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엔지니어링 부조리②>영혼없는 영향평가
요식행위 그치는 영향평가,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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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엔지니어링 부조리②>영혼없는 영향평가
요식행위 그치는 영향평가,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4.08.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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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전권주고 선진국 수준 대가지급 필요해
거대논리에 잘못된 수요측정, 국가기간망 망가져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 기획단계에 이뤄지는 각종 영향평가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즉 이제껏 영향평가는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논리만을 제공했지,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 전문가들은 기획단계에서 이뤄지는 영향평가 특성상, 엔지니어가 올바른 판단을 한다면 국가예산 낭비를 줄이는 등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자사업, 쪽지예산에 수요측정 엉망돼 = 한국형 민자사업은 보통 엔지니어링사가 사업을 개발,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맺은 후 주무관청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컨소시엄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 수요를 부풀리는 방식을 채용했고, PIMAC 전신인 국토연구원 산하 PICKO와 국토부는 민자사업의 대부분을 승인했다.

S사 관계자는 “PICKO가 국토부 산하다보니 건설사의 논리를 대부분 받아줬고, 이후 수요부풀리기 논란이 커지면서 기재부 산하 PIMAC으로 민자사업 업무가 이관됐다”면서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갑인 건설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실시설계를 따기 위해 교통수요를 과다 측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상 ‘건설’이라는 깃발아래 모두가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발주처에서 교통영향평가를 발주할 때 사업규모와 물량이 대부분 결정돼 있는 상태다. 때문에 교통엔지니어가 소신대로 사업을 변경하기는 불가능하다. 반면 예측수요·실제수요의 차이가 30% 이상일 경우, 용역업자의 고의·중과실을 조사해 영업정지를 부과하는 건설기술관리법 조항은 엔지니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교통엔지니어 B씨는 “발주처가 원하는 스펙은 입체교차로가 가득한 4차로인데, 교통수요를 측정해보니 2차로면 충분한 경우 엔지니어가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면서 “변명 같지만 정치권, 발주처, 건설사, 엔지니어링사 모두 과수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수요측정이 되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는 수요가 펑크난 용인경전철이나 각종 민자도로로 지탄을 받는데 비해, 이해관계가 없는 해외에서 F/S를 하면 가감없이 사업성을 평가하니, 한국의 교통엔지니어로써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도 교통영향평가와 다르지 않다. 4대강사업, 가로림조력, 제주해군기지 등 주요 환경이슈에 대해 엔지니어는 정부나 건설사를 대행해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L엔지니어는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는 프로젝트에서 환경영향평가는 그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결국 건설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환경엔지니어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기획단계 컨설팅 중요성 인식하고, 책임과 권한 동시부여해야 = 엔지니어링이 건설을 위한 보조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 대한 가치부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총사업비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향평가가 제대로 될 경우 국가재정은 물론 합리적 건설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기획 영역의 경우 회사를 포함해 외압주체로부터 벗어나 소신있게 컨설팅을 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대가수준 또한 사업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해 크게 높여야 한다는 것.

K엔지니어는 “1조원 규모 사업이라도 수요측정에 들어가는 대가는 1억원 수준이다. 그나마도 학계에서 70%를 가져가 실제 엔지니어링사는 5,000만원도 안 되는 대가로 중차대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제대로된 영향평가를 했다면 수요부족으로 수조원을 날린 국책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교통단계에서의 사업실패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기획단계 엔지니어링의 대가를 올리고, 책임에 따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엔지니어링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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