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엔지니어링과 전관(前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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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엔지니어링과 전관(前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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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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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바닥에는 자릿세를 걷는 양아치 조직들이 있습니다. 상인들은 누구나 그 양아치 조직들에게 자릿세를 내줍니다. 양아치는 고마운 것도 모릅니다. 당연한 일이니까요. 날이 갈수록 자릿세는 오를 겁니다. 양아치를 만든 것은 상인입니다. 자릿세 따위를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한게 된다면 양아치들은 다른 직업을 찾게 되겠죠." 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윤혜린은 카지노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주들에게 이 같이 호소한다.

20년이 지난 이 시점의 엔지니어링업계에도 자릿세를 걷는 양아치 조직이 존재한다. 공무원이 바로 그것이다. 형태도 진화해 퇴직한 퇴직관료를 엔지니어링사에 상주시켜 자릿세를 걷는다. 우습게도 이 전관은 신입엔지니어 4~5배의 임금에 고급세단까지 제공받고 있다.

전관을 만든 것은 엔지니어링사다. 기술개발과 전세계적인 시류를 등한시한 채 경쟁적으로 전관을 데려와 고임금과 로비를 통해 사세확장에만 열을 올렸다. 엔지니어링컨설팅을 수행함에 있어 자릿세 따위를 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데, 현실에서는 서로 더 많이 내겠다고 아우성쳤다.

공무원은 엔지니어링업계의 생각보다 높은 호응에 부응이라도 하듯, 전관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들기 시작한다. 상생이란 기치아래 공동도급 의무조항을 만들어 1명이면 족할 자리를 3명까지 구겨넣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정성적 평가에 발주처 심의위원을 과반이상 넣어 입김을 강화했다. 공무원 출신이 아닌 진성 엔지니어라면 쌓을 수 없는 실적을 PQ만점으로 설정해 놓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 엔지니어는 단지 다 결정된 결과에 대해 뒤치다꺼리 역할만 시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민국 최고실적의 전관이 해외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껍데기엔지니어로 전락했다. 결국 택한 방법은 국내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 로비를 하는 것일 뿐이었다.

현실을 보자. 만약 30억 가량의 TP가 5건 발주된다면 현시점에서는 15개사가 3개사씩 컨소시엄을 맺고 공히 10억씩 수주해 가게 된다. 발주처와 전관이 사전에 입을 맞췄기 때문에 수주에 실패할 확률은 없다고 볼 때, 엔지니어링사는 확정적 수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전관한명이 10~20억을 수주할 경우 최소 2~3억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해보자. 똑같은 발주에 대해 공동도급 없이 공정한 기술평가가 가능하다면 엔지니어링사는 전관이 아닌 최상의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에게 고임금을 지불할 것이다. 치열한 기술경쟁을 통해 사업을 수주할 경우 3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건전한 자본가라면 순이익 2~3억원이 제외된 10억원을 택하는 것보다, 온전한 30억원을 경쟁을 통해 따내야 하는게 맞다. 참고로 보통의 엔지니어링사 영업이익률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도덕적인 부분을 떠나 수익만 놓고 봐도 전관과 로비의 척결은 엔지니어링 미래경쟁력확보의 핵심이다. 존경받는 고임금의 진짜엔지니어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술경쟁을 통해 최상의 컨설팅을 수행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전관의 소멸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

개발시대의 수혜를 온몸으로 받은 1세대들은 “전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인재가 무엇이 아쉬워서 낮은 임금에 공무원이 판치는 엔지니어링업계 발을 들이겠는지”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정장희 팀장 ㅣ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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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엔지니어 2015-05-07 16:35:39
엔지니어링업계는 퇴직한 관피아들의 쉼터이자 제2의 꿈의 직장입니다. 고연봉에 차량에 법인카드에~~온갖혜택을 다 누리며 현직 발주처의 후배들과 그들만의 카테고리를 형성하면서~~이 얼마나 좋은 직장입니까!!

강감찬 2015-04-22 18:08:22
원래 상식을 이야기하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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