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KTX 갈등의 본질… 민영화 아닌 ‘상하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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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KTX 갈등의 본질… 민영화 아닌 ‘상하통합’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12.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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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민영화수순’, 정부 ‘공기업개혁’ 프레임에 갇혀
수서발KTX자회사-철도시설공단, 철도상하통합 주체 될 것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철도노조의 파업이 19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수서발KTX 운영기관을 둘러싼 찬반갈등은 점입가경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수서발KTX 자회사를 설립해 공기업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코레일 노동조합은 명백히 민영화 수순에 해당한다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반면,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전략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한 철도산업이 철로 위를 역주행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저탄소 철도산업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발주증가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철도업체가 경쟁력을 키워 해외시장진출을 확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서발KTX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양상보다 오히려 여야 갈등, 보수․진보 이념대립으로 확산 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민영화수순’VS‘공기업경영개선’이란 논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도업계, “민영화도 공기업개혁도 아닌 철도상하통합 원해”
철도업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해외시장진출과 철도산업 선진화라 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노조 측은 민영화를 반대하고, 정부는 공기업 방만경영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업계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철도상하통합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철도업계 전문가들은 시설과 운영이 분리된 현 상하분리 체계에서는 업무가 복잡하게 엉켜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설계-시공-감리의 시설공단과 현장실사-유지보수의 코레일의 업무가 산발적으로 분산돼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비판이다.

철도시설공단의 PMC, 코레일의 O&M 실적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국내 철도 설계 및 건설업체는 두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해외수주경쟁력이 배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통합과 민영화라는 뿌리 깊은 갈등으로 두 기관은 해외시장진출에 전혀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2004년 1월 철도시설공단 설립과 함께 시설업무가 철도청에서 분리된 후 철도상하분리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시설과 운영을 통합하는 철도상하통합이 진행된다면, 114년 간 철도사업을 주관해온 코레일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국토부와 시설공단은 상하분리를 고수하며, 상하통합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진행 중에 있다.

사실 정부는 과거 시설공단 창립 당시 상하분리라는 프랑스시스템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프랑스 철도청은 지난해 10월 창립 75주년행사에서 상하통합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한다고 공표했다. 게다가 글로벌 철도시장에서 선두업체 프랑스 Systra社는 타당성조사-설계-감리부터 유지보수까지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전 분야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도 업계도 상하통합 시스템에서 철도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철도상하통합은 현재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이 표면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글로벌무대에서 철도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 될 사안으로 풀이된다.

상하통합 주도권 ‘수서발KTX자회사-철도시설공단’에 넘어가나
철도전문가들은 해당 노선의 잠재수요가 큰 만큼 운영수익이 충분해 코레일 수서발KTX 자회사는 탁월한 운영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투성이 코레일에게 상하통합의 주도권을 줄 수 없다는 정부입장도 코레일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과 함께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철도상하통합은 민영화 이슈와도 개연성이 부족하고 철도업계 해외시장진출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통합의 주체가 흑자기관 코레일자회사라면 사실상 국토부가 이를 막을 명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상하통합의 주체가 시설공단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차량을 직접 발주하고 있는 차량 소유권자 시설공단이 현대로템에 수서발KTX 차량을 주문했다”며, “수서역을 시설한 주체도 시설공단인 만큼 향후 시설공단은 자연스럽게 수서발KTX 자회사의 지분을 갖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수서발KTX 자회사와 그 지분을 보유한 철도시설공단이 공기업개혁대상 1순위 코레일을 대신해 철도상하통합의 주체가 되는 형국이다. 철도노조 파업시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코레일사장에 정부와 코드를 같이 하는 사장인사를 단행했다. 이제 차기 철도공단 이사장과 1대 코레일자회사 사장인사가 업계의 초미의 관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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