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 제 2경부, 결국은 기득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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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 제 2경부, 결국은 기득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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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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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부가 제 2경부고속도로, 즉, 서울-세종간 고속도로를 내년말 착공한다고 대대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사업 추진방식이 기이하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중 서울-용인 구간은 턴키, 용인-안성구간은 기타공사로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뒤,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하고 나머지 안성-세종간은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복잡한 방식을 택했을까? 이유는 제 2경부고속도로 사업 추진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해가 된다. 제 2경부고속도로는 2000년 초반부터 논의되다가 2004년 공식적으로 정부계획에 반영됐다. 2007년경 1구간인 서울-용인구간은 두산중공업이, 2구간 또는 2/3구간을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잇달아 제안했다. 당시만해도 글로벌금융위기 이전이고 민투법에 의해 얼마든지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는 도공은 상황이 떨떠름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고속도로건설 발주량은 줄어가는데, 제 2외곽고속도로, 서울-춘천, 대구-부산 등을 비롯해 알짜고속도로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니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국토부와 도공은 사업방식 결정이 되지 않았다며 민간제안된 사업을 줄줄이 반려시켰다. 반면, 사업개발을 위해 소요된 민간컨소시엄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했고, 토지보상비는 계속 올라가는 동안 국토부를 위시한 도공은 사업참여방안만을 저울질했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대답이 전구간 민자에 상부구간은 도공 주도로 한다는 것이다. 민자전문가들이 내놓은 시나리오는 도공이 부산-울산고속도로 방식을 채용하는 것이다. 부산-울산 고속도로는 2001년 재정으로 착공한 뒤, 2006년 부산울산고속도로주식회사를 설립해 2008년 완공한 고속도로다. 지분률은 도공 51%, 국민연금 49%로 사실상 도로공사가 또 하나의 자회사를 마련한 것이다.

26조의 부채를 안고 있는 도공 입장에서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부채를 증가시키지 않고 총투자액 1조2,66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민간공모의 경우 도공을 비롯해 민간기업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발주권을 가지고 있는 도공에 대항해 시행권과 운영권을 노릴 기업을 없었다. 민자전문가들은 결국 사업성이 높은 제 2경부고속도로 상부구간은 도공이, 나머지 사업성 낮은 안성-세종 구간은 민간에게 떠넘기는 구도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국토부 김일평 도로국장이 언급한 "기존 민자 통행료는 1.8배인데 제 2경부고속도로는 1.24배로 도공대비 20% 높게 책정될 것이다"란 발언도 2006년 이후 사업자를 선정한 최근 민자 제 2서해안고속도로 1.1배, 안양-성남고속도로 1.0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제 2경부고속도로의 요금을 낮게 보이려는 술책으로 보인다. 민자전문가들은 여기에 1.24라는 수치는 부산-울산 구간을 차용한 것으로, 향후 사업자 공모도 이뤄지기 전에 요금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도공 자회사를 염두해 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발주권한과 자리까지 만들어 낸 신의 한수인 셈이다.

이번 제2경부고속도로를 굳이 내년 총선용이라고 폄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도 국가주도, 관주도의 SOC정책을 버리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제 2경부고속도로 사업임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선진형 SOC사업을 꾸리려면 현재 도공이 보유한 고속도로를 민간에 매각해 26조에 달하는 부채를 갚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 발주권 이양과 조직슬림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46년간 쌓아온 고속도로PMC 실적을 바탕으로 민간기업과 해외진출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는 국토부 자체가 발주권을 놓는 것이 최선이다.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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