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양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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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양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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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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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유신의 나이가 50살이 된다. 반백년이고 지천명이다. 도화엔지니어링은 8년전 50주년을 맞이해 환갑을 바라보고 있고, 엔지니어링협회도 지난해 40주년을 맞이했으니 사람으로 쳐도 먹을 만큼 먹은 나이다. 역사도 오래됐고, 하는 일도 사회발전과 공공의 안녕을 지키는 일인데다, 인원도 100만 엔지니어링가족인 만큼 사회적으로 대우도 받을 만도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얼마 전 '엔지니어링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이날 보고에서 기자는 메인보고보다 업계의견에 기대를 더 걸었다. 최근 2~3년전부터 PMC 등 발주권한 이양을 통한 엔지니어링산업 글로벌화가 업계에 화두로 자리매김한 상태에서 이를 대변할 업계대표 엔지니어들이 보고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업계의견이라고 나온 것이 겨우 "대가를 올려달라"라는 정도였다. 대통령 보고가 날이면날마다오는 기회도 아닌데, 그 자리에서 대가나 올려달라는 지극히 이익단체스러운 건의나 하고 있으면 대통령이 "아 네 당신들의 대가를 올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까. 초등학생이 엄마에게 용돈을 올려달라고 하는데도 뚜렷한 이유와 근거자료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무턱대고 기승전-대가상승으로 마침표를 찍어 버리면서 상대방이 납득되기를 기대했다는 것은 유아적 발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대가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저부가가치노동집약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고, 글로벌시장에서 선진엔지니어링사가 고부가가치지식반을 통해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고 이를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부터 말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징징거림으로 10의 이익을 얻기보다 당당하게 100의 이득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의 핵심은 발주권한 이양인데, 발주처 눈치가 너무 따가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수준의 말로 상황을 종료해 버리니 이도저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10여년간 엔지니어링업계를 취재하면서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는 상황을 많이 봐왔다. 사람은 똑같은데 국토부 관련 자리와 그 외의 자리에서 말이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일례로 해외진출과 엔지니어링선진화를 위해서 발주처는 PMC실적만 남기고 해체해야 된다고 말해놓고도, 국토부의 '국'자만 들어간 자리에서는 뛰어난 관이 부족한 민을 잘 이끌어 민관합동으로 해외를 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상위엔지니어링사 CEO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의 대단히 혁명적이고 과감한 생각에 놀랄 때가 많다. 그들 생각의 30%만 현실화가 된다면 한국의 엔지니어링은 이미 한참 전에 글로벌화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甲 발주처에게라면 곧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어버리고 만다. 미국의 수학자 존내쉬의 균형이론-죄수딜레마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엔지니어링업계의 이중적 행태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5공 청문회 당시 노무현 의원의 "시류에 순응한다는 것이 단지 돈 문제에 국한된 것이라면 진작부터 6.29선언이 있기 이전부터 증인은 왜 바른 말씀을 하시지 않았는가"에 대해 정주영 회장은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우리는 그러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엔지니어링 리더들은 더 이상 우월적 지위를 구축한 발주처에서 던져주는 떡고물을 먹으며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진정한 산업의 글로벌화와 더 큰 이익을 위해 乙인 엔지니어링사가 발전적 담합을 통해 甲인 발주처를 공격해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쯤되면 움직일 때도 되지 않았나.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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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_geo 2015-07-03 09:34:30
이쯤되면 움직일때 되었죠... 정말 엔지니어링 업계 CEO분들이 단기적인 회사의 이익을 쫒기보단, 장기적으로 국내 엔지니어링의 발전을 위해서도 한 목소리를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당신들도 CEO이기 이전에 엔지니어였다는 점을 후배 엔지니어들을 위해서라도 잊지 말아주세요^^

엔지니어한 2015-07-26 18:20:26
단기적 이익과 갑의 횡포에 누가 앞서겠습니까? 당장 앞에 있는 이익을 위해 갑에게 충성하는 것이 현실이며, 을 중 갑인 회사들은 본인앞에 있는 먹기 좋은 떡을 절대 놓치지 않을 껍니다. 엔지니어링사 중 힘 쎈 회사들이 기사내용처럼 발전적 담합을 하지 않고서는 끝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를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 여러분!! 당신들은 말그대로 엔지니어입니다. 테크니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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