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부정당제재 '혼란의 엔지니어링', 자정결의 필요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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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부정당제재 '혼란의 엔지니어링', 자정결의 필요시점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09.1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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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장대처, 쉬쉬하다가 건설업 폐단 엔지니어링업계에 전가돼
양심선언, 사재출연 통해 공정투명한 시장환경 만들어야

4대강사업, 비자금, 부정당제재, 붕괴, 수몰 등으로 인한 사정기관의 수사로 엔지니어링업계가 곤경에 처했다. 여기에 SOC산업 하락기조와 구조조정 광풍이 수년간 몰아치면서 경영 및 노동환경도 최악일로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엔지니어링업계가 자정노력 없이 외부 탓만 하지 말고 양심선언과 투명경영을 통해 국민들에게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주처가, 건설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최근 4대강비자금과 관련된 엔지니어링사는 한결같이 "건설사가 비자금 조성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응했고, 이는 턴키사업이 시행된 이후 계속된 관행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부풀린 계약금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시공사에게 되돌려 줬을 뿐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도덕불감증과 엔지니어로써 자존감을 저버린 것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A엔지니어는 "최적의 설계안을 선정한다는 턴키의 본 취지를 생각하면 엔지니어링사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게 맞지만, 현실은 발주처인 시공사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용역업자에 불과하다"며 "조성된 비자금으로 인해 턴키비리가 발생하면 건설사와 함께 엔지니어링사도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수요예측과 사업타당성 검토에 대해서도 엔지니어링사가 지나치게 발주처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를 상대로 부정당제재 소송에 승소한 서해뱃길사업의 경우 오세훈 시장과 박원순 시장의 정책적 기조에 경제성이 1.14에서 0.52로 널뛰기 한 바 있다. 민자사업의 경우도 사업주체인 건설사의 입맛에 따라 엔지니어링사가 수요를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등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됐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만 김관영, 이재균, 박성호 의원 등이 수요예측을 잘못한 엔지니어에게 책임을 묻는 건기법 개정안을 제출키도 했다.

B엔지니어는 "수요예측에 대한 책임을 엔지니어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법안이지만, 엔지니어링사 스스로가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엔지니어의 양심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4대강사업이든 한강르네상스든 아무리 정권차원의 사업이라도 발주처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직 엔지니어링적 판단에 의해 타당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엔지니어링산업이 용역취급을 받는 것은 수주의 논리로만 사업을 바라보기 때문으로 보다 주체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덮어놓고 쉬쉬하고, 해외에선 로비전=ODA사업시 수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로비전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이 수원국에 차관공여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사업비의 20%에 가까운 로비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정을 넘어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것. 게다가 해외발주처 세미나라도 개최되면 인천공항에 수원국 공무원을 영접하기 위해 엔지니어링사 임원들이 도열하고 있는 실정이다.

D엔지니어는 "선진국 엔지니어링사도 일정부분 로비를 하지만, 한국 엔지니어링사는 각 사간 경쟁심리가 지나쳐 수원국의 로비단가만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타이드론인 국내 ODA사업에서 로비전이 통할지 모르지만, 기술력을 요하는 세계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건설사업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설계와 감리를 수행한 엔지니어링사는 사건을 덮거나 책임을 전가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즉 법제도상 발주처와 건설사에 비해 엔지니어링사의 권한 폭이 좁더라도 사고발생시 책임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E엔지니어는 "대규모 인명사고 시 건설주체들이 책임공방이나 따지고, 쉬쉬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태는 건설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국민적 반감만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자정결의를 넘어 양심선언을 통해 투명한 시장환경 마련해야=최근 엔지니어링업계의 폐단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엔지니어링 경영자들 사이에서 자정결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자정결의보다는 업계 경영진과 원로엔지니어가 업계의 폐단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개선안을 발표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F엔지니어는 "엔지니어링사가 국가기간망을 구축하며 쌓아온 공로와 이 와중에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업계 스스로가 양심선언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발주처·건설사와 갑을 관계를 탈피해 투명한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해외진출과 기술력확보 그리고 경영일신을 위해 경영자의 사재출연도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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