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보고서를 통해 바라본 아시아-①]
양분된 방글라 연결 프로젝트…50년 숙원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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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보고서를 통해 바라본 아시아-①]
양분된 방글라 연결 프로젝트…50년 숙원 이뤄지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4.10.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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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 5개월간 전국토 절반 물에 잠겨, 한시간 거리 3일만에 도착
WB 재원조달 ‘Rethinking’ 2015착공 가시화 돼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현대사회는 수많은 통계와 보고서를 통해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의 대안을 제시한다. F/S-Feasibility Study 즉 타당성검토는 그 사회가 앉고 있는 문제를 SOC 관점에서 해석한 보고서다. 지금도 전세계 엔지니어링그룹에서는 WB, ADB 등 ODA기관에서 발주한 F/S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각국의 SOC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 아시안 하이웨이 노선도
본지는 F/S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70억 인구 중 3/5인 45억명이 거주하는 거대 SOC시장인 아시아를 투영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여전히 물, 식량, 교통 등 인프라 미확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인도양의 습기를 가득 먹은 열대계절풍이 벵골만을 타고 북동진을 계속하다 거대한 벽 히말라야에 막혀 엄청난 비를 쏟아낸다. 체라푼지, 아삼에 집중된 호우는 연간 5,000mm에 달해 방글라데시 갠지스 강, 파드마강 수위는 1.12m에서 6.13m 높아지고 강폭도 최대 12km 이상 늘어난다. 1991년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태풍의 영향으로 2,5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13만명이 즉사했고, 총 30만명이 수인성전염병과 기아로 사망했다. 5개월간 지속되는 방글라데시의 엄청난 우기는 국토의 절반을 침수시켜 사실상 국가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절반으로 나뉜 국토, 인프라건설 전무=방글라데시 인구는 1억6,365만명으로 세계 8위고 인구밀도는 1,015명에 달해 도시국가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세계 1위다. 1인당 GDP는 올해 간신히 1,000달러를 넘기는 수준이고 문맹률은 70%에 육박한다. 때문에 최소한의 인프라건설도 이제껏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 파드마강 사업구간
방글라데시 인프라의 선결과제는 제방과 교량이다. 파드마강을 도강하는 물류는 런치보트와 페리선이 담당하고 있다. 주요 운항지점은 Paturia~Goalundo와 Mawa~Janjira 구간으로 여객은 1시간 화물은 1.8~2.7시간을 대기해야 하고, 도강시간도 짧게는 30분에서 2시간까지 소요된다. 이 때문에 수도 다카에서 70km 거리 내외의 남서부지역까지 5시간 이상이 걸려 여객물류 이동이 더디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류가 폭증하면서 화물의 경우 최장 3일까지 대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안전문제도 대두된다. 강 합류지점의 난류와 소용돌이로 1970년대 이후 270회의 선박이 침몰 사고가 있었고 그리 인해 4,000명이 사망했다. 연간 평균으로는 9척의 선박이 침몰하고, 140명이 사망하고 있다. 올해도 8월에도 300명이 승선한 페리가 전복되면서 150명이 구조되지 못하고 실종됐다.

▲ 파드마강 초기 교량 조감도
◆방글라데시 번영의 첫단추 파드마교=시간, 안전 등의 이유로 파드마강 교량건설의 필요성은 동파키스탄 시절인 1960년대부터 계속돼 왔다. 시작은 연장 930m, 1,410m 메그나, 메그나굼티 교량으로 일본의 무상원조로 1991년 완공됐다. 이후 당시로서는 초장대교량인 연장 4,800m의 자무나교가 1998년에 개통됐다.

자무나교의 원조요청은 1964년 이뤄졌다. 당시 JICA의 전신인 OTCA(Overseas Technical Cooperation Agency)가 교량전문가을 파견했는데, 상류조사팀이 항공기사고로 전원사망했다. 나머지 단원으로 조사를 계속한 OTCA는 연약지반으로 인한 공사수행의 어려움을 들어 “자무나 교량 건설은 곤란하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같은 일본조사단의 해석에 대해 영국의 RTC, 네덜란드 NEDECO도 동의했다. 하지만 1980년 대구경 강관을 사용한 심해유전 개착기술이 개발되면서 100m 깊이 퇴적층의 말뚝기초가 가능해졌다. 이후 자무나교량 건설이 급물살을 타 WB의 F/S 이후  WB, ADB, OECF, 방글라데시가 각 2억달러씩 총 8억달러를 투자해 도로철도 병용교인 자무나를 완공하기 이른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담당했다. 자무나교가 우선 추진된 이유는 강폭과 퇴적측의 깊이가 파드마교 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낮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대교인 자무나대교의 건설로 방글라데시 동서간 이동은 진전됐지만, 서남측의 교통통행은 여전히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 등 교통불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유는 자무나교가 상류에 건설돼 남측으로 이동할 경우 북쪽으로 크게 우회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선박 대신 자무라대교를 통해 다카에서 바리살까지 이동할 경우 거리는 직선거리 120km의 두 배인 257km로 늘어난다. 소요시간 또한 교통정체가 발생하지 않아도 7시간이 걸린다. 직선화된 현대식 고속도로라면 7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 파드마대교 조감도
파드마교는 1999년에 이르러서야 타당성조사가 시작됐고, 2005년 JICA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당시 F/S보고서는 파드마교의 공사비를 1조5,000원으로 추정했는데, 이 금액은 2005년 방글라데시 예산 11조원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교량건설의 후보지는 4개군이 고려됐는데, 최종 Mawa~Janjira가 선정됐다. 후보군이었던 Paturia~Goalundo의 경우 서남부 지역의 42%를 4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반면 Mawa~Janjira 구간은 4시간 커버율이 74%에 달하는 등 접근성이 좋았다.

