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큰 그림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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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큰 그림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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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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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예산급감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엔지니어링업계가 힘들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므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 살짝이라도 엔지니어링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망과 해석이다.

한국 엔지니어링은 1960년 이후 50년간 고도의 성장과 궤를 맞춰 꺾임없는 성장을 계속해왔다. 온 국민이 어려움을 맞았던 IMF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경제활성화가 된다”는 논리에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링업계 대다수가 “힘들다”를 연발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발주량 급감은 분야별로 체감정도가 다르다. 대다수의 엔지니어링사들이 도로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하다보니 발주량에 민감하고, 수자원, 상하수도, 플랜트 분야는 그마만 숨 쉴 틈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말이다.

자국 SOC산업 하락 추세는 선진국이라면 누구나 겪었던 일이다. ‘영광의 30년’과 ‘라인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국가통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미국은 50~60대, 일본은 80년대까지 경제호황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도 80년대에 들어서 자국내 물량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건설업이 주력산업인 스페인조차 글로벌금융 위기 이후 해외비중이 국내를 압도했을 정도다.

80~90년대 해외시장에 진출한 선진엔지니어링사는 신흥시장인 개발도상국에 수많은 브랜치를 설립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들의 전략은 고부가가치 영역인 PMC와 FEED분야는 자신들이, 상세설계 분야는 개도국 지사를 이용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선진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모든 설계기준과 발주방법도 그들의 방식을 채택한 점도 성공의 견인차였다.

한국이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것은 최근 5년 사이다. 최근에는 포트폴리오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일 만큼 약진한 곳도 눈에 띈다. 문제는 해외수주의 대부분이 EDCF, KOICA 등 국내 ODA에 머무르고 있고, 규모 또한 선진엔지니어링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 엔지니어링사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리는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우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발주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공사비나 뽑아주는 상세설계로는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도 저부가가치 영역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정부도 상세설계 분야는 현장으로 돌리고, F/S, FEED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대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엔지니어링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발주권한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PMC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선도적엔지니어링사가 수백억원대 컨설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력이 최우선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고액연봉의 전관 한명보다 젊은 엔지니어를 다수 뽑아 해외시장을 경험시키는 편이 엔지니어링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관이라는 것이 발주처와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느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 만큼 허울뿐인 국내 실적을 보유한 전관보다 젊은 엔지니어가 오히려 경쟁력이 높다.

2015년은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링업계가 연착륙을 넘어 상승 모멘텀을 찾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김치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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