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관제가 필요한 난장판 해외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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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관제가 필요한 난장판 해외사업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10.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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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재의 잔재지만, 20~30년 전 학교 또는 군대에는 서로 마주보고 따귀를 때리는 체벌이 있었다. 이 벌이 묘한 게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살살 때리다 횟수가 늘어나면서 강도가 점점 세져, 종국에는 온힘을 다해 서로에게 귀싸대기를 치게 된다. 가끔은 감정에 못 이겨 서로 뒤엉켜 싸우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해외진출이 엔지니어링 업계의 화두로 잡은지 10년이 지났다. 초창기에는 2점의 PQ해외가점 확보를 위해 말도 안 되는 저가투찰과 브로커 사기까지 감수하며 실적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 국내발 ODA인 EDCF론과 KOICA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일부 해외주도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의 30~40%까지 해외비중이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SOC발주는 줄어들며 업계의 해외의존도는 더 커져갔다.

EDCF론은 가격요소를 평가하지 않는 QBS방식이다. 국내 낙찰률이 75~85%점을 고려하면 100%에 낙찰되는 EDCF사업은 업계로서는 단비같은 존재였다.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EDCF론에 높은 대가를 책정함으로써 엔지니어링사가 안정적으로 해외진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높은 대가를 수원국 발주처 로비로 사용하는 우를 저지른다.

볼펜으로 시작한 선물공세는 정관장, 테블릿 등으로 저변을 확대됐다. 오죽하면 발주처 자녀에게 아이돌 공연을 보여주는 접대까지 생겨났을까. 이후 업체간 로비전이 가열되면서 사업비의 20% 가까운 자금이 발주처로 흘러가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100%인 EDCF 낙찰률이 국내 수준인 80%를 찾아간 셈이다.

업체간 경쟁이 보다 격해지자, 서로의 사업제안서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발주처에 이의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문제를 제기한 업체나, 문제가 된 업체는 입찰금지조치가 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더더욱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현시점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나브로 시작된 로비전이 종국에는 진흙탕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KOICA사업은 한술 더 떠 낙찰률 60%에도 로비전은 EDCF사업 수준과 똑같다.

과열된 ODA사업을 놓고 업계는 한목소리로 자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세금인 ODA자금을 빌려주면서, 수원국에 재차 로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각사는 “타업체의 로비가 여전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로비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뜻 혹은 도덕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기업의 생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문제가 명확하고 해결방안도 있다면 싸움을 말려줄 중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굳이 JAICA가 시행했던 담합구조를 꺼내지 않더라도, 과도한 로비와 저가투찰을 자제시키고 한국업체가 힘을 합쳐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즉 해외진출 관제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관제를 위해서는 청렴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권력조직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컨트롤타워를 할 수 있는 조직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다. 막강한 국내 발주권한을 가진 공기업들이 해외사업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해외 및 엔지니어링관련 협회에 맡기기에는 강제성과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전문성은 차치하더라도 업자들과 흙탕물에서 뒹굴기 싫어한다.

엔지니어링은 한국의 SOC사업을 진출시키기 위한 교두보라는 점을 정부에서 인식한다면 엔지니어링해외진출이 제대로 이륙할 수 있도록 튼실한 관제탑을 건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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