Mawa~Janjira간에 파드마교량이 건설되면 주변국가의 물류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우선 인도와 수송거리가 단축된다. 즉 현재 다카-자무나교-인도철도망은 403km인데 반해 파드마교량을 이용하면 수송로가 260km로 줄어드는 것. 또 캘거타항구가 독점하고 있는 인도 동부 7개주 및 네팔, 부탄의 수출입 화물을 치타공항구로 끌어올 수 있다. 또 아시안하이웨이(AH)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남아시아지역연합-SAARC 전체의 상승효과를 불러온다고 기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파드마교의 일통행량은 2015년 21,300대, 2025년에는 41,600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고압송전, 가스, 통신회선 등을 추가 설치할 경우 다목적 교량으로써 비용편익이 높아진다. 보고서는 파드마교량의 건설로 인한 경제내부수익률-EIRR을 15.4%, GDP의 1.2%가 증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깊은 퇴적층 난공사 예상돼=방글라데시의 자연환경을 고려했을 경우 파드마교 건설은 난공사가 예상된다. Mawa~Janjira 구간의 134,000t의 홍수유량으로 인해 강기슭 세굴량이 큰데다가 우기에 발생하는 사이클론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지하 120m까지 형성된 충적층으로 인해 말뚝기초 확보가 어렵다. 또 1,500톤급 중형선박의 항해를 위해 100~250m 경간장도 확보해야 할 뿐더러 강 좌우안의 침식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 파드마강 주변 하도의 변천
보고서는 접근성과 더불어 세굴과 홍수까지 고려했을 때 Mawa~Janjira를 최적지로 분석했다. Mawa 부근은 1926년 이후 1985년까지 좌안의 침식이 8m 수준, 최근까지 1.5m에 불과했고, 1960년 이후 사주발생 없이 단단면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안은 침식량이 500m, 퇴적량은 300m 이상 기록됐다. 이를 위해 범람원의 한계를 고려하고 최대 세굴에 대비, 우측 기슭에 4.0km의 보호공을 시공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종선정된 파드마교 형식은 트러스 방식을 채용하고 있지만, F/S보고서에는 경제성과 시공편의성을 고려해 ED교(Extradosed Bridge)를 제안했다. 즉 AH기준을 기반으로 180m 3경간으로 100m 말뚝기초를 시공해야 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가 최종적으로 제안한 파드마교의 스펙은 총연장 12,163m로 주교량-5,400m, 폭 25m, D=3m 강관말뚝이고, 고가교는 폭원 10m PSC T거더 D=1.2m다. 이와함께 호안연장 16.3km, 준설토 950m3 등 하천공사도 포함됐다. 한편 보고서에서는 공기를 54개월 제안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48개월로 단축됐다.

2005년 F/S보고서는 추정한 파드마교의 공사비는 12억5,682만달러고 공기는 54개월로 명시했다. 최근 발주된 파드마프로젝트는 총공사비 29억7,000만달러 주교량 6.15km, 진입로 15.1km, 제방공사 14km으로 확정됐다. 실제 설계를 수행한 AECOM은 파드마교를 복층 트러스트방식을 채용해 도로, 철도(단선) 병용교로 디자인했다.

◆파드마 부패문제 딛고 방글라데시 청사진 그리나=당초 파드마 프로젝트는 세계은행 12억달러, ADB 6.15억달러, JICA 4억달러, IDB1.4억달러, 방글라 재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부정부패가 불거지면서 차관이 취소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곧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선언했지만,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이 재원조달의 불투명을 이유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결국 중국의 China Major Bridge Engineering가 교량부문을 15억4,900만달러에, 시노하이드로는 제방공사를 수주하면서 내년 착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컨소시엄 또한 사업관리컨설팅에서 수위를 차지하며 계약만을 남겨 놓았다.

최근 WB는 파드마프로젝트의 차관제공에 대해 ‘Rethinking’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원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 정부에게는 희소식인 셈이다.

하지만 또 다시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파드마가 좌초된다면 방글라데시의 발전은 요원한 꿈이 될 것이다. 파드마강으로 인해 동서로 갈라진 방글라데시가 파드마대교를 통해 연결돼 1억6,000만 방글라 국민이 행복한 삶을 이루는 과제는 이제 방글라 정부의 몫이 됐다.

참조 JICA 2005 방글라데시 파드마교량 건설계획 조사
         2012 해외 인프라 정비 프로젝트 형성
        국제기구 지원 인프라프로젝트 FS사례연구 이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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