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주한 베트남 대사]
베트남 철도사업에 일본 눈독… 팜후찌 대사, "한국 기술력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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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주한 베트남 대사]
베트남 철도사업에 일본 눈독… 팜후찌 대사, "한국 기술력 원해"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07.2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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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400억달러 고속철도 사업에 일본기술 도입 논의
팜후찌 대사, "KTX 호남선 기술력 인상적, 한국 철도업계 참여 기대"

(엔지니어링데일리)이준희 기자= 삼청동 카페거리를 걷다보면 그 끝자락에서 태극기와 나란히 펄럭이는 금성홍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만난 팜후찌 대사는 서울의 삼복더위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베트남 인프라시장에 대한 한국 엔지니어링업계의 더욱 뜨거운 관심을 주문하고 나섰다.

1992년 수교 당시 5억달러에 불과했던 베트남과 한국의 무역규모는 지난해 300억달러를 돌파해 60배이상 성장했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규모는 1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급증해, 지난해 베트남 1위 투자국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정부는 1995년부터 총 20억달러에 달하는 베트남 EDCF사업 55건을 승인했으며, 이는 52개 수원국 중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이처럼 베트남은 한국의, 한국은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도로, 철도, 교량, 발전소, 상하수도 등 한국의 인프라개발 분야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을 경제발전의 롤 모델로 꼽고 있는 친한파 팜후찌 주한 베트남 대사를 만나 한국 엔지니어링업계를 바라보는 그의 견해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을 전해 들었다.

▲ 팜후찌 주한 베트남 대사
▼ "메트로, 직접 타보니 일본, 프랑스보다 한국이 최고"
팜후찌 대사는 2005년 주한 대사관상무공사관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으며 2009년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2013년 10월 주한 대사로 다시 발령받은 대표적인 친한파 대사로 통한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소회에 대해 그는 "인천공항에 제2여객터미널이 생기고 롯데월드타워 등 초고층 빌딩이 더욱 많아졌다"며, "특히, 지하철은 일본, 프랑스, 미국에서도 타봤지만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민자구간 지하철 9호선까지 개통돼 최근 메트로 사업을 추진 중인 베트남입장에서 한국 교통인프라는 상당히 인상적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금융협력 조정위원회'에서 고속철, 지하철 등 교통분야를 중점으로 총 120억달러규모의 프로젝트 협력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팜후찌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2013년 9월 호치민 방문 당시 시정부는 박 대통령에게 메트로 등 교통사업에 대한 한국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며, "호치민 메트로 1호선 2공구 건설에 참여 중인 GS건설 또한 후속 사업 참여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금융협력 조정위원회'에서는 총 8억8,000만달러로 추정되는 '떤선낫 국제공항 연결구간'과 '5호선 남북구간' 호치민 메트로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한국 측이 실시하고, EDCF 및 수출금융 7억달러를 지원하는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베트남 방문 후 호치민과 하노이를 잇는 1,630㎞ 고속철도 건설계획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송정 개통 후 KTX가 토목, 전기, 전자, 제어, 기계 등 최첨단 기술의 융복합된 만큼 글로벌 철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국토부 산하 국제철도팀 신설을 추진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고속철도 사업에 대해 팜후찌 대사는 "일본 고속철도 기술 도입 여부 등을 두고 2012년부터 하노이-호치민 고속철도사업에 관한 10여 차례 토론이 있었다"면서, "4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아직 의회 승인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추진 될 사업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그는 "용산에서 광주가는 KTX 호남선을 탔는데 전에 거의 3시간 걸리던 것이 1시간 반으로 줄었다"며, "한국 KTX수준이 굉장히 높은 만큼 한국 건설업계도 F/S, 설계, 시공 등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베트남 비자법 개정 불편해… "한국에게 불이익 주는 일 없어"
베트남 정부가 비자법을 개정해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인에게 출국일로부터 3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을 금지한 상황이다. 다만, 15일간 무비자 체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허용하고 있다. 단수비자를 가지고 베트남을 다녀온 한국인 또한 마찬가지로 30일이내에 재입국하려면 다시 비자발급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까다로워진 베트남 정부의 비자법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팜후찌 대사는 비자법 개정이 한국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상대적 불이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베트남 정부는 한국인에게 최장 5년짜리 복수비자를 제공한다. 2015년 1월 비자를 발급받았다면 2019년까지 유효한 것이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최장 1년짜리 비자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베트남 비자법은 한국에게 굉장히 우호적이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진출 기업인들이 프로젝트 기획단계에서부터 유지보수 및 교육훈련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참여주기가 길어지고 주변국 방문도 잦아지다 보니, 기존 2년짜리 워크퍼밋 기간이 최대 5년까지 연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팜후찌 대사는 "베트남 국민이 한국에 입국할 때는 무비자로는 불가능하며, 충분한 자금력이 입증돼야 비자요건이 충족된다"며, "한국 비자를 얻기 위해 베트남 국민은 새벽 3시부터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에 앞에서 줄을 서고 발급에도 2~3주가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 메콩델타 핵심국 베트남과의 FTA, 동남아 선점 기회
베트남 진출 엔지니어링사 대부분이 베트남 사무소를 거점으로 주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메콩델타 5개국 비즈니스를 관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팜후찌 대사는 "메콩델타 인프라시장 성장에 따라 관련 장비나 기가재 수요도 높아지고 있어 한국과 베트남의 공조가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며, "더불어 한국의 경험과 기술이 베트남의 양질의 노동력과 엔지니어링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그는 "베트남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의 상황을 어떤 국가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TEDI 등 베트남 엔지니어링사들이 주변국으로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는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한국 엔지니어링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특히, 팜우찌 대사는 "한-베트남 FTA는 베트남 의회가 이미 통과시켰고 한국 의회의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며, "AEC는 하나의 경제권인 만큼 양국간 조속한 FTA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장 선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고 진단했다.

한편, 1989년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팜후찌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남북베트남 간의 격차가 작았던 1970년대 통일국가를 건설한 베트남과 한반도의 상황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북한 또한 베트남처럼 경제개발에 대한 열망이 있는 만큼 향후 통일한국은 분명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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