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아시아인프라 中 패권전략… “ADB 넘어서기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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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아시아인프라 中 패권전략… “ADB 넘어서기 시간문제”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03.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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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전문가, “영국의 AIIB 합류, 중국 대내외 체제개선 신호탄”
업계, “한국, 中日에 밀려… 지분규모, 전문가진출 확대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중국 주도의 AIIB가 십여년 뒤면 일본과 미국 주도의 ADB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일미 간의 아시아 인프라시장 패권경쟁에 대해 SOC업계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 차원에서 한국정부 또한 역내 영향력 확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베이징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한 타케히코 나카오 ADB총재가 “AIIB가 최선의 방법을 따른다면” 이라는 조건을 달자,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이 “최선은 누굴 위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즉각 대립각을 세웠다. 아시아지역 인프라시장 패권을 두고 중국, 일본 간의 신경전이 AIIB와 ADB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시진핑 정부는 ADB 등에서 지분확대를 주장해온 자신들의 요구가 현행 MDB 체계에서 반영되지 않자 AIIB라는 차선책을 마련했다. WB, IMF 창설당시 미국이 그러했듯 AIIB 창설을 주도해 아시아권 MDB 시장에서의 지배구조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IIB가 국제무대에서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초창기 우려와 달리, 최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 선진국 참여를 계기로 연내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주요 인프라산업국가 중 한국, 호주, 대만 또한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AIIB 창설이 확실시됨에 따라 당초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미국, 일본도 중국 측 지분확대 저지를 위해 참여를 저울질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AIIB에 역내 27개국 역외 7개국 등 총 34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번 달 31일까지 회원국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AIIB 자본금 초기규모는 500억달러지만 추후 1,000억달러로 증액될 전망이며, 이는 ADB의 자본규모 1,628억달러의 61%에 달하는 수준이다.

▼ “소프트파워 겸비한 중국, 아시아 인프라시장 패권 장악할 것”
엔지니어링업계는 한국의 AIIB 가입여부 결정이 1주일 안으로 다가오자, “AIIB 출범은 아시아 인프라시장 진출확대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며 한국정부의 AIIB 가입 및 MDB 지분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A사 관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인프라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부족한 재원마련을 위해 PPP방식의 PF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재원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AIIB의 자금지원은 ADB 발주 규모가 60%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근 영국, 독일 등 서방 선진국이 AIIB 가입을 선언한 데는 중국이 ‘거부권’을 포기하겠다고 제안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MDB 내 지분확대 등 하드웨어적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온 중국은, 서방 회원국에게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소프트웨어적 개선을 할 것이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내 국제개발 전문가는 “최근 시진핑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에 대대적으로 나서며 대내적 체제개선을 이뤄가고 있다”며, “영국의 AIIB 참여는 사실상 AIIB가 최소한 기존 WB, ADB에 준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대외정책금융 전문가는 “중국은 WB, ADB, IMF 등 국제금융기구가 1주일에 2~3회 회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등 행정절차에 과업의 중요성이 치우쳐있다고 비판해왔다”며, “지분구조를 확대해 제목소리도 내고 싶지만 미국, 일본 등 기득권에 막혀 불만이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영기업단은 지난해 APEC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정부와 800km 고속철도사업 등 총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광물 프로젝트 MOU 12건을 체결했한 바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아시아시장에서 사실상의 양허성차관규모를 확대하는 중국에게 주변국들의 경제적 종속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외정책금융 전문가는 “중국은 향후 다국적개발은행 AIIB를 통해 수원국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가격경쟁력과 함께 자국 인프라시장에서 쌓아온 실적을 무기로 아시아인프라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다”며, “영국, 독일 등 금융선진국이 참여한 만큼 투명한 지배구조만 구축된다면 십여년 내 ADB의 영향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 ENG업계, “한국, AIIB는 물론 ADB, WB에서도 영향력 높여야”
엔지니어링업계는 중국과 일본, 미국 등이 아시아시장에서 패권경쟁을 하는 상황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 차원에서라도 역내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B사 관계자는 “한국은 AIIB 참여는 당연하고 기존 ADB, WB 등 MDB에서 지분확대 등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당장 수원국이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구도를 만들 수 있는 공종별 전문가, 지역별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현재 MDB사업을 수행 중인 한국기업 대부분은 사업공고가 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 인프라전문가들의 MDB 진출이 확대된다면, 프로젝트 발굴 단계부터 수원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라오스 WB Country Office 방문 시 현지 총 매니저로 파견된 일본인을 만났다”며, “ADB 역대 총재 9명 모두 일본인이고 ADB 뿐만 아니라 WB에서도 일본인이 중요 직책에 상당히 넓게 분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마닐라 ADB 본부에서 근무 중인 Technical Assistant 대부분이 영국, 호주 등 영어권 선진국 엔지니어였다”며 “한국기업은 설계, 감리분야만 하고 있는데 TA를 하면 ADB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정보습득이 가능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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