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위한 국토부의 시장개입… 중소社, 대형社 모두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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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위한 국토부의 시장개입… 중소社, 대형社 모두 불편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12.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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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사, “종합평가제, 기득권의 진입장벽 신생업체에 불리”
대형사, “도급하한제, 금액만으로 대형사 참여 막아 철회해야”

국토교통부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추진 중인 ‘건설기술용역 종합평가’에 대해 중소사들이 우려하고, 실적평가에 따른 ‘도급하한제’는 대형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상생을 위한 국토부의 시장개입에 엔지니어링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자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을 5개월여 앞두고 ‘건설기술용역 종합평가 시행지침안’에 대한 업계의견을 수렴 중이다. 또한, 오는 6일에는 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에서 건설엔지니어링사 및 발주청 담당자를 대상으로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행 용역능력평가제도가 업체 기술수준 향상과 품질확보를 위해 우수업자 및 기술자를 지정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성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공능력평가제도와 유사한 건설기술용역 종합평가를 도입해, 건설엔지니어링사의 종합적인 업무수행을 평가하고 상생발전을 이루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토부 장관은 건설기술용역 종합평가를 매년 7월말까지 완료한 후 결과를 고시해 각 발주청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이는 우수업자선정, PQ평가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평가는 ‘용역평가’와 ‘용역능력평가’의 합산으로 도출된다. 용역평가는 계약금액 1억5,000만원 이상 ‘기본 및 실시설계’, ‘감독권한대행 건설사업관리’로 80점 만점을 산출한다. 용역능력평가는 ‘경영능력평가’에 ‘신인도평가’를 가감한 후 '기술능력평가'를 합한 항목이다.

√ 중소사, “용역평가 자체가 기득권 진입장벽, 점수산정에 문제”
중소건설엔지니어링사들은 건설기술용역 종합평가의 세부항목별 점수산정 방식에 대해 상생을 위한 제도라지만 역설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먼저, 설계과업수행 후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주라는 전제조건이 없으면 점수를 얻을 길이 없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생회사, 단종업체는 여러 분야 전문 인력을 보유하지 않아 타 전문분야 진입이 어려워, “용역평가 자체가 기득권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사 관계자는 업무중첩도가 PQ에서 중소기업에 진입장벽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도 전했다. “대형사는 PQ인력이 충분해 기술자를 여러 분야에 동시에 활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PQ용 인력이 전체 구성원 중 10~20%에 불과하다.”

용역능력평가 중 ‘경영능력평가’ 4점도 중소사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전년도 신용평가등급 또는 재무평가로 산출되는데 용역기간 1~2년차 업체는 기술력과 인력이 아무리 양호해도 신용평가 BBB 2점 이상 받기는 불가능하다.”

신인도 평가는 상생협력지수, 허위실적 등 8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고용유지 2.4점에 대해 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고용유지율은 당해년도 정직원수/전년도 정직원수로 산출되는데, 수십명 단위 중소기업에서 한명 퇴사하는 것과 수천명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을 동일 비교할 수 없다.”

√ 대형사, “금액만으로 대형사 참여 막는 도급하한제 철회해야”
국토부는 종합평가제 차원에서 매년 7월말까지 업체별 실적평가액을 공시할 방침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공공설계부문 실적평가액은 향후 도급하한 산정기준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대형사가 자신의 도급하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의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해, 중소사를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시행지침안에 따르면 “중앙재정 발주는 올해기준 2억3,000만원, 지방재정 및 공기업 발주는 3억5,000만원 기준 미만 사업에 대해 대형설계사들의 입찰참여가 금지”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형건설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실적평가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지만 도급하한제로 활용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엔지니어링산업은 기술력, 안정성 등을 요하는 특수성 때문에 금액만을 기준으로 대기업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중소기업청이 판로지원법 고시발표를 통해 중소기업자 우선조달 대상에 엔지니어링분야를 사실상 제외했던 것과 같다는 논리다. 당시, 중기청은 판로지원법 최종 고시를 발표하며 중소기업 우선조달 예외항목에 기획, 타당성조사, 설계, 감리, 시험운전, 안전성검토, 유지 또는 보수, 건설사업관리 등을 포함시킨 바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발주청의 계약실적을 통보하던 현 방식을 국토부 수집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통합실적관리데이터가 내년 5월까지 구축돼 지방청, 지자체가 실적관리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약실적 통보율이 저조한 현 상황을 보면, 지방발주청들이 건설기술용역 준공 후 10일 이내 국토부장관에게 통보하긴 무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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