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부르는 ‘노후하수관’… 예산부족이 ‘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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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부르는 ‘노후하수관’… 예산부족이 ‘화’ 키워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04.0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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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8년전 ‘비굴착 보수공법’ 이미 도입… 문제는 예산
환경부, “올해 정밀조사 마무리… 내년부터 정비사업 본격 확대”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지난 7일 오후 4시경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1번 출구 환기구 인접 보도에서 도로가 함몰되며 보행자 1명이 찰과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이동, 삼성역 등 강남일대 중심으로 나타나던 싱크홀에 대한 서울시민의 두려움이 최근 신촌, 용산 등 강북까지 서울시내 전역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잠실일대에서 싱크홀이 발견된 지난해만 해도 제2롯데월드 건축과정에서 낮아진 지하수위가 지반침하를 일으켰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후 지하철 9호선 등 시설물 건설현장에서 싱크홀이 발생되자 공사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강북일대 싱크홀 사고가 급증하자 지반 전문가들은 “노후 하수관에서 유출된 하수가 모래입자와 함께 유실돼 지반침하를 일으킨다”며 노후 하수관을 주요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 또한 “시가 지난해 파악한 도로함몰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간 크고 작은 도로함몰 약 681건 중 하수관로 노후불량에 의한 건수가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 서울시 노후하수관 개량에 4조원 소요… 국고지원 필수
지난 2월 20일 발생된 용산역 싱크홀에 대해 최근 한국지반공학회 측은 “자갈층에서 완벽한 차수가 이뤄지지 않아 지하수와 토사가 유출됐다”며 시공과정에서의 관리부실, 계측관리 부실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일기술공사 김재성 본부장은 “서울시는 용산의 노후하수관거를 문제삼아 1997년 최초로 용산에 하수관거 종합정비사업 예산을 투입했다”며, “용산역 싱크홀 또한 시공문제 이전에 노후 하수관거가 남아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뒤이어 “서울시는 ‘비굴착 보수공법’을 1997년 도입해 하수관거 내부에 에폭시라이너를 넣는 작업을 해왔다”며, “2.5m 마다있는 하수관 연결부위에 에폭시수지를 씌워서 하수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수관거 종합정비사업은 예산이 많이 들고 작업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해 그간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해온 것으로 전하고 있다. 지속적인 예산투자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때문에 서울시는 하수관거 종합정비사업에 상수도 물을 팔아 거둔 수익을 하수도 개량에만 쓰도록 한 ‘특별회계’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반 전문가들은 특별회계 예산만으로는 막대한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로함몰 우려지역 노후관로 3,700km 개량에 총 4조5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때문에 서울시는 50년 이상 된 932km를 우선 교체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위해 매년 평균 2,5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2일 하수도 정비를 위해 정부로부터 연 5,000억원의 지원을 받은 도쿄도의 사례를 들며, 올해 필요 예산 2,300억 원 중 시비 1,300억원을 제외한 1,000억원에 대한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 정부, “내년부터 노후하수관 정비 본격 확대”
서울시의 국비지원 요청 이후 용산역, 삼성중앙역, 장한평역 등에서 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완구 국무총리는 8일 방이동 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을 찾았다. 싱크홀 현장을 둘러본 이 총리는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참석하는 안전회의를 열어 부처별 소관 안전 사항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환경부 또한 “올해 90개 지자체의 하수관로 1만2,000km를 대상으로 국고 350억원 등 총사업비 712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노후 하수관거 정밀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수관로 내부에 대해 육안조사, CCTV조사를 통해 파손, 누수 등 관로 상태를 파악하고, 지반침하 우려지역에 대해 내시경 조사, GPR 조사 등을 추가로 실시하고 있다”며, “파손, 누수, 연결관 불량 등 정비가 필요한 하수관로에 대해 내년 예산에 반영해 개보수, 교체 등 관로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쿄도는 하수도관리 예산 전체 규모가 총 6조9,579억원으로 서울시 예산 6,910억원의 10배를 넘어서며, 노후하수관 정비 이후 도로함몰 원인 중 하수도 손상으로 인한 비율이 48%에서 28%로 대폭 감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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