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불황…“IMF 때보다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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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불황…“IMF 때보다 더 어렵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6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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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비 특근비 실종된지 오래 전
도로사업본부 대량해고 현실화

#1. 33세 도로엔지니어 J모씨는 얼마 전 해고통보를 받았다. J씨뿐만 아니라 사내 40여명 가량도 해고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사측은 향후 도로분야 발주가 줄어들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한참 일할 경력 5년차 엔지니어를 자를 만큼 회사사정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공공발주를 늘렸고, 수주량도 상승곡선을 탔기 때문이다.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K씨도 회사사정이 조금 어렵다고 무작정 해고하는 회사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시공사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을 뿐이다.

#2. 53세 K씨는 규모가 작은 엔지니어링사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해고다. 그는 도로분야에 25년간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웬만한 발주청에서 만점경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K씨가 도로기술자로써 경험과 기술력을 겸비했지만 건설사 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발주량이 급격히 줄어 프로젝트당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발주청 퇴직자의 영업력이 중시되기 때문에 K씨 같은 기술자는 설 곳이 없다. 새로 옮긴 회사는 기본적인 실적조차 없어 정부입찰보다는 하도급이나 받아야 할 상황이다.

#3. H엔지니어링 대표 B씨는 2개월째 직원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잔고를 털어쓰는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B씨는 아무리 쥐어짜도 돈 나올 데가 없다. 대형엔지니어링사를 퇴직하고 창업했지만, 최저가 수준에도 못 미치는 하도급만 받아 수익이 나지 않고, 그나마도 일감이 없다. 문제는 원도급사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금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 이대로 2개월만 가면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상위 50개 대형엔지니어링사의 절반가량이 임금을 체불하고 있을 만큼 엔지니어링 업계가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올 초 대부분의 엔지니어링사가 야근비, 특근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발주량이 급감한 도로사업부는 최소인력만 남기고 부서자체를 없애버리는 사태까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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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일거리가 있는 상하수도 분야는 임금이 체불된 채 야근비도 없이 죽어라 일만하고, 도로부는 오늘 내일 해고될 걱정만하고 있다”면서 “특히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어 고용안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엔지니어링사의 경우 도로엔지니어를 30%를 가량 감원한다는 방침이었다. 감원대상은 일단 부서장 및 임원급을 대상으로 하고, 하위직은 철도 등 타 부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고범위는 당초 계획보다 더 늘어난 상황으로, 여기에 임금체불까지 겹치면서 엔지니어링 업계는 패닉상태다.
그나마 대형엔지니어링사는 나은 편이다. 하도급을 받는 중소엔지니어링사의 경우 원도급사로부터 대금지금이 미뤄지고 있어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엔니지어링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엔지니어링업계는 사상초유의 수주를 기록했지만 재투자율은 높지 않았다”면서 “수주급감의 직격탄을 중소엔지어링사 및 엔지니어링 기술자들이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IMF 때는 힘든 상황에서도 발주량이 크게 늘어나 재기할 수 있었지만 현 시점은 엔지니어는 많은데 물량이 씨가 말라 미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도로발주 급감의 대안으로 해외시장 개척이 떠오르고 있지만 이나마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우선 해외수주의 경우 엔지니어링 대가가 국내 70~80%수주에 머물고, 진출에 따른 경비가 지출되는 등 리스크가 높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진출한 국가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지만 해외시장 진출경험이 부족해 손해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당장 정부의 발주량이 늘어나면 엔지니어링 업계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체질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제도 또한 기술력 위주로 재편돼야 해외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입력일 2011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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