 상주기술자, 기술지원감리원은 기술지원기술자로 개명시켰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급성장해온 감리가 20년간의 영화를 뒤로하고 CM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쯤에서 국토부가 왜 감리를 CM으로 개명시켰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나씩 풀어보면 시설물의 부실이 언론지상에 보도될 때마다 감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져갔다. 영어 좋아하는 대한민국 특성상 구시대적으로 보이는 감리보다는 CM이 산뜻해보인다. 게다가 한국적 상황에서는 언뜻 보면 감리나 CM이나 그게 그것으로 보이니 이미지 개선차 바꿀만도 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토부뿐만 아니라 범정부 관계자는 CM 혹은 PMC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CM/PMC의 뜻은 '발주자의 권한을 대행해 사업전분야를 총괄관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적인 추세인 CM/PMC는 그러나 발주자의 권한을 절대 내놓기 싫어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조직에서 한낮 공사판이나 관리하는 용역업자로 전락해 버린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는 국토관리청, LH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전세계급 CM/PMC사가 즐비하다.

결론은 이미지 때문에 감리를 CM으로 개명시켰지만, 발주자의 권한까지는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국토부가 전세계적인 추세에 부합되는 취지로 CM/PMC를 키우고 싶다면 국토부가 정부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CM/PMC사가 정부를 대행하면 그만이다.

최근 선진엔지니어링 영역에서 설계감리컨설팅을 경험한 엔지니어들의 전언에 따르면 국내와 해외에서 사용되는 감리와 CM/PMC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말한다. 해외CM/PMC은 완벽하게 발주자의 권한을 대행해 상황에 따라 사업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발주방법과 시공사 선정까지 사업전반을 총괄한다는 것. 감리사를 감리원으로 낮춰 부르며 용역업자 취급하는 우리와는 엔지니어에 대한 위상과 신뢰의 차이가 현격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각 부처 모두 글로벌스탠다드를 명분삼아 해외진출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가 CM/PMC방식인데 우리 엔지니어링사는 이를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국내 발주나 마찬가지인 EDCF나 KOICA 사업에 머물러 있는 것.

어쩌면 필자가 지적했듯 '내 이름 김삼순'은 신데렐라 스토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삼순이 이야기가 그나마 극적 개연성을 갖게 된 것은 단순히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삼순이 스스로 본인의 진가를 찾고, 진헌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글로벌스텐다드 시각에서 CM을 육성발전하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삼순이의 진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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